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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운동이 가지는 파급력의 원인과 나아가야 할 방향

지금까지 누적된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

아래의 내용은 한국다양성연구소 김지학 소장이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투’ 운동과 관련하여 언론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Q]

이전에도 부조리함에 대한 폭로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어나고 있는 미투(#Metoo)운동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jaouad.K via Getty Images

 [A]

첫 번째 이유는 피해 당사자가 직접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안전상의 이유로 소속만 밝히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실명과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진 당사자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힘의 원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기‘는 피해자에게 중요한 치유의 방법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지 못합니다. ‘피해자에게 원인이 있다‘는 가해자의 관점은 사회를 지배하고 있고 피해자 역시 이런 관점을 내재화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은 끊임없는 괴로움 속에 있어야 했던 여성들이 기억을 꺼내고 공유하기보다는 그 기억을 숨기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피해자 개인적으로도, 꼭 필요한 사회적 변화의 측면에서도 어떠한 긍정적 작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강력한 구조적 억압에 의한 작용입니다.

이번 미투운동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한 주변의 폭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대해 조금은 더 ‘안전한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피해를 고발하는 당사자는 엄청난 희생을 각오해야 합니다. 여전히 큰 용기가 필요한 행동입니다. 다행히 우리 사회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성범죄의 원인이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에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점이 피해자가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라고 봅니다.

 

ⓒJordan Siemens via Getty Images

바로 이것이 두 번째 이유인데요. 이제는 피해 당사자들과 대중들은 성폭력이라는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찾아서는 안된다고 인식합니다. 이게 미투 운동이 파급력을 갖게 된 이유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성들이 피해의 원인을 스스로에게 돌리지 않고 또 피해 경험에 대한 근본적인 치유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고 더 나아가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매우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성폭력이 일어나고 은폐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권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폭력은 단순히 성별의 차이나 성욕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권력과 제도적/문화적 용인을 이용해서 ”그렇게 해도 되는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대로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폭력이라는 점이 최근 사태에서 명백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Q]

미투운동은 미러링보다는 조금 덜 공격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는 개인적인 느낌을 받았는데요.

 

[A]

제 생각에는 무엇이 더 공격적이거나 덜 공격적인 느낌이라기보다는 미러링의 효과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첫째로 미러링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효과적이고 충격적이고 재미있고 교육적인 방법이었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고 공감하기를 거부하거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 효과와 한계를 잘 알고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똑같아져서는 효과를 볼 수 없는 방법입니다.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고발하면서 자기 자신도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목적보다는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비유로써 사용될 때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씀하신 ‘공격적인 느낌’이라는 말에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러링을 남성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남성중심주의” 문화에 대한 고발을 자신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여기며 성차별과 여성억압의 구조를 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투운동은 조금 다른 양상입니다. 가해자가 명확히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특정 가해자를 악마화 하는 동시에 자신은 저들과 다르다며 쏙 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이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 남성중심주의(미소지니)사회에서 누리게 되는 특권과 의식적/무의식적으로 가지게 될 수 있는 가해자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데까지 미쳐야 하지만 거기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면 이 미투운동이 미러링보다는 훨씬 덜 공격적이고 덜 무섭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드러내고 폭력을 고발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면 지금 일어나는 움직임이 미러링보다 훨씬 더 무섭고 강력한 운동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francescoch via Getty Images

 

[Q]

과거에도 소셜미디어는 존재했고 개인은 꼭 언론을 통하지 않고도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미투운동은 왜 2018년이 되어서야 촉발되었던 걸까요?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A]

지금까지 누적된 페미니즘 운동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강남역 여성살인사건을 기점으로 해시태그 운동으로 #문단_내_성폭력 등 사회 각 분야에서 #00_내_성폭력 고발운동이 있었고요 낙태죄 폐지 검은 시위, 촛불광장에서 페미니스트들의 가시화, ‘우리에게는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합니다’, 한샘과 현대카드 사내 성폭력 사건 고발 등 많은 사건들과 운동들이 이어져 오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책 마련보다는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을 ‘메갈년‘, ‘꼴페미’ 등으로 비하, 조롱, 살인 협박 및 모의하며 오히려 더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억압하며 목소리를 지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이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여성들은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구나‘, ‘내가 뭔가 잘못해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나’. 즉, 성폭력 문제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여성들이 많아졌고 지금 폭발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인식이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이제 더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됨에 따라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되었고 파급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성폭력은 ‘권력’의 문제고 여태까지는 힘 가진 자들이 여태까지 이런 일들이 드러나지 못하게끔 압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을 계기로 그 권력 자체를 부숴버릴 수 있다는 기대도 갖게된 것 같습니다.

 

[Q]

미투운동은 성(姓)과 관련된 문제를 고발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이것이 조금 더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까요?

 

[A]

확장될 수 있고 확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차별과 폭력에는 ‘사회적 특권과 억압이 만들어 내는 권력의 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형태의 차별이나 억압, 폭력, 부조리, 사회부정의 문제에도 적용해 갈 수 있다면 충분히 다른 이슈들에도 확대될 수 있습니다.

차별과 억압을 만들어 내고 유지시키는 사회구조를 무너뜨리고 모든 사회 영역에서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게끔 하는 사회 전반의 변혁 운동으로 방향을 잘 잡아가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런 미투 운동이 ‘무고‘이거나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낼 가능성’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마녀사냥’이라는 이야기도 있고요.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또 우리는 이런 이야기에 대해 어떻게 고민해야 할까요?


[A]

누군가가 ‘일상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그 공포와 두려움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자신이 사기를 당할까봐 더 걱정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Peter Csaszar via Getty Images

성폭력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꼭 ‘꽃뱀’ 등의 이야기를 하면서 피해자의 평소 인성이나 의상 등에 대해서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태도를 2차 가해라고 합니다.

정말로 ‘마녀사냥’에서 멈추지 않길 바란다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을 악마화하고 비난하는데 그치지 않고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미투운동이 일어난 원인이 무엇인지, 왜 이 사회는 성폭력 범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지, 그 구조와 나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동참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은 차별과 편견, 부당한 특권과 억압이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사회에서 자랐고 오랜 시간 사회화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차별적이거나 폭력적인 사고 또는 언행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매일같이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며 훈련해야 합니다.

미투운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된 모든 시민들은 이제 권력과 위계로 움직이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동등한 주체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특히 자신이 남성, 이성애자, 시스젠더, 비장애인, 중장년, 고학력, 고소득 등의 특권그룹에 속해 있는 정체성이 있다면 그 정체성에서 더 많이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사회적 편견과 그릇된 위계, 그리고 권력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도록, 지속으로 교육받고 훈련받을 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를 개인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가 나서서 교육해야 합니다. 그 시작은 공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초등학교 혹은 그 이전부터 편견과 차별 대신 모든 사람이 평등함을 배울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제 공교육은 평가와 경쟁, 서열화를 통한 권력과 지배를 학습하는 곳이 아닌 협력을 통한 공존, 즉 모든 사람이 포함되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기틀을 마련하는 곳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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