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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 딴 게이 피겨선수 “커밍아웃 뒤 비로소 홀가분해져”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에릭 래드퍼드(33)다.

21일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에릭 래드퍼드(33)가 프라이드하우스 피켓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21일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에릭 래드퍼드(33)가 프라이드하우스 피켓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박종식/한겨레

“커밍아웃하고 난 뒤 빙판 위에서 연기할 때, 비로소 어깨에 있던 무거운 짐이 홀가분해졌다는 걸 느꼈어요.”

21일 오전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만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 에릭 래드퍼드(33)는 ‘커밍아웃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평창 겨울올림픽 페어 종목에 출전한 래드퍼드는 지난 12일 치러진 피겨스케이팅 팀이벤트에서 금메달을, 15일 치러진 페어 종목에서는 종합성적 3위로 동메달을 땄다. 커밍아웃한 게이 선수 가운데 최초로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로도 기록된 래드퍼드는 “(커밍아웃 이후) 경기에서 나 스스로를 훨씬 더 깊고 정직한 모습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이것이 지난 4년 간의 경기력에도 분명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Jean Catuffe via Getty Images
ⓒAlexander Hassenstein via Getty Images

21일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중인 성소수자 선수들 가운데 에릭 래드퍼드 선수와 미국의 프리스타일 스키 선수 거스 켄워시(27)가 캐나다올림픽하우스 내에 차려진 ‘프라이드하우스(Pridehouse) 평창’을 찾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성소수자 선수들이 공식적으로 프라이드하우스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라이드하우스’ 운동은 올림픽에서 성소수자 및 성소수자 인권에 공감하는 스포츠인들을 환영하고, 스포츠에서의 성소수자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가 주도해 패럴림픽 기간까지 ‘프라이드하우스 평창’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만남은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위원장과 지난 2010년 벤쿠버 올림픽에서 프라이드하우스 운동을 처음 시작한 설립자 딘 넬슨이 함께 준비해 마련됐다.

21일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에릭 래드퍼드(33·왼쪽 두번째)가 말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위원장.
21일 강원도 강릉올림픽파크 내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진행된 페이스북 생방송에서 캐나다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에릭 래드퍼드(33·왼쪽 두번째)가 말하고 있다. 왼쪽 세번째가 윤다림 프라이드하우스 평창 위원장. ⓒ박종식/한겨레

이날 래드퍼드는 윤다림 위원장, 넬슨 설립자와 함께 캐나다올림픽하우스에서 주최한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에도 출연했는데, 이 방송은 조회수 1만여명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4년 소치올림픽 이후 커밍아웃을 결심했다는 래드퍼드는 “만약 내가 게이라고 밝히면 나의 시장성이나 미래, 심지어는 경기 결과에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다”고 회상했다. 래드퍼드는 “하지만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나의 성공을 보여주고, 이를 발판삼아 더 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퍼지게 하고 싶었다”며 “점점 더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을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놀랍다”고 했다.

이번 평창올림픽에는 역대 겨울올림픽 가운데 가장 많은 13명의 성소수자 선수들이 출전했다. 거스 켄워시는 지난 18일 치러진 프리스타일 스키 슬로프스타일 예선 경기에 앞서 자신의 남자친구인 매튜 위커스와 입을 맞추는 모습이 전파를 타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프라이드하우스 설립자 딘 넬슨은 “전 세계가 스포츠로 화합하는 올림픽에서 성정체성과 성평등을 얘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날 래드퍼드와 같은 성소수자 선수들이 자신의 경기력을 충분히 펼칠 수 있고, 메달을 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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