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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5일 17시 55분 KST

열악한 환경·노로바이러스…안전하지 못한 평창올림픽 안전요원들

“입소 초부터 물에서 썩은 냄새가 난다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4일 강원도 평창군 호렙청소년수련원(집단급식소)에서 민간 안전요원이 설사 및 두통을 동반한 복통 증세가 발생하였습니다. 강원도 보건환경연구원 조사결과 노로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수인성 전염병으로 선수촌 보안요원 등 31명(환자20명·의심자 11명)이 증세를 보여 격리 조치하였습니다.”

-2월5일 <2018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 보도자료>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나흘 앞두고 선수촌 보안요원 등 31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추정되는 수인성 전염병에 걸렸거나 의심 증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보안요원들은 올림픽조직위에서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선발한 대학생들인데요. 선수촌 보안요원 가운데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자 언론에서는 선수촌 위생 관리 및 점검을 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전염병에 감염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노로바이러스 전염병 출현으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선수들보다 우선 민간안전요원입니다.

이들 상당수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비위생적인 숙소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직위의 관리부실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해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겨레>가 민간안전요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물에서 썩은 냄새”…총제적 관리부실

“1월31일 입소 뒤부터 (노로바이러스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이 간혹 보였어요. 관리자에게 계속해서 이야기를 했는데 상비약 수준의 약만 주더라고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아지니 4일 버스로 응급실에 갈 사람을 모은 거에요.”

평창동계올림픽 민간안전요원으로 투입돼 호렙청소년수련관에서 체류했던 최아무개씨는 노로바이러스 환자 발생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겨레
4일 오후 2018 평창동계올림픽 민간보안업체 직원 20여명이 복통과 구토 증세 등을 보여 치료를 받고 있는 강원 강릉시의 한 병원 응급실에 불이 켜져 있다. 작은 사진 왼족은 치료를 기다리는 민간 안전요원들, 오른쪽은 이들이 평소 먹고 있는 식사

민간안전요원들이 머문 숙소는 그야말로 총체적 관리부실이었습니다.

최씨는 “입소 초부터 샤워하는 물에서 비린내나 썩은 냄새가 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계속 건의를 했지만 아무런 조처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갑자기 숙소에선 ‘정수기 물을 마시지 말라’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민간안전요원들에게 정확한 경위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씨는 ”정수기 물을 마시지 말라고 해놓고 식수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주변에 편의점이 딱 한 곳 있는데 곧 공사에 들어간다고 한다. 어디서 물을 사 먹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전염병이 발생하자 조직위는 민간안전요원들을 격리해 감염병 확산 방지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보안업무에 인근 군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군 병력이 투입되기 전까진 인력교대 없이 전날인 4일 야근조의 근무를 연장하겠다고 했습니다. 외부와 접촉하는 민간안전요원들의 수를 줄이기 위해서겠죠.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전날 야근조는 휴식시간 없이 꼬박 18시간을 근무해야 했습니다. 알펜시아 올림픽파크에서 근무 중인 최씨는 ”노로바이러스 때문에 안전요원들을 모두 격리한다고 한다. 원래 12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전 8시에 퇴근해야 하는데 군 병력이 늦게 온다고 해서 오후 2시까지 근무하라는 지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씨는 ”몸이 천근만근”이라며 ”빨리 가서 잠을 자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올림픽 조직위가 체계적으로 선발·운영한다더니…

용인대 등 경호·안전 관련 전공 대학생 2000여명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에서 민간안전요원으로 활동한다. 25일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용인대에 따르면 용인대를 포함해 강원지역 대학들은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와 MOU를 체결하고 전국 25개 대학교 학생 총 2200명 가량이 올림픽 기간동안 안전보안요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는 올림픽 조직위에서 민간안전요원을 체계적으로 선발, 운영하는 첫 사례다.

-2017년10월25일 파이낸셜뉴스, 평창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대학생 민간안전요원 활약

평창 조직위원회는 민간안전요원을 ‘체계적으로 선발 운영하는 첫 사례’라고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유니에스라는 아웃소싱 회사와 용역계약을 맺은 게 전부입니다. 민간안전요원 선발과 관리 업무를 유니에스라는 업체에 용역을 줬고, 민간안전요원은 유니에스의 지시를 받습니다.

민간안전요원들은 유니에스가 교육부터 관리까지 주먹구구였다고 지적합니다.

평창올림픽 자원봉사를 신청하려다 기간을 놓쳐 민간안전요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는 대학교 4학년 김아무개씨는 12월16일부터 18일까지 하루 8시간씩 강남에 있는 직업 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모집공고에서 업체는 이 교육을 ‘보안/검색요원 자격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 제공’이라고 홍보했는데, ‘범죄예방론’ ‘직업윤리 및 서비스’ 등을 배웠다고 합니다.

