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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30일 14시 4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30일 14시 12분 KST

돈이 없는 자리에 채워야 할 것

나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해주는 것이 현재 사회복지의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인간관계"를 되찾아 주는 것이 해답이라 생각한다. 공동체에 속할 줄 알고 주위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는 것. 그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생존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오케스트라 사업은 아이들의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는데 아주 적합한 사업 중 하나다.

경제개념이 별로 없는 나와 나의 남편은 가정의 재정상태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직장을 그만두거나 털컥 새로운 일을 시작한 적이 많았다. 한번은 아주 적은 수입으로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적게 벌고 적게 쓰는 노하우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내가 찾아낸 노하우의 핵심은 재정의 빈 곳은 인간관계가 채운다는 것이다. 그게 말처럼 간단하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나는 그 이후로도 살면서 이 공식이 꽤 적용된다는 것을 알았다. 즉, 부유한 사람일수록 혼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 즉, 아쉬움이 없다.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필요를 많이 느낀다. 자기가 남는 거는 남을 주고 남에게 남는 것을 받아온다. 주위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낄 때 나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발 벗고 나선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정말 심각한 것은, 가난한 사람들의 이러한 "인간관계"가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힘들 때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동네 사람도, 일가친척도, 친구도 없다는 것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자살로 몰고 가는 것이 아닐까.

그건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장에 취직하게 해주는 것이 현재 사회복지의 해답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게 해답이라고 하더라고 풀 수 없는 부분이 되어버렸지만) 아이들에게 "인간관계"를 되찾아 주는 것이 해답이라 생각한다. 공동체에 속할 줄 알고 주위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배려를 받을 수 있는 관계를 갖는 것. 그것이 이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핵심적으로 중요한 '생존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오케스트라 사업은 아이들의 이러한 능력을 키워주는데 아주 적합한 사업 중 하나다. 오케스트라에서 내가 연주하는 음악은 전체가 다 모이지 않으면 하나의 음악이 될 수 없다. 다른 악기들과 다른 단원들의 연주소리를 들어야 하고 좋든, 싫든 공동체의 일원으로 활동해야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저소득가정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 사업인 [올키즈스트라]를 진행한 지 6년이 되었다. 처음부터 이 사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연주다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고, 올해는 이러한 연주실력을 기반으로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는 "국제관악제"에 참여하는 것도 영광이었지만, 우리 오케스트라 단원 50명이 '제주'로 떠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었다.

사진출처 : 제주국제관악제 홈페이지

제주 인솔을 맡았던 나에게 [제주국제관악제]는 우리 아이들이 제주의 [해변공연장], [천지연 폭포], [제주아트센터]라는 다양한 무대에서 해외의 연주자들과 같이 무대에 섰다는 것도 감격이었지만, 아이들이 서로를 챙기고 배려하고 도와주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욱 감동이었다. 우리 아이들은 일반 가정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제주도로 연주여행을 떠난다고 부모님이 공항까지 데려다 주시거나 짐을 챙겨주시거나 하는 집이 드물다. 나는 과연 출발하는 날 우리 아이들이 모든 악기, 악보, 단복을 무사히 챙겨서 김포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가 가장 걱정이었다. 하지만 나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선배 아이들은 가까운 지역에 사는 후배 아이들을 챙겨서 왔다. 하지만 그 선배 아이들도 김포공항이 자신이 없었던 모양. 악기 등 짐도 많고 시간도 맞춰야 하니 어떤 아이는 아이들에게 5천원씩 걷어서 콜밴을 불렀다고 한다. "부족한 돈은 내가 다 낼게." 하면서. 집에 갈 때도 후배들이 "누나, 콜밴 타고 가자"하니 "야, 갈 때는 지하철로 가는 거야!"하며 지하철 노선도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연주자 대기실에서 단복이 작아요, 커요, 넥타이가 없어서 쫄려요, 난리지만 서로서로 옷도 바꿔주고 도와주며 어느새 연주 준비가 다 되어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다 보니 선생님 저거 사주세요. 힘들어요. 아기 소리 하는 아이들도 많다. 그럴 때면 나는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새 나타난 선배 형, 누나들이 "야, 시끄러워. 선생님한테 조르지 마." 아이들은 어느새 누가 누구를 챙기고 내가 지금 뭘 해야 할지를 잘 알고 있었다. 50명의 아이들이 질서없이 어수선하게 움직이는 듯 보였지만 화장실 가면 누군가 그 아이를 챙겨서 데리고 오고 초등학생 단원들을 고등학생 단원들이 아들처럼 옆에 끼고 챙겨주고 있었다.

우리 아이들에겐 없는 것이 너무 많다.

부유한 부모도 없고 스펙도 없고 좋은 성적도 없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겐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함께 연주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음악을 듣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이 있다.

2014.8.10. 올키즈스트라 제주해변공연장 공연모습

PRESENTED BY 오비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