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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성추행, 못 건드린다” 진상조사단장 과거 발언 논란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김성환
  • 입력 2018.02.01 09:39
  • 수정 2018.02.01 15:45
ⓒ뉴스1

현직 검사의 ‘성추행 폭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검찰이 31일 내부 진상조사단 구성 방침을 밝혔으나, 법무부와 대검찰청 산하 개혁위원회가 잇따라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일단 ‘외부 인사’ 참여는 불가피해졌다. 다만 대검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위원회’ 형태가 아닌 검사장급 현직 간부가 이끄는 ‘조사단’ 형태를 유지하면서 일부 외부 인사를 포함시킨다는 방침이어서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부 진상조사단’을 향한 우려 

이날 대검찰청은 조사단 구성을 예고하며 진상조사단장에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명하고, 여성 부장검사를 부단장으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조 검사장이 여성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사실상 전문가”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조계뿐 아니라 여성 검사들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이 나왔다. 피해자나 여성 검사 처지에서 단순히 조사 책임자가 ‘여성’이라는 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가 평소 어떤 태도와 의지로 이런 문제에 대처했느냐는 점도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여성 검사는 “과거 조 검사장에게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문제를 언급했지만 ‘그런 사람은 내가 못 건드린다’는 취지의 답을 들었다”며 부정적 전망을 했다.

또 다른 여성 검사는 “그동안 이 문제와 관련한 상의를 해도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이제 와서 피해 검사들이 믿고 털어놓을 수 있겠느냐”“결국 조직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 조사하는 것인데, 여성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조사를 제대로 할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검사장은 2013년 ‘1호 여성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부터 줄곧 검찰 내에서 ‘여성 1호’로 꼽혔다. 하지만 조 검사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여성 후배들의 상의를 받아본 적 없다”며 안 전 검사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모른 체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법무부-대검 ‘엇박자’? 

대검이 조사단 구성을 발표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법무부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해야 한다는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검찰개혁위 권고안은 “검찰 내부의 감찰만으로 전·현직 검사들이 관련된 사건을 공정하게 조사할 수 있는지 여러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부 전문가가 진상조사 및 대책 마련을 총괄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위원회 권고안을 대검에 전달했다. 대검과 협의해 권고안이 반영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이날 저녁 대검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마저 ‘외부 인사’ 참여를 권고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발빠르게 대응한 진상조사단 출범 구상이 시작부터 안팎의 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대검은 내부적으로는 법무·검찰개혁위가 권고한 ‘진상규명위원회’ 형태 대신 ‘외부 자문 인사’를 참여시키는 조사단을 운용하는 형태의 절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10년에도 경남지역 건설업체 대표 정아무개씨가 전·현직 검사 57명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스폰서 검사’ 파문 당시 외부 인사인 성낙인 서울대 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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