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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8일 17시 40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8일 17시 40분 KST

특전사 신형 칼, 그 불편한 진실

“스테이크 먹일 수 있는 돈으로 김치찌개 회식 시켜준거랑 뭐가 다릅니까?”

huffpost
최근 문제가 된 특전사의 신형 특수전용 칼. 아래에 있는 것이 손잡이에 들어갈 생존용품들.

특전사의 신형 나이프가 뜻밖에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전사가 ‘생존용 특전칼’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작전용 나이프를 도입하려던 것이 지연되면서 논란이 되었던 것이 작년 초의 이야기. 드디어 이것이 시험평가등을 거쳐 도입이 눈 앞에 다가왔다는 소식이 들렸건만, 막상 채택된 것으로 알려진 제품의 사진이 공개되자 인터넷은 새로운 장비의 도입을 반기는 목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반발의 목소리가 더 높게 울리게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일단 논란이 된 새로운 칼은 이탈리아 폭스나이프사의 “램블러” 모델을 베이스로 철조망등의 금속 와이어 절단기능을 추가한 제품으로 알려졌다. 즉 램블러 모델의 칼날에 구멍을 추가하고 이 구멍에 끼워져 일종의 와이어 커터 역할을 할 수 있는 폭스나이프의 다른 모델(착검 가능한 대검 모델)의 칼집을 끼운, 특전사용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 납품이 진행될 예정이라는 이야기다. 특전사는 이 칼 200개를 납품받아 테스트 후 “운용자들이 만족”했으니 추가 구매로 연결할 예정이다.

이번에 납품될 특수전용 칼은 이탈리아 폭스나이프의 '램블러'모델을 기초로 변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도대체 왜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고 환호가 아니라 분노를 먼저 날렸을까. 일단 외관 자체가 흔히 이야기하는 전술 나이프라기 보다는 미군용 M9대검 -가격면에서 문제의 칼보다 절반 정도에 불과한- 의 “열화 카피”버전으로 오해받기 쉬운 스타일이기 때문이기도하다. 게다가 손잡이는 금속제이지만 내부에 빈 공간이 있어 그 안에 성냥이나 낚싯줄 등의 서바이벌(생존) 도구들이 들어갈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런 기능이 제대로 된 전술용 나이프라기 보다는 민간에서 아웃도어 스포츠용으로 사용하는, 흔히 말하는 ‘람보칼’과 같은 비전술적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칼날은 반짝이는 은색이고 손잡이도 금속제로, 얼핏 보면 요즘 흔히 파는 ‘중국제 몇만원짜리 칼’처럼 보이지 않는것도 아니다.

미군의 M9대검. 80년대에 채택된 것으로, 이것을 기준으로 오늘날의 특수전 대검을 평가하는 것도 문제가 좀 있다.

물론 이것이 ‘중국제 몇만원짜리 칼’까지는 아니고 이탈리아제이며 그래도 나름 실제 도검에 사용하는 스테인레스 소재를 적용하는 등 완전한 싸구려는 아니라고 한다. 폭스 나이프의 유사 모델이 미국에서도 19~20만원 정도에 팔리는 것을 감안하면 개당 18만원이라는 해당 모델의 납품 예상단가가 말도 안되는 수준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이번 칼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자 육군측은 비교적 일찍 적극적으로 반박자료를 내놓고 재질면에서도 저가 모델이 아니며 실제 사용자측이 만족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설파하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아무 문제도 없을까. 값이 싸지만 않으면 모든것이 OK일까. 비록 이것이 비리가 아닐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비리가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더 절망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사건(?)의 경과

그렇다면, 이 ‘특전칼’은 어떻게 해서 채택이 되었을까. 그 경과를 간단하게 짚어보자.

원래 특전사는 오랫동안 ‘특전대검’이라는 특전사만의 칼을 써오기는 했다. 문제는 이 칼이 태생적으로 특수부대용 칼이 아니라는데 있다. 이 칼은 원래 정규군용의 대검으로 개발된 독일 아이크혼사의 KCB77대검인데, 그것을 국내 업체에서 모방 생산한 것이 특전사에서 채택된 것이다.

KCB77대검이 특전용으로 채택된 이유는 현재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국군의 대검에는 없는 절단기로서의 기능 때문일 것이다. 칼집 끝과 칼날을 결합해 철조망등을 자르는 절단기처럼 사용하게 한다는 이 기능은 이론적으로는 특수부대원들이 별도의 절단기를 휴대하지 않아도 되게 하니 매우 요긴하게 보였을 것이다.

