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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2월 01일 10시 41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2월 01일 11시 12분 KST

24세 여성이 혼자 출산한 뒤 "버려진 아기 데려왔다" 거짓말하게 하는 사회

미혼모들은 임신·출산 사실이 알려지면 심각한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누구 아이야?”

 

지난 30일 새벽 광주광역시 두암동 한 아파트. 갓난애 울음소리를 듣고 깬 언니(26)가 거실로 나와 핏덩이 아기를 안고 있던 여동생 ㄱ(24)씨에게 물었다. ㄱ씨는 “현관문 앞에서 아이가 울고 있어 데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언니는 그 말을 믿고 112와 119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된 뒤 ㄱ씨는 언니에게 뒤늦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실은 그 아기, 내 아이야….” ㄱ씨는 이날 새벽 언니 집 화장실에서 혼자 아기를 낳았다. ㄱ씨는 미혼으로 대학 3학년 휴학 중이다. 경찰은 “ㄱ씨가 실제 아기를 집 밖으로 유기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영유아유기 혐의 입건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기는 ㄱ씨 가족이 돌볼 것으로 알려졌다.

 

왜 ㄱ씨는 “아파트 복도에 버려진 신생아를 데려왔다”고 거짓말을 했을까. 대부분의 미혼모들처럼 ㄱ씨도 막막함과 두려움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혼모들은 임신·출산 사실이 알려지면 심각한 차별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영유아 유기를 줄이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가장 절실하다. 경기도에서 7살 난 아들을 홀로 키우고 있는 노아무개(27)씨는 “최근 아이 초등학교 입학 예비소집에 갔다가 아이가 엄마와 성이 똑같은 사실을 알고 힐끗 쳐다보던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여전히 두려웠다”고 말했다.


toos via Getty Images

사회가 미혼모를 보듬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오후 광주시 광산구의 미혼모자가족 복지시설 ‘편한집’에서 만난 ㄴ(17)양은 “가족들에게도 임신 사실을 말할 수 없었고 혼자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정 사정 때문에 중학교를 중퇴한 ㄴ양은 6개월 된 딸의 엄마다. 경기도에 살던 그는 채팅으로 만난 남성(29)과의 사이에 덜컥 아이가 생기자 막막했지만, 육아를 선택했다. “영아일시보호소에서 출산을 한 뒤 아이를 입양하려다가 입양아들을 다룬 영상을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내 딸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어요.”

 

2015년 기준 통계를 보면, ㄱ씨와 ㄴ양 같은 10~20대 미혼모는 전체 미혼모(2만4천명)의 약 22%인 5292명이다. 2016년 국내외에 입양된 아이들 880명의 92%가 미혼모의 아이들이다. 2016년 307명의 갓난아기가 길바닥이나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다. 이는 2016년 외국에 입양된 인원수 334명과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하루에 한 명꼴로 아이를 버리고, 해외로 보내는 셈”이라고 말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초기엔 분만 과정을 지원했다가 점차 아이 양육, 미혼모 본인의 자립을 돕는 등 미혼모 지원 범위를 넓혀왔다. 전국 미혼모자 가족 복지시설은 62곳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혼모자의 홀로서기는 쉽지 않다. 특히 가족들과 인연을 끊고 사는 경우가 많은 미혼모들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미혼모자가 복지시설을 나갈 때 자립지원금을 지원하는 지방정부는 서울(400만~500만원), 광주(500만원), 울산(200만원) 정도다.

 

또 복지시설에 있는 모자가정 엄마가 자활에 성공해 148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으면 한부모 가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도 문제다. 광주 한 모자가족 보호시설 기세순(47) 원장은 “이 조항은 한부모 가족 지원 대상을 유지하려고 적극적인 자립보다 생계형 아르바이트에 그치게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쪽은 “중위소득의 월급을 받은 사실을 관련기관에서 통보받고 석달 후에 한부모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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