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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01일 10시 39분 KST

KBS이사장 내정자 "문창극 강연에 감명"

한겨레

방통위, 1일 이사 추천안 논의

최고 연장자라 이사장 될 가능성 커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포럼 고문

백범 김구, 비하 발언에

조부 이명세 친일활동도 논란

KBS 안팎서 “인식 편향…부적합”

박근혜 정부 KBS 장악 의도 지적도

뉴라이트 성향의 이인호(78) 서울대 명예교수가 <한국방송>(KBS)의 새 이사 후보로 내정됐다. 이 명예교수는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 박근혜 정부가 한국방송을 장악하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교수의 이사 추천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이 28일 오후 긴급 간담회를 열어 이 교수 추천 의향을 밝혔다고 한다. 이길영 전 이사장이 26일 갑자기 사표를 제출한 지 이틀 만이다. 방통위는 여권 추천 위원들이 다수를 차지해 추천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방송 이사는 방통위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한국방송 이사장은 호선으로 뽑는데, 이 교수가 최고 연장자가 되는데다 1988~92년 한국방송 이사를 지낸 경험이 있어 새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방송 안팎에서 즉각 “독립성·공공성이 핵심인 공영방송 이사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원로 역사학자인 이 교수는 2006년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출간한 교과서포럼과, 이를 주축으로 2011년 설립된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이다. 2007년 광복절 대신 건국절을 제정해 기념하자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준비위원회’의 공동준비위원장을 지냈으며, 당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백범 김구에 대해 “대한민국 체제에 반대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청와대 오찬 행사에서 민족문제연구소가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에 대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때 일을 많이 왜곡했다. 이런 역사 왜곡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일일이 메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교수는 지난 6월 종합편성채널 <티브이조선>에 출연해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발언과 관련해 “(문씨의) 교회 강연을 보고 감동받았다.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사람”, “(문씨가) ‘아베 같은 사람’이라며 낙마한다면 이 나라 떠날 때라고 느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의 조부인 유학자 이명세는 1939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유도연합회’의 상임참사 등을 지내며 일제를 찬양하는 ‘시국강연’을 하고, 1941년 최린·윤치호 등이 관여한 태평양전쟁 지원단체인 ‘조선임전보국단’ 발기인으로 참여하는 등의 친일활동으로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1005명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포함됐다.

이 교수 내정을 두고, 박근혜 정권의 한국방송 장악 시도가 노골화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본부(새노조)는 30일 성명을 내어 “임기를 1년여 남긴 전 이사장의 갑작스런 사퇴, 검증 없는 방통위의 발빠른 선임, 청와대 입맛에 맞는 인물 내정 등 일련의 흐름을 보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정권의 기획이란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도 “합리적 보수라고 부르기 어려운 편향된 인식을 가진 인사를 공영방송의 주요 자리에 두는 건 정권의 방송 장악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6월 뉴라이트 계열 교수이자 대선 캠프 출신인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에 임명한 바 있다. 방심위는 현재 한국방송의 ‘문창극 보도’에 대해 중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규찬 대표(한예종 영상원 교수)는 “박효종 방심위원장에 이어 공영방송에 뉴라이트 인사를 배치하는 건, 정권 차원에서 방송을 검열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