독일제의 KCB-77 대검. 기존의 특전대검은 이것을 국산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 사용 대원들의 경험담은 전혀 아니다. 일단 일반 절단기에 비해 체력소모가 극심해지는 등 비효율적이어서 결국 절단기를 따로 휴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소재도 내구성도 문제였다. 칼날과 손잡이의 이음새 부분이 자주 부러져 아예 ‘힘을 받는 행위는 하지 말라’는 구두명령이 내려진 경우조차 있었다고 한다. 최근 모 매체에 이 문제에 대해 기고한 한 특전사 예비역 대원은 앞서 언급한 문제들을 거론하면서 ‘경계근무 이동중 나무에 부딪혀 대검이 부러진 적이 있다’고까지 할 정도였다.

특수부대가 극한상황에서 쓰는 칼에 ‘힘을 받는 행위는 하지 말라’고? 이 쯤 되면 이게 정말 칼인지 장식인지 알기 힘들 정도다. 여기에 더해 디자인 자체도 나이프를 이용한 격투전에 적합하지 않아 특전사 대원들의 불만은 여러모로 팽배해 있었다.

이로 인해 2013년에 부임한 당시의 신임 특전사 사령관 전인범 장군은 칼 문제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지만, 워낙 산적한 과제가 많은 특전사였던지라 결국 전 장군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임기를 마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의 특전사령관들이 다 그렇듯 이 문제도 한동안 지지부진하다 2017년에 다시 화제가 됐다. 당시 퇴역후 민주당 대선 캠프에 합류했던 전인범 전 사령관이 민주당 캠프 합류의 이유중 하나로 이 문제를 거론하자 “특전사에 7만원짜리 람보칼도 안 사줘서…” 라는 제목으로 각 언론이 대서특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전인범의 문재인 캠프 합류는 ‘보수에 대한 배신’인가 

이 문제가 불거지자 국방부는 신속하게 대처한다며 “2022년까지 18억원을 들여 15만원짜리 특수작전 칼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런 종류의 나이프를 구매하는데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등등 국방부의 발표에도 여전히 알 만한 사람들의 불만은 만만치 않았지만, 일반인들 대다수는 그러려니 하고 잊고 넘어갔다.

그리고 2018년, 드디어 그 문제의 ‘특수작전칼’이 등장했지만… 아마 타이틀 사진을 보시는 여러분도 느끼시겠지만, 이 칼은 절대 ‘괜찮지’않다.

디자인의 후진성

일단 이번 문제의 나이프는 디자인 자체가 실패나 다름없다. 번쩍거리는 칼날 표면의 광택부터 이게 뭔가 싶지만, 내부에 뭔가를 수납하게 되어있는 금속제의 칼 손잡이 자체부터 확실한 실패나 마찬가지다.

일견 생존에 필요한 도구들이 들어있는 손잡이는 야외 생존에 매우 편리할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흔히 말하는 ‘람보칼’이 바로 이런 도구를 수납할 공간을 갖춘 그런 모델이기 때문이다. 칼 하나만 있으면 그 안에 있는 도구로 불을 피우거나 낚시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일견 고립된 상황에서의 생존을 보장하는 ‘요술방망이’처럼 보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편리하고 실용적인 아이디어일까? 결론은 간단하다. “아니다”.

일단 어떤 군용 장비가 정말 쓸만한지 알고 싶으면 가장 간단한 방법이 있다. 바로 해외에서 비슷한 것이 쓰이는지 아닌지 보면 된다. 그러니 우리는 해외의 특수부대원들이 애용하는 나이프를 살펴보자.

간단하게 말해서, “저런거 없다”. 필자가 아는 한, 해외 주요 특수부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등- 의 그 어떤 나이프도 저렇게 손잡이가 뭘 넣을 수 있는 디자인으로 되어있지 않다. 아니, 저런 요긴한 도구들을 칼 하나만 있으면 다 가지고 다닐 수 있는데 왜 안 그럴까? 그들이 그만큼 멍청하고 우리는 똑똑해서? 물론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럴 경우 99.9999% 의 확률로 ‘경험상 그게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온타리오사의 Mk.3 네이비 모델. 미 해군 씰 팀의 지급 나이프다. 이것 역시 절단기능이나 생존도구 수납등의 능력이 없다.