이 필수교육을 수료해야 안전요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데, 김씨는 ”이것부터가 주먹구구였다”며 ″시험문제를 강사들이 함께 풀어줬다”고 답했습니다.

이후 김씨는 지난 30일 서울에서 평창으로 이동해 오대산수련원에서 2일 동안 추가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때도 현장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습니다.

김씨는 ”현장에 가면 관계자가 설명해 줄 것이라는 이야기만 반복했고 현장에 가서도 자료로 알아서 공부하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며 ”원래는 경찰과 함께 근무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르바이트생들이 출입물 반입검사를 하고 있어 위험 물질이 반입되어도 빼앗을 권한이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근로계약서조차 쓰지 않고 현장에 투입

김씨는 근로조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습니다.

교육을 받는 동안 ‘주간 12시간+야간 12시간+비번’ 순으로 근무한다고 들었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비번은 없었습니다.

주말과 설 연휴에 당연히 휴일근로수당을 받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역시 희망사항에 불과했습니다.

김씨는 ”일당은 최저 시급에 ‘근무일X하루일당(주간 11만5000원·야간 14만5000원)’으로 이뤄진 포괄임금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휴일에 근무할 경우 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근무시간 책정도 문제였습니다. 숙소에서 근무지까지는 왕복 2시간30분이 걸렸지만, 이는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겨레
민간보안요원들이 뒤늦게 받은 근로계약서의 급여 부분

유니에스는 급여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합니다. 모집공고에 포괄임금제로 나갔다는 겁니다. 업체와 보안요원들은 왜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근무에 투입되기 전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보안요원들은 현장에 도착해서야 뒤늦게 문자메시지로 근로계약서를 받았습니다. 이미 1월31일 저녁 9시부터 근무를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그 전에 근로계약서 체결이 이뤄지지 않은 겁니다. 일부 보안요원들은 5일 현재까지도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숙소 사정은 어땠을까요? 4인 1실에 10~11명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세탁기가 없는 곳도 다수입니다. 일부 숙소는 난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 상태에서 노로바이러스 환자까지 발생했습니다.

식사도 형편없었습니다. 김씨는 ″식사비로 8000원이 책정돼 있다고 하는데 고등학교 급식보다도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결국 김씨는 2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겨레
8000원이 책정됐다는 민간안전요원들의 식사. 반찬이 떨어져 못받는 경우도 잦았다고 한다.

″숙소에서 근무현장까지 45인 버스를 타고 이동해요. 길이 꼬불꼬불한데, 운영자들이 정원 이상으로 태워서 서서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했어요.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는 거냐 물으니 대답을 제대로 못 했어요. 물어보면 짜증만 내고 제대로 알려주는 게 없었죠. 상황실이 어딘지도 파악 안됐고, 3일째가 돼서야 겨우 알아냈거든요.”

김씨는 결정적으로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이 일을 그만뒀다고 밝혔습니다.


올림픽조직위 “우리가 개입할 문제 아니다”

민간안전요원 위탁업체인 유니에스는 안전요원들의 억지 주장이라고 답변합니다. 복통을 호소해 바로 병원에 데려갔고, 의료비를 자신들이 냈다고 강조합니다.

급여 불만에 대해 유니에스는 ”경비업무를 맡으려면 일반경비원 신임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가 14만원씩 경비까지 지원해줬다”며 ”모집공고에 임금 등이 적혀 있었고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노로바이러스로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문제 역시 ”우리가 비용을 지급한 숙소에서 제공해야 함에도 우리가 학생들을 위해 직접 제공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조직위는 이같은 문제를 알고 있을까요?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유니에스와 계약한 인력 숫자, 용역 비용 등은 알아도 임금을 어떻게 지불하고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관여하지 않는다”며 ”그 문제는 유니에스와 피고용자들 간에 할 이야기로 조직위가 그 부분까지 세세하게 개입하진 않는다”고 답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등록금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 달 정도 일해서 250만원 정도 벌려고 들어왔어요. 돈이 꼭 필요한 게 아닌 친구들은 나가기도 하는데, 전 지금 돌아가면 알바를 구하기도 어려워 이곳에 남아있는 상태에요. 하지만 계속 이런 상태면, 근로계약서 쓰지 말고 다 같이 나가자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노로바이러스 발병 소식이 들린 뒤 민간안전요원들이 가장 두려워했던 건 격리를 이유로 모두 쫓겨나는 건 아니냐는 우려였습니다.

실제 4일 밤에는 ”해당 인력을 모두 철수시키고 2400명을 군 병력으로 대체할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최씨는 ”이 아르바이트 하나만 보고 평창에 온 학생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 왔네요.

현재까지 민간안전요원 철수는 이뤄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직위는 민간안전요원들을 2일간 격리한 뒤 건강한 사람들만 순차적으로 근무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단체와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에 나설 것. 전 공직자가 참여해 선수단 및 관람객들의 안전 등 전 분야에 대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성공적인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안전요원들의 안전부터 다시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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