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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5회전은 인간에게 불가능한 꿈인가

점프 시 400rpm이 필요하고, 점프 최고점에서는 500rpm이어야 한다.

  • 김원철
  • 입력 2018.02.13 15:30
  • 수정 2018.02.13 17:23
ⓒIssei Kato / Reuters

인간이 공중에서 다섯번 회전할 수 있을까. 가장 근접해 있는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다. 체조, 발레보다 점프 직전의 도약 속도가 빨라 체공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현재 올림픽에 출전하는 최정상급 여자 선수들은 대부분 3회전을, 남자 선수들은 4회전 점프를 한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2회전 점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80년대 3회전, 90년대 4회전 점프가 등장했다. 피겨 발전의 역사는 곧 점프 진화의 역사였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새로운 역사가 준비 중이다. 미국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네이선 첸이 주인공이다. 그는 하나의 프로그램에서 살코우, 루프, 토루프, 플립, 러츠 다섯 종류의 4회전 점프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는 17살이었던 지난해 한 프로그램에서 4회전 점프를 다섯 차례 성공해 이미 전설의 반열에 올랐다. 당시엔 점프 종류가 겹쳤다.

5회전 점프는 가능할까. 실전에서 4회전 점프를 성공한 첫 미국 피겨스케이터이자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고벨은 ‘와이어드’에 “5회전 점프는 시간 문제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시간’이 언제 오느냐다. 델라웨어 대학에서 운동역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리처드는 피겨 스케이팅 회전 전문가다. 그는 고속 카메라와 모션 캡쳐 장비를 이용해 세계 톱 클래스 피겨스케이터들을 분석해왔다. 

와이어드에 따르면, NBA 농구선수들은 보통 30인치 정도 점프하는데, 4회전 점프를 하는 남자 피겨스케이터는 18인치 정도를 수직으로 뛴다. 스케이트가 무겁기 때문이다. 피겨스케이터는 점프와 회전에 에너지를 적절히 분배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다.

4회전 점프를 하려면 평균 340rpm(분당 회전수)이 필요하다. 점프 최고점에서는 분당회전수가 80~100rpm 더 많다. 선수들은 점프를 시작하자마자 팔과 다리를 몸에 바짝 붙여 몸뚱어리를 최대한 회전축과 일치시킨다. 스케이팅 가속도가  살아있기 때문에 분당회전수는 400rpm을 넘어간다.(주방에서 쓰는 믹서기를 최대 속도로 돌리면 분당회전수가 255rpm 정도다.)

5회전을 하려면 당연히 더 많은 회전수가 필요하다. 리처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5회전을 하려면 약 400rpm이 필요하고, 점프 최고점에서는 500rpm이 필요하다”며 ”연구실에서 본 최고 회전수는 430~440rpm이다. 장비의 도움 없이 5회전 점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스케이트 부츠나 장갑이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특히 무거운 장갑은 회전할 때 스케이터에게 추가 가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브리검영 대학에서 생물역할을 연구하는 사라 리지는 무거운 장갑의 회전가속 효과를 연구한다. 그는 ”스케이터가 무게감 있는 장갑을 낀 뒤, 팔을 같은 위치로 당길 수 있다면 점프하는 동안 더 많은 회전수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론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테스트 결과 처음 몇번의 점프에서는 이론대로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스케이터가 곧 무게에 적응해버렸기 때문에 이후 점프에선 효과가 없었다.

고벨은 여전히 장비 도움없이 5회전 점프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실 쿼드 악셀(4.5회전 점프)보다 5회전 점프가 먼저 실현될 것 같다”며 ”토 점프는 엣지를 사용하는 점프인 악셀보다 훨씬 안정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쿼드 악셀은 네이선 첸도 성공하지 못한 점프다.

이런 이유로 고벨은 선수시절 트리플악셀(3.5회전)보다 4회전 점프를 실전에서 먼저 시도했다. 고벨은 우리가 쿼드악셀(4.5회전)보다 5회전 점프를 먼저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6,7년 안에 실전에서 5회전 점프를 봐도 나는 놀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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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4회전 #5회전 #네이선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