손잡이에 뭘 넣을 수 있게 만든다는 이야기는 결국 속이 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손잡이 자체의 내구성부터 약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칼 전체의 강성이 그만큼 크게 위협받기 때문이다.

아예 접히는 방식으로 부피를 절약하게 만든 구조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픽스드 블레이드(고정식 칼날) 나이프중 특수부대나 군에서 쓸 전술용 나이프라면 사실상 전부가 풀 탱(Full Tang)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즉 칼날이 손잡이 안쪽까지 죽 이어지는, 혹은 손잡이가 사실상 칼날의 일부라는 일체형 구조라는 이야기다.

이렇게 만드는 것은 물론 그만큼 튼튼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특수부대원들이 칼을 사용한다면 가장 먼저 칼 자체를 도구로서, 강한 힘을 받을 일을 하게 될 것이다. 나무를 깎든 쪼개든 뭘 하든 힘을 많이 받게 될 것은 너무나 뻔하다. 그러니 풀 탱 구조를 적용하는게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특전용칼’은 풀 탱 구조가 될래야 될 수 없는, 손잡이와 칼날이 사실상 별개인 구조인데다 손잡이 자체도 속이 텅 빈 구조여서 강한 힘을 받기 힘들다. 설령 칼날 자체가 버티는 수준의 힘이 가해져도 손잡이와 칼날의 결합부분 부터 파손될 우려가 매우 높아 보인다.

미 해병대가 애용해 온 전술용 나이프중 하나인 케이바 나이프에서 손잡이를 떼어낸 모습. 칼날의 일부가 손잡이까지 연장된, 일종의 풀 탱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손잡이가 금속이라는 점도 이해하기 힘들다. 금속 표면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데, 이러면 혹한에는 칼을 다루려면 무조건 장갑을 끼우고 있어야만 한다. 영하 수십도의 혹한에, 맨손으로 금속표면을 만지면 어떻게 될지는 잘 아실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칼을 이용하는 작업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맨손으로 감각을 잘 활용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총의 손잡이등이 플라스틱이나 나무인 것도 마찬가지 이유인데, 정작 더더욱 맨손으로 다룰 확률이 높은 칼의 손잡이는 금속 그대로라는 것은 매우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그래도 손잡이 안에 든 생존도구들이 유용하지 않겠느냐는 반론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도구들보다 가장 먼저, 가장 자주 사용될 칼 그 자체가 문제라면 그 안에 뭐가 들어갔느냐는 정말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그 도구들의 부피 정도면 다른 곳에 따로 가지고 다녀도 부담은 별로 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건 칼에 뭘 넣느냐가 아니라 칼 그 자체가 얼마나 튼튼하느냐이다.

절단기는 과연?

디자인상 문제가 될 또 다른 부분은 이 칼에 달려있는 절단기로서의 기능이다. 칼집 끝과 칼을 결합한 뒤 일종의 절단기처럼 사용해 철조망이나 전선등을 자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기능은 앞서 언급한 과거의 ‘특전대검’에도 있었고, 미 육군의 현용 대검인 M9에도 달려있으며 그 외에도 적지 않은 나라들의 군용대검에 달려있는 기능이다. 따라서 일견 이런 기능이 달려있는 것도 나름 ‘선진국형’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것도 한번 다른 나라 특수부대용 나이프들과 비교해 보자.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또 다른 충격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들 그런 기능이 없다! 뭐 안전벨트 정도를 자를 수 있는 기능이 있는 나이프도 있지만, 아예 철조망까지 끊겠다는 패기넘치는(?) 절단기급의 기능을 바라는 그런 디자인은 사실상 없다.

왜 없을까. 간단하게 말해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갖춰 놓으면 절단기처럼 어떻게 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진짜 절단기에 비하면 훨씬 능률이 떨어지고 자칫 칼 자체가 상하기도 쉽다는 이야기다. 앞에서도 기존의 특전대검으로 절단기처럼 쓰는 것이 당장 ‘체력소모가 심하다’고 했던 것으로 짐작하실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 기능을 위해 칼집의 부피와 무게도 희생된다.

