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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2일 14시 0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22일 15시 05분 KST

언론사 대학평가, 거부움직임 어디까지 갈까

매년 대학교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대학평가에 대해 재학생들이 공식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나섰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22일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는 대학평가를 반대한다”며 ‘대학평가 거부 운동’을 공식 선언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공개한 대자보를 통해 대학평가가 ‘학문의 전당’인 대학의 본질을 훼손하고 서열화를 조장하며, 언론사가 내세운 평가지표에 따라 대학들의 정책이 바뀌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대학평가 거부 운동의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대 총학생회의 대학평가 거부 선언 포스터

이 같은 대학평가에 대한 비판은 이전부터도 계속됐다.

서울 주요 대학의 교수들이 참여하는 ‘서울 8개 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는 지난 2010년 9월, “정부가 나서서 수익사업과 무관한 기관이 대학평가를 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합회는 7일 ‘언론기관의 대학평가, 대학의 건강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어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평가기준의 타당성이나 평가의 공정성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데도, 일부 언론사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대학행정 책임자들이 무비판적으로 끌려다니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각 대학의 특성이나 비전, 전략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줄을 세우는 평가로 대학의 건강한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처음 만들어진 연합회에는 경희대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숙명여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의 교수협의회가 참여하고 있다. (한겨레 2010년9월7일)

연합회는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내용이 아닌 형식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수익사업으로 이용되는 측면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가 상당한 수준으로 권력화돼 있다”며 “일부에서는 언론사들이 막강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대학평가를 중요한 수익사업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으며, 대학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 대학평가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선 교육현장에선 이 같은 크고 작은 논란 끊이질 않고 있다. 2013년 건국대학교는 장모 교수 등 교수 2명이 영국 ‘더 타임스’가 실시한 '아시아 100대 대학' 평가를 두고 교육부에 감사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이들 교수를 징계했다.

KBS에 따르면 장 교수 등은 학교 측이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유리한 정보만을 영국 언론사에 제공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학교 측은 해교 행위 등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에 나선 것이다.

안재원(건국대학교 총학생회장) : “자기들에게 유리한 식으로 데이터를 인정하면서 어느 정도 왜곡이 생길 수 있고 거기에 대해서 학내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저희가 'THE' 순위 때문에 학내에서 교수님들이 파면위기까지 온 사태. 그런 사태가 정말 진정으로 학우들을 위한 복지가 맞는지 저는 의구심이 들고.” (KBS ‘미디어 인사이드’ 2013년 6월16일)

국내에서 언론사 대학평가는 1994년 ‘중앙일보’가 처음 시작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사이트

중앙일보는 지난1994년부터 △교육여건 및 재정 △교수 연구 △국제화 △평판 및 사회 진출도를 지표로 매년 전국 100여 개 대학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중앙일보를 통해 발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2009년부터 글로벌 대학평가 전문 기관인 QS(Quacquarelli Symonds)와 함께 △졸업생평판 △국제화 지수 △연구 역량 등을 지표로 아시아 대학평가를 진행해 국내 대학들의 순위와 함께 아시아 대학 순위까지 조선일보에 보도한다. 경향신문은 지난 2010년 △교육 △연구 △진로 △소통 및 형평 △편의 등으로 지표를 이용해 전국 150여 개의 대학 순위를 평가해 발표했다. 동아일보 역시 2013년부터 △교육역량 △연구역량 △재정역량 △취업 및 창업 지원 역량 등의 지표로 국내 대학의 취업 지원 역량을 평가하여 최우수 대학 10개를 비롯해 우수 대학 및 후보대학 각각 15개와 25개를 선정하고 동아일보를 통해 보도했다. (숭대시보 2월17일)

영국 더 타임스 대학평가

국내 언론의 경우, 대부분 지면을 통한 결과 발표에 그치고 있지만, 영국 ‘더 타임스’'가디언’의 경우, 웹 사이트 상에서 자료가공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가 자신에게 맞는 데이터만을 추려 자료를 가공·이용할 수 있게 하거나 지표 방법 또한 세세하게 볼 수 있게했다.

반면 한국의 대학평가는 언론사가 요구하는 수치들을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 식의 평가준비가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핵심은 평가가 대학의 서열화와 획일화를 조장한다는 것인데, 실제 언론사 평가에서 상위권을 형성하는 대학의 순위는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대학 간 서열 순위와 대체로 일치한다. 대학들이 순위를 올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자원을 가중치가 높고 목표 달성이 비교적 쉬운 몇 가지 지표들을 개선하는 데 집중적으로 쏟아붓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교수 1인당 발표 논문 수, 영어 강의 비율 및 외국인 학생 수, 강의평가 공개율, 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한 졸업생 취업률 등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협의회장은 “방학이면 교수들은 밀린 숙제하듯 할당된 논문량을 채워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입학처 관계자들은 중국과 몽골 등을 돌아다니며 현지 학생 유치 경쟁에 나서는 촌극이 빚어진다”고 씁쓸함을 토로한다. (한겨레21 제880호 2011년10월1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주최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4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찾은 수험생과 교사, 학부모들이 박람회장에 둘러보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역시 언론사 주도의 대학평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교협은 현재 언론사가 주관해 시행중인 대학평가는 △양적 평가에 치중해 교육의 질을 간과하며 △총점평가방식을 채택해 어느 한 영역이 부족하더라도 특정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경우 최종적으로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어 평가의 타당성이 부족하고 △획일적인 평가 지표로 대학의 특성화를 저해하므로 이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동석 대교협 평가기획팀장은 “1994년 중앙일보를 필두로 시작된 언론사의 대학평가는 대학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천편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며 단순한 순위 매기기에 급급해 대학교육의 질 개선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하고자 입장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대 대학신문 2010년10월17일)

이 발표에는 전국 200여개 대학의 총장이 참여했으며 서울대 역시 대교협과 입장을 같이할 정도로 강경했다. 그러나 대학평가는 2014년인 현재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과연, 대학과 대학 구성원들은 언론사의 대학평가의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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