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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22일 14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22일 14시 12분 KST

그들은 왜 전사가 되는가

사회 내에 다양한 집단이 존재할 때, 사회가 이를 포용하지 못하여 일정 집단을 배제하는 결과가 생긴다면, 이는 그 사회에 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가 다양한 집단을 포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교육이다. 우리는 소위 '다문화 가족' 또는 외국인 청소년들에게 '한국적인 가치',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필수적인 코드, 그를 습득하면 주류로 진입하여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가끔 한국 사회는, 그 안에 기본적인 지식과 정서와 사고 방식이 다른 자들도 같이 살아가고 있고, 이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Isis

이라크와 시리아 지역의 과격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는 13일 인질로 잡고 있던 영국인 구호요원 데이비드 헤인즈(44)를 참수했다고 주장하면서 관련 동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참수 직전의 헤인즈 모습.

Isis (Islamic State, 이슬람 국가)라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미국인 기자 둘에 이어서 드디어 영국인 구호요원을 미리 경고한 바와 같이 참수했다. 그리고 그들의 목을 자른 것은 그 악센트로 보아 영국인 출신 무슬림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식 악센트라는 것이 이렇게 끔찍한 사실의 확인을 위하여 사용되다니. 영국식 악센트란, 괜히 있어보이기 위한 것의 대명사 아니었던가. 스팅의 노래처럼. 일찌기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서도 그야말로 개털인 영국 청년 콜린은 오로지 악센트 만으로 미국 여자를 둘이나 꼬시는 것인데.

사실, 그 동안 유튜브에 공개된 Isis의 동영상들이 참수의 현장을 생중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영상을 잘 보면 인질의 목 밑에 칼을 대고 긋기는 하지만 피가 튀지 않는 등으로 보아, 유튜브 영상들(나는 '당연히' 이 영상들을 보지는 못했다)은 연출된 것으로 보인다나. 게다가 실제로 목을 자르는 것은 매우 힘이 들고 심난한 일이어서 화면발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거다. 영상이 중간에 편집되고 난 마지막에 시체 배 위에 잘린 목이 놓여 있고, 저 영국인이 피 묻은 칼을 들고 서 있다고 하니, 뭐, 실제로 칼질을 한 것이 저 영국인 출신 무슬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어딘지 희망섞인 주장. 이 영국식 악취미까지 느껴지지는설명에서 보듯이 영국인들이 이 사건에 있어서 가장 충격을 받는 부분 중 하나가 저 참수를 한 집행인이 영국 출신 젊은이라는 점인 듯하다. 대체 왜, 영국에서 자라고 교육 받은 무슬림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슬람 극단주의 그룹에 합류하여 저런 끔찍한 행위를 하는가 말이다.

영국의 무슬림 사회는 Isis나 다른 극단주의 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 출신 무슬림 숫자를 대략 600명에서 일천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경찰이 신원을 파악하고 있는 자는 500명 내지 600명). 영국 군 내 총 무슬림의 숫자는 약 560명이라고 하니, 영국의 무슬림 청소년들은 자기들을 교육시켜준 나라의 군대 보다는 차라리 이슬람 신정국가 건설을 위한 전사가 되기를 선택한 것이다. 영국인들이 놀랄 만하지 않은가. 더구나 영국의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이 원칙인데.

지난 8월, 영국의 신임 교육부장관은 대학 입학 이전까지의 학교에서 뿐 아니라 유아들 역시 영국적인 가치British Values를 배워야 한다, 고 천명했다. 아장아장 걷는, 기저귀 찬 아기들에게도 영국적 가치를. 이러한 정부 정책 덕에, '극단적인 가치'를 가르치는 유치원의 경우 국고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이 '극단적인 가치'에는 창조론을 포함한 근본주의적 기독교의 가르침도 포함된다지만, 역시 주된 타겟은 무슬림 사회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위와 같은 정부 정책에 대하여는 무슬림 사회 뿐만 아니라 좌파적인 관점에서의 반발이 있었다: 교육은 도구가 아니라거나, 영국적 가치 뭐 이런 건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거나, 영국적 가치라는 것을 대체 어떻게 정의할 거냐라거나, 오후에 티 마시는 것이 영국적 가치냐 라거나, 영국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은 결국 다른 문화를 억압하는 것이 된다거나, 기타 등등.

이에 대하여 The Times의 칼럼은(타임즈는 유료라서, 기사 링크가 안된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나서 필자의 이름을 잊어버렸다는;;), 영국은 명백히 계층이 존재하는class-and-race-conscious 사회인바, 지배계층(당연히 백인 기독교인들인)이 공유하고 있는 묵시적인 코드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위선이며, 청소년들이 이와 같은 묵시적인 코드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주류 사회로 편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많은 무슬림 청소년들이 가정에서 위와 같은 코드들을 습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직장을 잡는 것은 물론 사회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가정에서 이를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 학교가 이를 가르쳐야 한다고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다. 이런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무슬림 출신 청소년들은 계속하여 사회의 하층 계급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에서 하층으로 남아 무시를 당하고 결핍된 인생을 살아가느니 이슬람 전사가 되어 존경과 찬탄을 받고 순교 이후 사후 세계의 영광을 바라지 않을 이유가 없다.

꽤 설득력 있지 않은가? 나는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사회 내에 다양한 집단이 존재할 때, 사회가 이를 포용하지 못하여 일정 집단을 배제하는 결과가 생긴다면, 이는 그 사회에 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회가 다양한 집단을 포용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결국 교육이다.

사실 한국 사회의 경우, 국가가 학교 교육 내용을 주도한다는 점 또는 일정하게 합의된 이념을 학교를 통하여 교육시켜야 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희한할 정도로 큰 반발이 없는 사회이다. 소위 우파는 물론이고 소위 좌파도 그러하다.

대체 영국적인 가치란 무엇이냐, 라는 논의가 들끓기 시작하자, 영국 수상은 여기서 말하는 영국적 가치란 자유, 인내, 법의 지배에 대한 존중, 개인적 및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존중, 영국적 제도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부연설명한 바 있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가치란 무엇인가. 우리는 소위 '다문화 가족' 또는 외국인 청소년들에게 '한국적인 가치', 한국에서 살아가기 위하여 필수적인 코드, 그를 습득하면 주류로 진입하여 살아갈 수 있는 무언가를 충분히 가르치고 있는 것인가. 가끔 한국 사회는, 그 안에 기본적인 지식과 정서와 사고 방식이 다른 자들도 같이 살아가고 있고, 이들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서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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