사실 선진국 대검들의 절단기 능력도 과거의 유행이지 요즘과는 거리가 좀 멀다. 이 기능이 처음 추가된 대검은 1960년대 구 소련제의 AK소총용 대검이었다. 그것이 1970년대에 처음 서방세계에 알려지면서 서방측 군 관계자들도 좋은 디자인이라고 생각해 미군까지 채택했다. 실제로 1980년대에 대검을 새로 채택한 나라들이 이런 경우다. 그런데 90년대부터 이 디자인이 생각보다 불편하면서 별 쓸모는 없다는 회의론이 대세가 되기 시작했고, 특히 격투전용으로는 매우 안 좋다는 지적이 강하다.

실제로 미 해병대는 육군과 달리 M9대검을 거의 쓰지 않았고, 2003년에 이들이 채택한 신형 대검도 절단기로는 쓸 수 없는 디자인이다. 그런데 해병대원들은 불만을 갖기는 커녕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미 해병대의 OKC3S 대검. 보시다시피 절단기능이 없다.

우리 특전사가 원래 사용하던 과거의 ‘특전대검’에도, 앞서 언급됐듯 이런 절단기로서의 기능은 부가되어 있었다. 그러나 일단 칼날 재질의 불량으로 인한 파손 문제도 있고, 설령 파손 문제가 없다 쳐도 비효율적이라 절단기를 따로 휴대하고 다녔다고 한다. 필자가 만나 본 전직 특전사 대원들도 거의가 칼날 재질이 설령 ‘선진국급’이라 한들, 이런 나이프에 기능 하나 붙여준 정도로는 비효율적이기는 마찬가지인 만큼 결국 작전에 절단기를 따로 휴대할 것은 변함이 없으리라는 의견이었다.

물론 절단기만 문제는 아니다. 디자인 자체가 전술용 나이프의 또 다른 주요 기능중 하나인 나이프 격투전에 결코 적합하지 않다. 칼이 그냥 칼날과 손잡이만 있으면 끝나는게 아니다. 그게 그렇게 쉬우면 세계 각지의 전문 나이프 장인들이 오늘도 최적의 나이프 형태를 연구할 필요가 없다.

소재 자체도 문제

하여간 군 당국에서 뭐라고 변명했든, 이번의 ‘특수작전 칼’은 기본 설계 자체가 특수전용 칼로는 상당히 문제가 있는 제품이다. 어떻게 테스트했길래 “사용 편리성, 다목적 활용 가능성에서 사용자 만족도가 높게 평가”됐는지도 의문이다. 일부 예비역 특전사 대원들은 이런 군의 발표를 보고 “도대체 어디 사는 누구한테 평가를 맡겨서 그런 말도 안되는 결과가 나오냐”고 분노할 정도였다.

하지만 논란이 여기서 끝나지는 않는다. 군의 해명발표에 의하면 “특전사에서 시험 평가한 제품은 ‘스테인리스 스틸 440A, 강도 HRC56’이고, 시중에서 유통되는 ‘재질 420A, 강도 HRC53’의 정품 가격대는 13만~29만 원 수준으로, 보도에서 언급된 M9 제품은 특수작전용이 아닌 과거에 사용된 일반형 대검으로 두 개 제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되어있다. 즉 디자인 문제는 어쨌든 적어도 재질적으로는 문제가 없고, 가격적으로 봐도 ‘미군 M9대검의 두배’라는 비난은 비싼 소재를 쓴 만큼 억울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럴까? 한번 ‘팩트체크’를 좀 해 보자.

해외 업체들의 자료를 볼라치면, 군에서 ‘시중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말한 420A 스테인레스 소재는 나이프의 단단함을 뜻하는 ‘경도’와 칼날의 유지능력을 평가하는 ‘엣지 리텐션’, 그리고 내마모성 등 나이프의 물성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모두에 거의 최하위를 차지한다. 440A는 이 참담한 420A보다 약간 높은 수준에 불과, 전술용 나이프 소재로는 해외에서 결코 선호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평균 이하라는 이야기다. 유일하게 440A가 중간을 좀 넘는 물성을 보이는 부분은 녹 방지 능력. 이 때문에 잠수용 나이프등이 이 소재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하지만, 이름 있는 전술용 나이프들에서는 결코 아니다.

심지어 ‘철조망 절단능력이 중요하다’면서 내세운 강도 역시 바로 그 절단 임무에 어울리지 않는 낮은 수준이다. HRC56이면,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니퍼’만도 못하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일반 니퍼나 와이어 커터의 경도는 HRC60~67 사이다. 즉 군에서 강조한 절단능력에서조차 ‘함량미달’이라는 평가를 받기 좋다.

