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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첫 골이 복잡한 감상을 불러 일으키다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 김원철
  • 입력 2018.02.14 20:47
  • 수정 2018.02.14 20:49
ⓒBruce Bennett via Getty Images

졌다. 지고보니 승패가 중요한 경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팀과 B조 리그 마지막 경기를 했다. 밀리기도 했고, 분전하기도 했다. 경기 막판에는 2002년 월드컵 때 목격했던 ‘히딩크 전술‘(수비수 빼고 공격수 넣기)보다 더 파격적인 ‘골리 빼고 필드 플레이어 넣기’까지 시도하며 사력을 다했다. 덕분에 1-3으로 질 경기를 1-4로 졌지만.

그러나 승패를 덜 중요하게 만든 ‘한 장면’이 있었다. 2피리어드 9분30초께 나온 첫 골 장면이다. 

이날 경기엔 이번 올림픽 들어 가장 많은 4명의 북한 선수가 라인업에 포함됐다. 지난 두 경기에선 3명이었다. 

4명의 북한 선수와 함께 첫 골을 만들어낸 이는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귀화선수 랜디 희수 그리핀이었다. 어시스트는 미국에 입양됐다 부모님을 찾기 위해 귀화한 박윤정(마리사 브랜트) 선수가 했다.

많은 것들이 절묘하게 뒤섞인 이 장면은 한국인들에게 꽤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반응이다.

일곱 살 딸을 끌어안은 채 한쪽 팔을 번쩍 치켜들고 응원하던 이연제(41)씨는 ”그렇게도 힘겹게 한 골을 넣는 과정이 60여 년간 이어진 분단의 고통을 보여주는 것 같아 후련하면서도 슬프고, 감격스럽고, 여러 감정이 든다”면서 ”일본도 세계적인 강팀이라는데 당당히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너무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남북관계처럼 힘겨웠던 첫 골”…관동링크를 메운 뭉클한 함성

경기가 끝난 뒤 소셜미디어에는 다양한 멘션들이 올라왔다.

북한 응원단이 코리아팀을 향해 ”우리는 하나다”라고 열렬한 응원을 보냈던 점도 사람들을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민중의 소리’에 따르면,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에는 ‘손에 손 잡고’가 울려 퍼졌다. 관객들은 고생한 선수들을 위한 빙판 위에 곰인형을 던졌다.

ⓒDavid W Cerny / Reuters

관객들은 2시간여 빙판을 누비며 치열하게 경기를 펼친 단일팀 선수들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며 “우리는 하나다”라고 계속 외쳤다. 이에 화답하듯 북한 응원단은 “다시 만납시다”라는 노래를 부른 후 관객들의 환호 속에서 손을 흔들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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