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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 건 단 3명 뿐이다

"올림픽 피겨의 역사적 순간"이었다.

  • 허완
  • 입력 2018.02.14 15:17
ⓒJamie Squire via Getty Images

“와우! 당신은 지금 올림픽 피겨의 역사적 순간을 본 겁니다.”

지난 12일 올림픽 주관방송사 엔비시(NBC)는 평창겨울올림픽 피겨 팀이벤트(단체전) 여자 싱글에서 일본계 미국인 미라이 나가스(26)가 ‘트리플악셀’을 성공하자 감탄했다. 화려한 여러 피겨 점프 가운데 하나로 보일 수 있지만, 미국 언론 시엔엔(CNN)도 “나가스가 트리플악셀로 올림픽 역사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나가스는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점(137.53점)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 미국 단체팀의 동메달에 힘을 보탰다. 기록보다 주목받은 건 그의 ‘세바퀴 반 점프’였다.

트리플악셀은 왼발을 축으로 도약해 공중에서 세바퀴 반을 돌아 착지하는 점프로 여자 선수들에게는 ‘꿈의 기술’로 불린다. 피겨 싱글의 여섯 종류 점프 가운데 유일하게 앞으로 스케이팅을 하면서 뛰는 기술인 만큼 ‘정면 점프’라고 생각하면 구별이 쉽다. 정상급 여자 선수들이 구사하는 일반적인 ‘3단 점프’보다 반바퀴를 더 돌아야 하는데다, ‘정면 점프’가 선수들에게 특별한 공포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도약 과정에서 오른발을 바닥에 찍을 수 없어, 왼쪽 다리의 도약 힘과 오른쪽 다리의 휘두르는 탄력만으로 높이와 회전 속도를 얻어야 하는 최고난도 기술이다. 

역대 공식 국제대회에서 트리플악셀을 성공한 여자 선수는 모두 7명에 불과하다. 4년마다 기회가 찾아오는 올림픽에선 더 보기 어려웠다. 일본 선수 이토 미도리가 1992년 알베르빌에서 올림픽 사상 처음 이 기술을 성공시켰다. 아사다 마오가 18년 만인 2010년에 이 기술을 구사하는 데 성공했고 이번에 나가스가 올림픽 선수 가운데 세번째로 트리플악셀을 완벽하게 해냈다. 세번 모두 일본 또는 일본계 선수가 세웠다는 점도 이채롭다. 특히 아사다는 전성기였던 2005~2006 시즌부터 5년간 30여차례 트리플더블을 시도했고, 올림픽에서도 라이벌 김연아(28·은퇴)를 따라잡기 위한 ‘비장의 무기’로 활용했지만 성공률이 50% 안팎이었다. 

ⓒAI Project / Reuters

반면 나가스는 정상급 선수를 빼면 남자들도 어려워하는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해 정교한 준비를 거듭했다. 그는 “내 몸이 트리플악셀에 반응할 수 있도록 근육을 다듬었다”고 되돌아봤다. 또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공연용 드레스에 박힌 보석 개수까지 조절했다고 한다. 나가스의 의상디자이너 팻 피어설은 엔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드레스의 보석 개수뿐 아니라 (옷을 만들 때 쓰는) 접착제 무게까지 고려해 의상을 제작했다”며 “옷 무게는 1파운드(454g) 안팎으로 물리적인 무게보다 심리적으로 가벼움을 느낄 것이란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나가스는 경기 뒤 “8년 전 밴쿠버올림픽에서 아사다가 보여준 트리플악셀처럼 아름답게 뛰어보고 싶었다”며 “올림픽에서 트리플악셀 성공은 대단한 역사이자, 나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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