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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2일 07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1월 02일 14시 12분 KST

우리민족과 계단식 논

토지가 부족한 우리민족은 벼 몇 포기를 심을 만한 땅도 개간을 하여 벼를 심었다. 부양할 인구는 많은데 농토가 부족했다. 몇 포기의 벼를 심기 위하여 키 높이의 축대를 쌓아 논을 만들어 둔 것을 보면 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처절했던가를 말해준다. 지금은 아니다. 농기계가 들어 갈 수 없는 논은 벼를 심지 않고 묵혀 두었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다. 세상은 변했다.

한겨레

여름에 많은 비가 오는 기후에 적응하여 우리민족은 오래전부터 벼를 재배하였다. 경기도 여주에서 기원전 3천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탄화미炭火米가 발견된 것으로 보아, 지금으로부터 5천 년 전에 이미 벼를 재배하였던 모양이다. 야생 벼는 동남아시아의 하천 유역에서 발견된다. 벼가 처음으로 재배된 유적은 7000년 전 인도 갠지스 강 유역이다. 벼의 재배가 인도에서 동남아시아, 중국을 통하여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고, 일본으로 건너갔고 전 세계로 전파되었다. 지금은 유럽, 아프리카, 북미, 남미를 비롯하여 쌀을 재배하지 않는 대륙은 없다.

벼가 자연 상태로 자라기 위하여서는 생육기간 중 평균 2000mm 정도의 비가 내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남부 1500mm, 중부 1200mm, 북부 1000mm가 평균 강우량이다. 하늘에 내리는 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따라서 벼를 재배를 하기 위하여서는 관개를 해야 한다. 관개를 위하여 하천을 가로막는 보堡를 구축하거나 저수지를 만들어야 하고, 또 논에 물을 가두기 위하여 땅을 아주 평탄하게 만들고 논두렁을 만들어야 했다. 경사지에 논을 만들기 위하여 축대를 쌓아야 했다. 계절풍 기후지역에는 계단식 논이 있다. 중국의 윈난성,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 필리핀의 루손 섬에도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다. 한국의 남부지방의 계단식 논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사갓 밑의 한도가리'란 말이 있다. 합천 해인사를 가는 도로에서 골자기를 내려 보면 축대를 쌓아 성토를 하여 만들어 놓은 계단식 논을 볼 수 있다. 산비탈에 개간을 하였으므로 단위 필지가 매우 작다. '사갓 밑에 한 도가리(필지)'란 말이 있다. 필지가 너무 작아서 비올 때 쓰는 사갓 크기 만큼 너무 작아 잊어버리고 갈 뻔했다는 이야기기이다. 토지가 부족한 우리민족은 벼 몇 포기를 심을 만한 땅도 개간을 하여 벼를 심었다. 부양할 인구는 많은데 농토가 부족했다. 몇 포기의 벼를 심기 위하여 키 높이의 축대를 쌓아 논을 만들어 둔 것을 보면 살기 위한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처절했던가를 말해준다. 지금은 아니다. 농기계가 들어 갈 수 없는 논은 벼를 심지 않고 묵혀 두었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다. 세상은 변했다.

벼농사를 짓기 위하여 논을 만들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계단식 논은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다. 우리 조상의 토목공사를 헤아려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구조물이라고 하는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은 일보다 더 힘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살기 위하여 자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다. 나는 해인사 가는 길 섶이나 지리산 자락에 지금은 잡초가 우거진 계단식 논을 UNESCO의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란 생활의 누적적인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그보다 더 중요한 문화유산은 없지 싶다.

계절풍 기후하에 있는 우리민족이 쌀을 주 작물로 택한 것은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 벼농사는 단위 면적 당 수확량이 높고, 영양가 높아, 단위 면적 당 가장 많은 인구를 부양 할 수 있다. 수백 년 같은 작물을 같은 땅에서 재배를 하더라도 연작의 피해가 없고, 지력의 소모가 없다. 홍수와 관개로 인하여 논에 새로운 토양을 공급하기 때문이다. 계절풍하에 병충해가 적은 가장 효율적인 식량 작물이다. 벼 농사지역에는 인구가 많다. 우리나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다.

칼 빗트포겔(K. Wittfogel)은 그의 저서 '동양의 전제주의(Oriental Despotism)'에서 아세아에서 전제군주가 나타나는 것은 계절풍 때문에 미작을 하였고, 미작 때문에 관개사업이 필요하였고, 관개를 위하여 보를 축성해야 했고, 보룰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력동원이 바로 권력이다. 미작지역의 전제주의 발생을 그렇게 설명했다. 논란이 있는 논문이지만, 일리가 있다 싶다. 우리는 쌀 때문에 논을 떠날 수가 없었고, 대대로 한 곳에 살아 동네를 이루어서 전부 같은 성씨로 되어 있는 세계에서 보기 드문 동족부락同族部落을 만들었다. 추석의 기차표 예매는 시작되었다. 명절 때 수천만의 민족이 대도시에서 농촌으로 이동하는 것은 동족부락에 대한 향수이고, 계절풍과 쌀이 만든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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