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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화인 10명 중 1명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받았다”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 당했다는 비율도 20%에 달했다.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진위

배우, 연출, 작가, 스태프 등 영화계에 종사하는 여성 10명 중 1명이 ‘원치 않는 성관계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치 않는 성적 접촉을 강요 당했다는 비율도 20%에 달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영화진흥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 등이 손잡고 지난해 6~10월까지 영화계 종사자 각 직군 총 7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영진위는 지난해 영화계 성폭력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자 대책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에 나선 바 있다. 영화계에서 국비를 들여 공식적인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최종 보고서는 오는 3월 초 발표될 예정이다.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진위

<한겨레>가 단독 입수한 ‘실태조사 중간 결과 보고서’를 보면,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직접 경험을 묻는 질문에 여성 11.5%(남성 2.6%)가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19.0%(남성 9.7%)가 ‘원치 않는 신체접촉을 하거나 신체접촉을 하도록 강요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사적인 만남이나 데이트를 강요당했다’는 비율도 26.2%(남성 10.9%), 외모에 대한 성적 평가나 음담패설을 당한 사람은 35.1%(남성 20.3%), 술을 따르거나 옆에 앉도록 강요당한 경험을 한 비율은 29.7%(남성 15.0%)나 됐다. “영화계에 성희롱과 성폭력이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진위

성희롱·성폭력을 목격했다는 응답도 상당수였다. 음담패설(이하 남녀 전체 31.0%), 술자리 강요(24.5%), 가슴 등 신체 부위 응시(23.7%), 데이트 강요(13.0%)를 목격한 경우도 많았다. 간접적으로 성희롱·성폭력 경험을 들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훨씬 더 많았다. ‘원하지 않는 성관계 요구를 당한 사례를 들은 적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39.0%에 달했다. 데이트 강요(40.1%), 음담패설(43.4%), 성적 사실관계나 성적지향을 집요하게 묻거나 의도적으로 유포(36.8%)하는 사례를 들은 경험은 비일비재했다.

가해자의 성별은 91.7%로 남성(여성 7.9%)이 압도적이었지만, 최근 발생한 ‘이아무개 감독 사건’처럼 여성-여성 동성 간 성폭력도 5.4%였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술자리·회식이 57.2%로 압도적이었다. 외부 미팅 등 일 관련 외부 장소(25.1%), 촬영 현장(21.4%)이 뒤를 이었다. 사건이 일어나는 단계를 보면, 프리 프러덕션(기획 준비 단계)이 52.7%로 절반이 넘었다. 영화 입문단계도 21.4%였다. 촬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일을 빌미로 한 ‘갑을 관계 성폭력’이 많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화인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성폭력(성차별) 실태조사’ ⓒ영진위

하지만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경우는 적었다. 56.6%는 ‘문제라고 느꼈지만 참았’으며, 39.4%는 ‘모르는 척하면서 피했다’고 답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주변 도움을 요청했다’는 응답은 0.7%에 불과했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34.9%는 ‘넘어가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느껴서’라고 답했고, ‘업계 내 소문이나 평판에 대한 두려움’(31.1%), ‘캐스팅이나 업무 수행에서 배제될까 봐’(26.6%)가 그 뒤를 이었다. 문제를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도리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적극적인 대응을 막는 원인인 셈이다.

영화계의 성폭력 해결 의지에 대해서도 불신이 높았다. ‘이전 사건이 적절히 처리되지 않았다’는 응답이 80.6%, 사건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조직 문화가 없다는 응답도 67.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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