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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혁신이 밀어내는 사람들

기술혁신이 사람을 밀어낸다

ⓒhuffpost

한국지엠(GM)은 결국 철수할 것이다. 정부 지원이 들어가더라도 시간을 지연시킬 뿐이다. 본사가 이익을 빼돌려 적자가 났다는 지적도 있고 노동자 처우가 너무 높아서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모두 부수적이다.

핵심은 기술 변화다. 지엠 미국 본사는 지난해 10월 역사적인 발표를 했다. 장기적으로 100%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2023년까지 20종의 새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했다. 전기차에는 내연기관이 없다. 자동차라기보다는 거대한 스마트폰이라고 보는 게 더 적합하다. 엔진 대신 배터리와 반도체가 주요 부품이다. 기술도 부품도 완전히 달라진다.

ⓒReuters Photographer / Reuters

세계적 흐름이다. 최대 구매국가 중국이 내년부터 자동차 판매의 10%를 의무적으로 전기차에 할당하는 쿼터제를 시행한다. 그다음 구매자로 떠오르는 인도는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독일 녹색당은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을 내걸고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과 연정 협상을 했다. 내연기관 자동차만 생산하는 한국지엠 생산라인은 매력이 떨어진다. 이왕이면 중국이거나, 아니면 전기차라야 더 투자할 이유가 생긴다. 큰 틀에서 보면, 전기차가 군산의 내연기관 자동차 공장을 닫게 만든 셈이다.

한국도로공사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에게 벌어진 일을 보자. 7천여명의 요금수납원들은 원래 도로공사 본사 직원이었지만, 2009년 외주화됐다. 정부는 달리는 차량 번호판을 자동 인식해 요금을 부과하는 스마트톨링 시스템을 내후년까지 전국 모든 고속도로에 적용할 계획이다. 통행요금 징수가 무인화한다. 요금수납원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질 처지가 됐다. 인천국제공항에는 무인 로봇카페가 등장했다. 로봇팔 혼자 주문도 받고 커피도 만들고 손님에게 가져다주기도 한다.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이었을 계산원과 바리스타 자리는 아예 사라졌다.

기술 변화로 힘없고 불안정한 사람들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는 일의 반복이다. 공무원, 공기업 입사 열풍은 현대판 러다이트 운동이다. 정규직화도 비슷한 몸부림이다. 기계를 파괴하지 못하니 그 영향으로부터 피신하는 데 생사를 건다. 하지만 이런 몸부림으로는 일시적으로, 일부만 보호받을 뿐이다.

기술혁신은 사람의 삶의 질을 높인다. 혁신의 원래 목적이다. 전기차는 미세먼지 문제를 줄인다. 신재생에너지와 결합하면 기후변화도 늦출 수 있다. 고속도로 운영 자동화는 위험한 업무와 교통 정체를 줄인다. 고속도로 순찰대에서는 일하던 중 사고로 5년간 6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로봇카페는 종일 서서 일해야 하는 고된 계산원 업무를 줄이고, 좀 더 싼 커피를 24시간 마실 수 있게 해준다.

사람이 기술을 불러왔다. 그런데 기술이 다시 사람을 밀어낸다. 가장 취약한 이들이 먼저 당한다. 밀어내고 얻은 이익은, 밀려나지 않은 이들이 나눠 갖는다. 무언가 잘못됐다. 사람을 밀어내지 않고, 기술혁신의 편익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안정된 일자리가 없어도 적정한 소득과 연금이 권리로 주어진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위한 충분한 학습 기회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이윤 대신 사회적 가치 극대화가 목적인 기업이 더 늘어난다면. 그렇다면 지시받아 일해야 하는 경직된 일자리에 덜 집착하게 되고, 좀 더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술혁신으로 만들어진 편익을 골고루 나누기만 해도 가능한 일이다.

기술혁신이 사람을 밀어내는 대신 밀어올리게 만들어야 한다. 기술혁신과 새로운 사회정책, 그리고 사회혁신이 정책을 통해 만나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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