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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는 한국 방문 도중 '비공개로' 김여정을 만나기로 했었다

물밑 외교전의 현장을 엿볼 수 있다

  • 허완
  • 입력 2018.02.21 11:06
  • 수정 2018.02.21 11:41
ⓒODD ANDERSEN via Getty Images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비공개로 북한 김여정·김영남 일행을 만나기로 했으나 회동 직전에 북한이 이를 취소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펜스 부통령실을 인용해 미국과 북한이 동시에 한국에 머무는 동안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사전에 합의했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접촉 가능성에 대해 여러 관측이 제기됐지만 실제로 북한과 미국이 회동을 사전에 약속했었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 이후 국무부도 비공개 회동을 갖기로 합의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PATRICK SEMANSKY via Getty Images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양측이 만나기로 했던 2월10일, 회동이 2시간도 채 안 남았던 시점에 이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회동은 이날 이른 오후 청와대에서 갖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이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다는 발표가 나온 날이다. 또 펜스 부통령이 리셉션장에서 5분 만에 퇴장했던 사건이 벌어졌던개막식 다음날이기도 하다. 펜스 부통령이 개막식장에서 북한 김여정·김영남 일행과 거의 바로 뒤에 앉았음에도 인사 한 마디 나누지 않았던 그 순간, 그는 그 두 사람을 다음날 비공개로 만날 계획이었던 셈이다. 

북한이 돌연 회동을 취소한 이유는 뭘까? 부통령실장 닉 에어즈는 펜스 부통령이 방한 직전 일본에서 밝힌 새 대북제재 계획과 펜스 부통령이 방한 둘째날인 9일 탈북자들을 만난 것에 대해 북한이 불만을 제기하며 회동 취소를 통보해왔다고 WP에 말했다. 

ⓒCarl Court via Getty Images

회동 약속이 잡히게 된 과정을 보면, 공개되지 않은 물밑 외교전의 순간을 엿볼 수 있다.

WP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당시 회동이 2주 동안의 사전 작업 끝에 준비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측이 펜스 부통령 방한 기간 동안 그를 만나고 싶다는 정보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입수하면서 준비가 시작됐다는 것. 또 한국 정부가 이 회동 약속을 잡기 위해 중재자 역할을 했다.

이렇게 회동 일정이 잡힌 건 2월5일이었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일본과 한국을 향해 출발하기 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말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북미 비공개 회동에 참석은 하지 않고 ‘양 측의 경호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청와대를 회동 장소로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측에서는 소수의 고위 관계자들만이 이 상황을 공유했다고 WP는 전했다. 회동에 임하기로 한 최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 에어즈 부통령 실장이 참석한 백악관 회의에서 내려졌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전화로 연결됐고, 짐 매티스 국방장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논의 과정 전반에 관여했다. 

ⓒWoohae Cho via Getty Images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이 회동을 ‘최대 압박’ 기조를 북한에 명확하게 전달할 좋은 기회로 여겼다고 WP에 말했다. ”우리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게 실제로도 그런 의미”라는 걸 북한에 분명히 알려주겠다는 것.

북한이 트럼프 정부의 ‘본심’을 파악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애써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말이 안 되는 설명은 아니다. 다만 회동이 무산된 뒤 사후에 백악관이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인지, 실제 계획이 그랬는지 여부는 분명하지 않다.  

북한 측에서 이 회동을 어떻게 준비했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은 8일 ”우리는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다”는 메시지를 낸 바 있다. 미국 대표단을 만나기로 합의한 이후이자, 펜스 부통령이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만나 ‘가혹한 대북제재’를 예고한 다음날이다. 

북한은 회동 당일이었던 10일 오전까지만 해도 ‘펜스 부통령의 레토릭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회동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WP는 전했다. 그러나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 회동 취소를 통보했다는 것.

회동이 취소되자 펜스 부통령은 이날 오후 강릉으로 이동해 쇼트트랙 경기를 관전했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합류했다.

그러니까, 아래 사진 속 두 사람은 웃고 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ARIS MESSINIS via Getty Images
ⓒARIS MESSINIS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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