나이프에 많이 쓰이는 소재들의 각종 물성을 비교한 차트들. 군에서 사용했다고 하는 440A 스테인레스 소재는 맨 아래의 부식 방지 성능을 제외하면 어느것 하나 평균 이하다. 우수한 소재를 사용했다는 군의 발표가 무색하다.

물론 이보다 물성이 좋고 해외 전술용 나이프에도 더 많이 사용되는 CPM S30V나 154CM같은(사실 나이프 전문가들은 이 소재들도 ‘최소한’이라고 주장한다) 강재를 사용하면 더 비싸지지 않겠느냐고 주장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소재를 쓴 해외 나이프들 대다수가 18만원보다 싸다. 물론 이번에 논란이 된 칼처럼 절단기로서의 능력이나 손잡이의 수납기능등을 추가하면 비싸질 수도 있겠지만, 애당초 그 기능들의 필요성이나 실용성이 어떤지 감안하면 차라리 이런 기능들 없애도 더 튼튼한 디자인과 소재로 칼을 만드는게 특전사 일선 대원들에게 압도적으로 환영받지 않을까.

필자가 이번 문제에 대해 자료를 검색하면서 참조한 블로그에서는 이런 표현까지 썼다.

“스테이크 먹일 수 있는 돈으로 김치찌개 회식 시켜준거랑 뭐가 다릅니까?”

진짜 문제는…

사실 이 문제가 비리냐 아니냐를 놓고 초반에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다. 비리면 차라리 속편한 문제일지도 모른다. 돈 주고 받은 사람들 골라내서 엄벌해버리면 되니 말이다(물론 그것조차 쉽게 이뤄지지 못하는 우리 현실이지만).

하지만 비리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선 부대에서 애당초 이런 칼이 들어올 수 밖에 없는 요구조건이 만들어지고, 그런 이상한 요구조건으로 만들어진 장비가 일선에서 평가를 받으면서 ‘적합’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현역 특전사 대원들 중 실제 이 칼을 평가했다는 사람들을 아직 만난적도 없고, 설령 만났다 한들 지금같은 분위기에서 입을 열 것 같지는 않지만, 적어도 필자가 만난 예비역 특전사 대원들이나 국내외의 나이프 전문가들은 자세한 설명 없이 ‘특전사가 새로 채택한 나이프’라며 사진을 보여주자 실망을 넘어 경악할 정도였다. 즉 ‘잘 아는 사람들의 상식적’으로는 이런 칼이 요구되어서도 채택되어서도 안된다는 이야기다.

바꿔 말하면 특전사에서 제대로 된 장비를 선정하고 평가해서 구매하는 절차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장비의 요구조건(ROC)를 선정하는 단계에서 해외 특수부대의 실태 조사나 나이프 전문가들의 의견 청취, 실제 사용부대원들의 의견 청취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또 평가 단계에서도 어떤 이유로든 검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애당초 이런 칼을 ‘부대 제식으로 무조건 통일’한다는 발상 자체가 해외 특수부대들에서는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설령 제식 칼이 있는 부대라 해도 각 개인별, 혹은 하급제대별 개별구매후 사용, 즉 흔히 우리가 말하는 ‘사제품’사용을 전혀 뭐라 하지 않으며 아예 이런 ‘사제칼’의 구매비용을 직접 보조하는 부대도 있다. 사실 이런 칼은 선호도의 개인차가 매우 큰 장비고 각자의 경험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만큼 차라리 이런 ‘사제품’ 허용이 더 효율적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년 특수전 칼 논란이 있을 때 해외 구매 모델로 거론되던 미국 거버사의 LMF모델. 많은 관계자들은 현재 거론되는 특수전용 칼 보다 차라리 이 모델이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솔직히 필자의 의견도 과거 특전칼 논란이 되었던 2017년에 거론된 ‘7만원짜리’ 해외 모델이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거론된 미국 거버사의 제품은 최소한 훨씬 싸기라도 한데다 휴대성도 높고 디자인상 칼로서의 기능성도 오히려 더 낫다. 다양한 기능은 없지만, 애당초 절단기나 생존장비 수납기능은 해외 특수전용 나이프에서는 ‘석기시대의 유물’취급을 받는 것들이니 없다고 단점이 될 수도 없다. 이처럼 ‘스테이크 값을 내고 김치찌개를 사 먹는’ 상황이 아예 구조적으로 근절되지 못한다면, 특전사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면 과언일까. 제발 이런 문제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