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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23일 14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23일 14시 56분 KST

온천하는 원숭이들이 사는 곳에 가다

일본 나가노현 지고쿠다니 야생원숭이공원

huffpost
  • 우쓰라
    몇 해 전, 대한항공에서 감각적인 TV CF를 선보인 바 있었습니다. 일본 취항지에 대한 광고였는데요. 그 중 가장 눈길을 끈 영상은 일본원숭이가 지긋이 눈을 감고 눈을 맞으며 온천을 즐기는 장면이었어요. 무척 눈길을 끄는 장면이었는데 "저거 진짜냐?"란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그렇게 사람처럼 천연덕스럽게 온천을 즐기는 원숭이들은 실제로 존재하고 그들이 사는 곳은 일본 나가노현 야마노우치에 있는 '지고쿠다니 야생원숭이공원(地獄谷野猿公苑)'이랍니다.

    사람과 너무 닮으면 불쾌한 감정이 들지만(일본의 로봇공학자인 모리 마사히로 교수가 제창한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이론에 나온 것처럼 좀비라든지 이번에 방한(?)한 소피아 같은 로봇이 그런 예겠지요.) 확연히 인간과 다른 종(대상)에게서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때는 반대로 극도의 호감을 갖게 된다고 합니다. 이 원숭이들이 대표적인 예일텐데요.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Snow Monkey Park'라 알려져 있는 이곳은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고 있고 올겨울 저도 이곳을 처음 다녀왔습니다.

    직접 만나본 야생원숭이공원의 원숭이들은 정말 호감만점! 우리 사람과 참 비슷한 모습과 행동, 표정들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모습보다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기 원숭이들이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인간과 원숭이들과의 교감 같은 걸 생각하고 온 방문객들도 많겠지만 그런 게 있었다면 이곳의 원숭이들은 진작에 사람 손을 타게 되었을 거예요.

    방문객들이 먹이를 주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음은 물론 만질 수도 없고 심지어 눈도 마주치지 않게 하다 보니 이곳이 원숭이들은 사람들을 무시하는 수준을 넘어 아예 투명인간 취급을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욱 더 그네들의 야생 본연의 모습과 생태를 생생하게 만날 수 있어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촬영이 목적이었던만큼 한나절 넘게 머무르려 참 많은 사진도 찍었는데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찍었음에도 역시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장면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사람을 그렇게 '개무시'하기에 더욱 더 호감 갔던 이곳의 원숭이들을 사진으로 만나보시겠습니다 :)
  • 우쓰라
    지고쿠타니 야생원숭이공원이 있는 야마노우치 정은 1,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부 온천이 있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명소기도 합니다. 그리고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으로 멋진 스키장도 많은 곳입니다.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많은 곳이지만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이곳에 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게이세이 스카이라인을 타고 우에노로 가서 호쿠리쿠 신칸센 열차를 타고 나가노까지 간 뒤 나가노선 전철을 타고 유다나카역까지 가는 것인데 기차를 3번 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환승편이 잘 이어져 있어 나리타 공항 기준으로 약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 지고쿠다니 야생원숭이공원 입구까지는 유다나카역에서 버스나 차를 타고 10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구로부터 삼나무 숲길을 통해 약 30분 가량 걸어야 하는데요. 피톤치드 느끼며 걷는 길이 무척 아름답고 호젓합니다. 겨울철엔 눈이 많이 쌓여있고 미끄러우니 아이젠을 착용하며 걷는 게 좋습니다.
  • 숲길을 한참 걸은 후에야 만나는 매표소. 입장요금은 800엔입니다. 공원 안에 식당이나 음료를 파는 곳은 없으며 음식을 싸온 경우 절대 원숭이 앞에서 먹으면 안 되고 매표소 건물의 휴게실에서 먹어야 합니다. 오래 있을 계획이라면 간단한 샌드위치와 온음료 등을 미리 준비해서 오면 좋습니다.
  • 우쓰라
    겨울에는 언제나 눈으로 가득한 지고쿠타니 야생원숭이공원. 이곳에는 약 200마리가 넘는 야생 일본원숭이들이 살고 있다는데 언제부터 이곳에 살았는지, 언제부터 온천욕을 즐겼는지 알길은 없다고 합니다. 전세계에서 야생에서 원숭이들이 온천을 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하지요.
  • 우쓰라
    원숭이들이 이렇게 온천을 즐기는 모습은 참 평화롭고 가족적으로 보이지만 이곳의 원숭이는 야생의 법칙과 그네들 무리의 서열에 따라 엄격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 우쓰라
    꼭 사진 찍는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지요? 사진에서는 그렇게 보이지만 이 원숭이 모자는 저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원숭이를 경계하고 있는 거랍니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그냥 전봇대나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은 존재고 원숭이들은 그네들끼리 서로 눈치보고 싸우고 또 보살펴주며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 우쓰라
    동물의 세계를 인간의 잣대나 기준으로 해석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또 촬영했지만 역시 사람들과 비슷한 귀여운 모습과 행동에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 우쓰라
    "요즘 피부가 거칠어 걱정이야!" "내가 좋은 크림 있는데 그거 하나 챙겨드리우?" 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시추에이션? 당연히 그럴 리 없겠지만 참 사람과 똑 닮은 원숭이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오고 이런 의인화의 상상을 덧대 봅니다. 
  • 우쓰라
    아이고~ 시원타!
  • 우쓰라
    "야휴, 이 때 좀 봐라! 엄마가 때 깨끗이 밀라고 했지?" 새끼원숭이의 털을 다듬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에서 모성애는 인간과 다를 바 하나 없음을 느낍니다.
  • 우쓰라
    어쩜 이리 사랑스러운 모습일까요.
  • 우쓰라
    또 어쩜 우리네 인간들의 모습과 이리 똑 닮았을까요.
  • 우쓰라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는 모습? 그럴 리가 없지요^^; 
  • 우쓰라
    꼭 눈을 갖고 놀고 있는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이지만 사실은 눈속의 먹이를 찾아서 먹는 모습이랍니다. 야생원숭이공원에서는 최소한의 먹이만 주며 그것도 바로 주지 않고 야생에서처럼 직접 먹이활동을 해서 먹을 수 있도록 합니다.
  • 우쓰라
    너무 귀여운 모습에 원숭이들을 만지려 하고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 보려는 관람객들이 많지만 원숭이들은 일절 사람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원숭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관람객에게는 관리인들이 엄격히 제재를 가합니다. 
  • 우쓰라
    눈을 맞으며 목욕을 즐기는 원숭이 모습을 꼭 찍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구름 하나 없는 맑은 날씨였는데 정말 눈이 왔습니다.
  • 우쓰라
    눈이 오니 인간과 닮은 느낌은 더욱 배가됩니다.
  • 우쓰라
    추위에 떠는 새끼를 안고 마치 "눈아, 제발 그쳐 다오!"라고 외치는 듯한 어미원숭이의 모습. 그런 의인화의 상상을 덧붙여보지만 그럴 리가 없지요. 몸에 묻은 눈을 털고 있는 모습입니다.
  • 우쓰라
    하지만 지그시 눈을 한참 감고 온천을 즐기는 모습은 정말 사람과 똑같습니다. 눈이 오니 원숭이들이 정말 더 온천에 모여들고 또 저마다의 방식으로 목욕을 즐기더라구요.
  • 우쓰라
    호기심에 끌려 가게 되지만 가게 되면 또 진짜 원숭이들의 야생을 만나게 되고, 동물의 입장에서의 공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이곳. 다음에는 아들 녀석과 함께 꼭 가보리라 또 생각해봅니다 :)

*필자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과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