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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9일 11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5년 01월 29일 12시 12분 KST

나는 한국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마자 1년 내로 퇴사할 것을 한 달 안에 직감했다

모든 신입교육 프로그램의 중심목표는 신입사원들 간에 유대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교육에 참여했던 동료들과 아직도 친하며, 유대감이 생겼다는 면에서 교육이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매일 밤 새벽 2~3시쯤 다들 자기 전에 모여서 합숙교육과 회사에 대한 욕을 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피곤한지, 훈련이 얼마나 지긋지긋한지에 대해 수다를 떤 덕분에 다들 공감을 하고 이로써 더 친해졌다.

나는 한국기업의 신입사원으로 들어가자마자 1년안으로 퇴사할 것을 첫 한 달 안에 직감했다. 심한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대기업 신입 "합숙교육"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합숙교육"은 신입사원들을 회사의 일원으로 교육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나치게 묘사하면 기이한 종교 수양과 비슷하다. 다만 종교가 아니라 기업문화를 믿으라고 설득한다. 기업의 핵심가치와 업무방식, 상사들이 기대하는 기준과 직업윤리 등을 주입시킨다. 합숙교육은 주로 채용된 첫 달에 받게 되며, 기간은 2~4주 정도다. 마지막 주는 사무실에 복귀해 실제 업무 관련 활동(OJT)을 수행한다.

외국인으로서 그 합숙교육은 사실 나에게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취직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사원급은 아니다. 주로 과장급 이상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국신입생들이랑 신입교육까지 같이 듣는 외국인 직원은 쉽게 찾아 볼 수 없다. 교육 덕분에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고, 많은 한국인 동료들과 친해지고 같이 어울리며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 문화에 대해 한단계 더 배운 기회가 되었다.

하지만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이 합숙교육 프로그램은 회사 신입생들의 사기과 열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1년안에 퇴사라는 문턱에 발을 들여놓는 꼴이 되었다.

첫 몇 주 동안 연수생들은 그룹별(나의 그룹은 15명으로 구성되어 있었다)로 나뉘어 보통 경기도에 위치하는 연수원으로 향한다. 합숙교육 스케줄의 경우, 일과는 아침 6시 기상, 30분간 운동, 샤워 후 아침식사였고, 수업은 7시 30분에 시작이었는데 첫 20~30분동안 선전 캠페인 같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일반수업은 오후까지 이어졌고, 점심식사 후 수업은 7시까지 계속되기도 했다. 저녁식사 후엔 대학교에서 수없이 많이 했던 과정인 "그룹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밤늦게까지 다들 "일"을 했다. 그리고 본사로 돌아가자마자 근무시간 '9시~5시' 라는 것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은 신입사원들에게 회사에서의 첫걸음은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가 "보통"이라는 조직문화를 가르치고 있었던 셈이다. 한국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회사 동료들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있다. "마이클아 이거 군대같다".

수업은 뭐를 위한 것인지 모를 것들로 채워져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에 의미 없는 인성테스트를 하고, 스마트하지않은 '스마트 워킹' 테크닉을 배우며 초등학교에서 배웠던 아이디어 지도까지 그리는데 시간을 보냈다. 이 교육은 2주간의 14일 연속으로 진행됐으며, 밖으로 나가는 건 허용되지 않았고 술도 금지였다. 평균 나이 27세부터 31세 정도의 신입사원들을 아기들처럼 취급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그룹프로젝트도 진지하게 진행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연습뿐이었다. 신입사원들이 서로 친해지고 또한 서로 간의 팀워크 기술도 늘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잠이 부족해 집중도가 흐트러져있는 데다가 다른 신입직원들은 상사들 눈치로 인해 끊임없이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그러지 못하면 어렵게 구한 일자리가 날아갈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내가 이런 프로세스에 대해 이렇게도 비판적인 이유는 저런 교육목표는 간단하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신입교육 프로그램의 중심목표는 신입사원들 간에 유대감이 생기게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이 교육에 참여했던 동료들과 아직도 친하며, 유대감이 생겼다는 면에서 교육이 성공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매일 밤 새벽 2~3시쯤 다들 자기 전에 모여서 합숙교육과 회사에 대한 욕을 했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피곤한지, 훈련이 얼마나 지긋지긋한지에 대해 수다를 떤 덕분에 다들 공감을 하고 이로써 더 친해졌다.

기업의 용도는 신입직원들에게 긍정적인 가치를 주입시키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들이 하는 행동은 처음부터 그와는 정반대된다. 오히려 나에게 주입시키는 메시지는 "회사를 사생활보다 우선시해라", "이 정도도 열심히 못 하면 고용 안정성은 없다", "회사가 직원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을것이다"였다.

합숙교육 중 한 시간에는 작년 신입 프로그램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때 8명 정도 치맥(치킨+맥주)을 가지고 연수원으로 왔었다. 8명밖에 없어서 나는 농담조로 "그만둔 사람이 벌써 몇 명이냐"고 물었다. 그렇지만 한 선배가 진지하게 답해주었다. "절반 정도가 그만둘 것이다".

실제로는 1년에 30~35% 정도가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이런 정서는 많은 한국 젊은이들 사이에 만연해졌고, 기업 입장에서도 점점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KEF)가 전국에 있는 기업 40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6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신규직원의 25.2%가 1년 이내에 퇴사한다고 한다. 2010년 연구의 15.7%보다 증가한 수치다.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이 직장을 구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돈을 생각한다면 어마어마한 손실이다. 또한 기업들이 지출하는 투자 및 신입사원 채용비용의 부담도 큰 편이다. 그중 합숙교육에 드는 비용의 지출도 무시 못할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한국 기업들은 합숙교육을 통해 신입직원들에게 실망을 주고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로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점들은 '어떻게 하면 그들의 재능을 낭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마이클 코켄의 블로그 "더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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