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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민간인 학살 집단매장지가 최초로 확인됐다

  • 이진우
  • 입력 2018.02.03 17:05
  • 수정 2018.02.03 17:17
지난 2014년 열린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출범 기자회견
지난 2014년 열린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 출범 기자회견 ⓒ뉴스1

서울지역에서 한국전쟁 중 학살당한 민간인 집단매장지가 최초로 확인됐다.

경향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민간인 학살 매장지는 서울 우이동 우이동신설선 북한산우이역 인근 등산로 입구다. 지난해 11월 16일, 하천 노후옹벽 정비공사를 하다 우연히 발견된 것이다.

국방부 감식단의 육안감식 결과 수습된 유해는 최소 6구이고, 아직 현장에서 발굴·수습되지 않은 유해도 최소 2구 이상으로 판단됐다. 총 8구 이상의 존재가 최초 확인된 것이다. 연령은 6세에서 60세까지로 다양했고, 여성으로 추정되는 유해도 나왔다.

시신들 중 일부는 철사로 손목 부위를 결박한 상태로 누워 있었고, 매장 방향과 자세가 비정형적이며, 허리 부분에 고무줄을 착용한 유해가 다수 확인됐다. 유류품에서도 은비녀, 틀니 등의 물건들이 나왔다. 이외에 탄피와 탄두도 발견됐는데, 감식보고서에는 ”아군 탄약류만 출토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민간인 희생자 매장지에서 발굴된 유해와 유사한 패턴을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주간경향은 이 유해들의 신원을 추정할 수 있는 증언도 보도했다.우이동 토박이로, 현재도 우이동에 거주하는 원모씨(83)는 ”함경도 함흥 출신으로 해방 후 월남해 송우이분교 음악교사로 있던 분”이라고 말했다. 원씨는 당시 목격담을 증언했다.

“9·28 서울 수복이 된 뒤 10월 어느 날이었다. 한옥에 숨어서 먼발치에서 봤다. 지금은 경전철을 지으면서 축대를 쌓아 개울이 깊어졌는데, 당시는 얕은 개울이었고 개울 옆에 고운 모래가 쌓인 곳이었다. 군인 복장의 사람들이 트럭에서 일가족을 끌고 내려와 총으로 쐈다. 어른이 죽어 푹 꺼꾸러지니 아이들이 방방 뛰었는데 그 아이들까지 죽여버렸다.”

원씨는 또 ”북이 싫어서 내려온 사람인데 자의적으로 좌익활동을 했겠는가. 설령 아버지가 좌익활동을 했더라도 어린아이들, 그리고 장모는 무슨 죄가 있어 그렇게 죽였던 건지….”라고 말했다.

이창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유족회 조직발전특별위원장은 ”원씨가 증언한 주 교사 가족과 별도로 또 다른 학살자 가족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다. 발굴현장에서 100m 떨어진 장소다.

행정안전부 등은 조사가 마무리되고 유해 안치작업이 끝나는 대로 기자회견을 통해 관련 사실을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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