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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2일 18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6일 17시 47분 KST

괴물을 다루는 문학

huffpost

2월에 나올 봄호 문학평에서 다룬 작품 중 하나가 강화길의 장편소설 ‘다른 사람‘이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인 캐릭터는 철저한 자기합리화와 ‘출세‘의 욕망으로 무장한 여성 교수 이아무개와 남자 대학원생 김아무개이다. 대충 그 내면이 짐작은 가면서도 이런 인물들의 내면이 어떨지에 대한 실감을 더해준다. 소설이 하는 역할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우리의 ‘상식‘으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괴물들 혹은 말종들의 내면을, 그 뒤틀리고 꼬인 강력한 자아방어와 욕망의 구조를 까발긴다는 것이다. 그것은 고발이라기 보다는 냉철한 분석이다. 좋은 소설은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와 심리와 욕망을 분석한다.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다만 보여준다. ‘보라, 여기 이런 괴물들이 있다’고. 그래서 괴물들의 면모를 실감나게 각인시킨다. 문학예술의 역할 중 하나다. 그런 괴물들이 이런 문학예술을 가까이할 가능성은 0에 가깝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은 그런 작품을 통해서 괴물들의 실체를 좀더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Geerati via Getty Images

법률 조문을 잘 외우고 시험을 잘 보는 기술(한국사회에서 출세하려면 꼭 필요한
기술이다)을 터득해서 ‘소년 등과‘(sic!)하고 ‘법률 엘리트들‘이 된 괴물들의 뒤틀린 욕망과 내면을 형상화하는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지금 그런 괴물들의 추한 몰골이 여기저기서 드러나는 중이다) 짐작컨대 지금 언론에 나오는 법률기술자들이 예외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위 (법률) 엘리트들, 혹은 기술자들 중에는 이런 괴물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 내 판단이 잘못되었다면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앙상한 법률조문으로, 더욱이 그 조문조차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뒤틀면서 출세의 길을 달리길 원하는 자들을 우리가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법률가‘를 높이 평가하는 한국사회의 기이한 풍조도 작용한다. 오해없길. 나는 민주주의 사회의 작동원리로서 법치주의의 가치를 십분 인정한다. 좋은 법률가들도 적지 않다는 걸 인정한다. 그러나 법치주의는 법률만능주의, 혹은 법률가 우대주의가 아니다. 여기에도 섬세한 구분이 필요하다.
 
나는 좋은 소설은 ‘선’이 아니라 ‘악’을 잘 그리는 작품이라고 평소에 생각해왔다. 물론 좋은 소설은 선과 악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품는다. 선과 악의 경계를 되묻는다. 그렇다고 해서 ‘악’에 대한 탐구를 소홀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고로 괴물들이나 인간 말종들은 결코 자신이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그 잘난 ‘엘리트‘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어떻게 자신을 악이라고 여기겠는가. 자기성찰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찾기 힘든 이런 괴물들에게 어느 페친이 알려준 구절을 적어둔다. ”자신이 신앙생활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스스로 선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는 확실히 하나님이 아니라 악마를 따르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C.S. 루이스) 영화 <밀양>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는 어느 기괴한 ‘신앙간증’(sic!)이 좋은 예다. 참회와 용서는 아무 때나, 아무나 떠들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나는 이와 관련해 다음 글을 썼었다. 용서와 화해의 조건.) 자고로 악은 선의 모습을 가장하는 법이다. 냉철한 이성에 근거한 자기성찰이 빠진 믿음은 악마를 따르는 법이다.
 
누구에게나 자기객관화는 어렵다. 자신을 외부에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은 옳으며, 자신은 ”선한 사람”이라고 느끼길 원한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인간의 본성이다. 인간은 자기중심적이기 쉽다. 그래서 자신을 냉철하게 되돌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런 자기객관화가 자칭 엘리트들에게서, 정확히 말하면 법률기술자들에게서 결핍될 때 어떤 끔찍한 결과가 나오는지를 지금 목도하는 중이다. 조심스러운 판단이지만 한국의 법률가 양성과정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이런 괴물들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문학이 좀더 강인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