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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3일 11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9월 03일 14시 31분 KST

금융권 '알짜 일자리' 5만개 증발됐다 : 14년만의 금융노조 총파업 사연 (사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관치금융 철폐와 정부의 금융공기업 정상화 대책 중단을 요구하며 3일 하루 총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2000년 정부 주도의 인위적 합병에 반대하며 총파업 투쟁을 벌인지 14년 만이지만, 시중은행 일선 지점의 영업차질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금융노조 조합원 1만명(경찰 추산, 주최측 추산 4만명)은 이날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 모여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투쟁사에서 "관치금융 철폐, 금융공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복지축소 중단 등 금융노동자 옥죄기를 중단하기를 요구해왔지만 정부와 사측은 오늘 이 시간까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노조는 현재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사퇴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조기 통합 시도 즉각 중단 ▲신용정보집중기구, 금융보안전담기구, 서민금융총괄기구 신설 원점 재검토 ▲공공기관 획일적 복지 축소 즉각 중단 ▲사측의 산별교섭 요구안에 대한 전향적 입장 변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벌일 정도로 강하게 나오는 데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구조조정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9개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는 7월말 기준 5101곳으로, 한 해 전인 지난해 6월말(5370곳)에 견줘 269곳이 감소했다. 1년 만에 전체 영업점포의 5%가량이 없어진 셈이다. 같은 기간 은행 직원들도 명예퇴직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1년 동안에 씨티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각각 642명과 459명을 줄였고, 외환은행도 207명의 인력을 감축했다.

대표적인 좋은 일자리로 손꼽히는 금융권 일자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보험업 취업자는 84만5000명으로, 1년 전보다 5.4% 감소해 4만9000명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취업자는 50만명 이상 늘어난 반면, 금융권 취업자는 줄어들면서 전체 취업자 중 금융업 종사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3.5%에서 3.25%로 낮아졌다. (조선비즈, 8월19일)

한겨레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우리 경제의 저금리·저성장 기조와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감소한 데서 주요 원인을 찾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은 3조9000억원으로 2011년 11조8000억원에 견줘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에 보험사들은 5조8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감소했고, 증권사도 2조2000억원에서 200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정보기술(IT) 발달 등에 따른 비대면 거래(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의 증가로 인해, 앞으로도 금융업 고용 전망은 밝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력조정 위주의 비용감축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금융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은행의 경우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 비중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줄어드는 추세인데도 점포 축소와 인력조정을 강행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며 “점포를 무리하게 줄이면 고객 이탈과 금융사고 증가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영업시간·영업일 조정, 인스토어 점포 보급을 통해 직장인들의 점포 이용률을 높이는 등 기존 점포와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도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인력감축 대신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역에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손쉬운 비용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겨레신문, 9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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