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지고보니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팀과 B조 리그 마지막 경기를 했다. 밀리기도 했고, 분전하기도 했다. 경기 막판에는 2002년 월드컵 때 목격했던 ‘히딩크 전술‘(수비수 빼고 공격수 넣기)보다 더 파격적인 ‘골리 빼고 필드 플레이어 넣기’까지 시도하며 사력을 다했다. 덕분에 1-3으로 질 경기를 1-4로 졌지만.
그러나 승패를 덜 중요하게 만든 ‘한 장면’이 있었다. 2피리어드 9분30초께 나온 첫 골 장면이다.
이날 경기엔 이번 올림픽 들어 가장 많은 4명의 북한 선수가 라인업에 포함됐다. 지난 두 경기에선 3명이었다.
4명의 북한 선수와 함께 첫 골을 만들어낸 이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이었다. 어시스트는 미국에 입양됐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귀화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선수가 했다.
많은 것들이 절묘하게 뒤섞인 이 장면은 한국인들에게 꽤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반응이다.
일곱 살 딸을 끌어안은 채 한쪽 팔을 번쩍 치켜들고 응원하던 이연제(41)씨는 ”그렇게도 힘겹게 한 골을 넣는 과정이 60여 년간 이어진 분단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 같아 후련하면서도 슬프고, 감격스럽고, 여러 감정이 든다”면서 ”일본도 세계적인 강팀이라는데 당당히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에는 다양한 멘션들이 올라왔다.
북한 응원단이 코리아팀을 향해 ”우리는 하나다”라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던 점도 사람들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에는 ‘손에 손 잡고’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고생한 선수들을 위한 빙판 위에 곰인형을 던졌다.
관객들은 2시간여 빙판을 누비며 치열하게 경기를 펼친 단일팀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계속 외쳤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 응원단은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부른 후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