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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만에 남쪽에서 공연한 북한 예술단은 "평화"와 "통일"을 노래했다

"헤어졌던 부모 형제들과 상봉한 것처럼 감격스럽고 기쁘다"

  • 허완
  • 입력 2018.02.08 22:53
ⓒ뉴스1

″여러분 반갑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민족의 경사로 축하하기 위해 강릉을 먼저 찾았습니다.”

8일 오후 8시 강원 강릉시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는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 민족통일대회 이후 15년6개월 만에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이 열렸다. 공연에 참여하는 북한 예술단은 관계자를 포함해 총 140여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객석 입장은 오후 7시30분부터 이뤄졌다. 공개된 무대는 가로 14m 세로 16m 규모였다. 특히 무대와 관객석 사이의 거리가 3m에 불과해 아주 가까웠다. 사임당홀 하우스매니저는 무대 앞 좌석인 70석을 비우고 무대공간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에 총 좌석 998석인 사임당홀은 방송장비를 배치한 객석공간을 제외하고 902석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일반 응모관객 560명과 초청관객 252명 등 총 812명이 관람했다. 무대는 지휘자를 중심으로 전자음악 연주단체인 모란봉악단이 중앙에 배치됐고, 관현악단이 좌우로 나눠 앉았다. 맨 뒤에는 타악기들이 몰려 앉았다. 지휘자는 삼지연악단 지휘자로 추정됐다.

객석에서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문순 강원도지사, 최명희 강릉시장, 유은혜 의원,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 진옥섭 한국문화재단이사장 등 정계와 문화계 인사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공연 시작 전 삼지연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과 함께 등장해 객석 중앙에 자리했다. 

ⓒ뉴스1

예정보다 10분 늦게 시작한 공연에서 북한예술단은 첫곡으로 북측 가수 리경숙이 부른 ‘반갑습니다‘를 골랐다. 두번째 곡은 여성 8중창단이 ‘흰눈아 내려가‘를 불렀다. 이곡은 북측에서 지난 2018년 1월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신년경축공연 ‘조선의 모습’에서의 대표곡이었다.

특별공연 관객인 남한 관객의 정서에 맞게 ‘설눈‘이란 단어를 ‘흰눈’으로 개사해 불렀다. 특히, 겨울 소나무 위의 잔설이 쏟아지는 영상과 함께 천장에서 은색가루가 쏟아지며 무대를 수놓았다.

세번째 곡은 ″평화의 노래‘였다. 또 모란봉악단 소속 전자악기 4중주단이 ‘내 나라 제일로 좋아’를 경쾌한 리듬으로 연주했다. 이들은 무대 밖으로 퇴장하지 않고 관현악단 안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노래 ‘J에게‘를 여성 2중창으로 선보였고, 왁스의 ‘여정’ 등 다양한 등 우리 가요도 연주했다. 짧은 운동복을 입은 여성 6명이 ‘달려가자 미래로’에 맞춰 경쾌한 율동을 선보이기도 했다. 

ⓒ뉴스1

이후 ‘백조의호수’ ‘스케트 타는 사람들의 왈쯔’ ‘라데쯔키 행진곡’ ‘카르멘 서곡’ ‘윌리엄텔 서곡’ 등 널리 알려진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등을 연주했고 합창단이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여성 4중창으로 불렀다. 이어 ‘이별’ ‘당신은 모르실거야’ ‘다함께 차차차’ 등 한국 가요를 이어 선보여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공연 사회자는 ”이렇게 만나니 헤어졌던 부모 형제들과 상봉한 것처럼 감격스럽고 기쁘다”며 ”우리 모두는 하나의 겨레, 하나의 민족이라는 혈연의 뜨거운 정을 안고 이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가 성의껏 마련한 소박한 축하의 노래로 이번 축제가 더욱 빛이 나고 통일의 새시대가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뉴스1

공연 전 만난 관객들은 15년만의 북한 예술단 공연을 흥미로워하는 분위기였다. 인천에서 온 권영(76)·이근숙(70) 부부는 ”주변 지인 중에서 우리 부부만 됐다”며 ”완전히 로또 당첨된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대전에 사는 실향민 이건삼(74)씨는 새벽차를 타고 강릉에 도착했다고 했다. 이 씨는 ”황해도 사리원이 고향인 실향민이며 6살때 이남으로 내려왔다. 이번 공연에 대해선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퇴직후 여행을 좋아해 세계를 일주했는데 태국이나 중국에서 이북식당에서 공연하는 것을 보면 재주도 좋고 끼도 많더라”며 ”만약에 생전에 통일이 된다면 고향에 가서 묻히고 싶다”고 덧붙였다. 

ⓒ뉴스1

이날 공연에 나선 140여 명 규모의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번 공연을 위해 조직된 일종의 ‘프로젝트 악단’으로 오케스트라가 80명 정도고, 나머지는 합창단원과 가수, 무용수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삼지연악단, 모란봉악단, 청봉악단, 조선국립교향악단, 만수대예술단, 국가공훈합창단 등 6~7개의 북한 예술단에서 최정예 연주자와 가수, 무용수를 뽑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지연관현악단은 지난 6일 여객선인 만경봉 92호를 타고 원산항을 출발해 동해 해상경계선을 넘어 동해 묵호항에 도착했다. 이번 강릉 공연 후 서울로 이동해 11일 오후 7시 국립중앙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고서 육로로 귀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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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