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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랑 헬멧에서 세월호 리본이 사라진 이유

IOC는 인종차별 반대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며 메달을 박탈했다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선수는 지난 17일 열린 여자 1,500m 경기에 출전했다. 김 선수는 이날 최종 4위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논의는 다른 데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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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랑 선수의 헬멧에는 작은 스티커가 하나 붙어있었다. 2014년 4월 16일 일어난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한 리본이다. MBC 노조위원장은 ’세월호 리본의 의미가 세월호 침몰에 대한 추모뿐인가? 아니면 박근혜 정부의 책임도 함께 묻기 위함인가”라며 이 리본에 담긴 정치적인 메시지를 문제 삼았다.

극우성향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은 김 선수를 직접 신고하기도 했다. 이들은 ”김아랑 선수의 노란 리본은 단순히 추모의 의미를 넘어 전임 대통령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고 또 ”보수적 색채를 가진 사람들을 공격하는 의도로 사용되고 있다”며 ”평화와 화합의 무대인 올림픽을 망친 책임”을 김아랑 선수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노란 리본과 관련해, 어떤 관계 기관으로부터도 지침이나 권고 사항,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사흘 뒤인 20일 열린 여자 쇼트트랙 1000m 예선과 3000m계주 결승에서 김아랑 선수의 리본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은 테이프로 가리고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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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나고 노란 리본을 가린 이유에 대해 취재진이 묻자 김아랑 선수는 ”대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논란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김아랑이 논란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세월호 리본 스티커를 자의로 뗐다”고 전했다.

ⓒNCAA Photos via Getty Images

사례를 보면 김아랑 선수의 부담이 무리는 아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 올림픽 남자 육상 200m 경기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딴 미국 선수 토미 스미스와 존 카를로스는 목에 검은 스카프를 두르고 검은 양말만을 신은 채 시상대에 올랐다. 그리고 국가가 흐르자 검은 장갑을 낀 손을 추켜올렸다. 이는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퍼포먼스였다. 당시 IOC는 이를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폭력적 행위’라고 보았고 두 선수를 선수촌에서 쫓아낸 뒤 메달을 박탈했다.

 

한국에도 유명한 사례가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을 치렀다. 경기에서 승리하자 박종우 선수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피켓을 들며 승리 세레모니를 벌였다. 이 때문에 박 선수는 메달 수여식에 참석하지 못했고 피파로부터 징계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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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이번 동계올림픽에도 계속된다.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리 맷 달튼은 자신의 헬멧에 이순신을 새겨넣었다. ‘수문장’ 포지션인 자신의 이미지와 부합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IOC는 이를 지적했고 결국 맷 달튼 선수는 이순신 장군을 지워야 했다.

IOC 선수 헌장 제 50조에는 ‘모든 올림픽 관련 지역, 시설 내에서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차별에 관한 시위와 선전 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지난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이에 대해 ”운동선수가 정치적 논란에 끌려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원칙이며 그다음에 사례별로 판단해야 한다”며 ″이 규정을 현명하고 적절히 해석해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 기준은 불분명해 보인다. 미국 여자 아이스하키대표팀의 골리들은 자유의 여신상 그림이 있는 헬멧을 착용하고 있다. 맷 달튼의 이순신이 문제 되면서 이 자유의 여신상의 허용여부도 같이 이야기되었으나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우리는 자유의 여신상 문양을 원래부터 금지시킨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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