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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쉽게 안 변한다는 그 말

나는 이제 이전과 같이 요란하지 않다

“여보세요,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서 전화했어요. 그냥 제 단점이 보이고, 그걸 바꾸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고, 그냥 답답해요...”

일을 마치고 지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가는 길,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나를 지도해주시는 선생님께 전화를 걸었다. 상담자로서 혹은 한 사람으로서 내 단점이, 내 부족한 점이 좀 더 나은 모습으로 바뀌기를 바랐는데 뜻대로 되지 않자 푸념을 하게 되었다. 내 딴에는 꽤 오랫동안 노력해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억울한 면과 답답하고 힘든 마음이 공존해 있었다.

“변하지 않아.”

그게 선생님의 첫마디였다.

”네가 그만큼 힘들지 않다는 거야. 혼자서 바뀌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바뀌지 않을 거야. 네가 생각하는 그 단점으로 인해서 네가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 처해봐야, 그때서 네가 변할 수 있을 거야. 그 외에는 답이 없어.”

”꼭 그렇게 비용을 치러야 해요? 지금도 힘든데... 꼭 그렇게 힘든 상황을 마주해야 변할 수 있어요?’

“어, 사람 그렇게 쉽게 안 변해.”

그때만 해도 나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의식적으로 변화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내가 달라지는 것이, 내 단점을 고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나 혼자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세상 일이 웃기게도, 선생님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것마냥, 실제로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그때야 비로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내 자존심 때문에, 나 좋자고, 나 위해서 했던 행동들이 다른 사람을 아프게 만들었고, 그 사람의 마음이 어떠했는지 내가 마음으로 느끼게 되면서 그제야 결국에 내 자존심을 버리게 되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그 사람의 이름은 내 마음 한구석을 찌릿하게 만드는 가시와 같다.

지금의 나는 새로운 과업들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의 나였으면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뿌듯함에 기고만장하는 태도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고, 여기저기 동네방네 떠들어 대며 새로운 일에 대한 기대감을 온몸으로 뿜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전과 같이 요란하지 않다. 외적으로 보이는 성취들로 인해 내 기분이 좌지우지되지 않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차분히 수행하는 중이다. 쉽게 들뜨는 특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흥분에도 내가 쉬이 휩쓸리지 않고 그저 그렇게 무던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게 어른이 되어가는 증거인가. 일희일비하지 않고 좋은 일에도 그저 미소만 짓고, 슬픈 일에도 잠시 눈물만 고이는 그저 그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인 것일까?

허나. 그보다는 우선순위가 바뀌지 않았나 싶다. 외적 성취, 내 일. 내 과업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행동하던 내가 몇몇 사람들과 갈등을 겪게 되고 그로 인해 마음 아픈 시간들을 오랫동안 견디다 보니, 눈에 보이는 성과들이 큰 의미가 없게 되었고 덧없는 것으로 치부했던 것이다. 일의 성취는 실로 별게 아니었던 것이다.

이전에 나의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던 것처럼. 내가. 직접. 아파봐야. 내가 변할 수 있는 것 같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픔을 경험하다 보니, 사람과 세상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움켜쥐려고 애쓰던 외적 조건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아팠던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 듣기도 싫고 하기도 싫지만,  그 말이 진리인 듯  마음 깊숙이 느끼는 중이다.

이렇게 조금씩 나이 들어가며 다양한 아픔 속에서 그렇게 성장의 과정을 거치는가 보다. 아이 같은 빛깔이 거둬지고 어른의 빛깔이 묻어나고 있는 듯하다.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약간의 조언을 듣거나 충고를 듣는다고 해서 변화를 이룰 수는 없는 듯하다. 나의 행동이나 태도가 어떤 소중한 이에게 큰 슬픔을 안겨주게 되어 그 아픔을 내가 직접 느끼게 될 때, 그때가 바로 내가 변할 수 있는 시기인 것 같다. 또한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는 때이기도 하고.

내 경험치에서는, 내 깜냥으로는 아직 여기까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내 나이를 처음 살아가다 보니 새로운 것이 너무 많다. 웃어른들께서 해주신 이야기들도 많고 보고 배운 것들도 있지만 내가 직접 체험하지 않는 이상 그 어른들의 경험치는 1만큼도 모른다고 할 수도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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