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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7일 05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8일 14시 12분 KST

이제 '징병제 폐지'를 논할 때가 아닌가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대안복무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통크게 "징병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물론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징병제를 폐지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위협하에 있는 대만까지도 최근 징병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니까요. 이제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사람 머리 수로 전쟁하는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첨단기술과 정예병으로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군대도 어엿한 직장의 하나로 직업군인들은 제대로 된 대우와 월급을 받아야 합니다.

한겨레

윤일병에 대한 학대와 폭행사망으로 나라가 떠들썩하고 육군참모총장까지 옷을 벗었습니다. 군대가 인권의 사각지대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로 한국 군대의 어두운 면이 다시 한번 부각된 셈입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우리 군대도 나아진 면이 없지 않을 것입니다. 군대 보낸 아들 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아도 옛날 군대가 아닌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군기가 빠졌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군대 내에는 여전히 인권이 침해당하는 낙후된 문화가 존재하는 것 역시 분명합니다. 그래서 윤일병 사건이나, 거꾸로 지난 6월의 임병장처럼 인권침해에 극단적으로 저항하는 총기 난사사건이 터지는 것이지요.

한국사회가 물질적으로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고,정치적으로 불완전하나마 민주화가 달성되었는데도, 사회가 골고루 발전하지 않은 탓에 세월호 사건이나 윤일병 사건처럼 어처구니없는 참담한 일들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문화수준이 고양되어야 하며, 그를 위한 '문화혁명'의 필요성은 제가 이전에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혁명을 위해서도 제도의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윤일병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제 '징병제도'의 문제를 재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싶습니다. '징병제도'라고 하면 이제까지는 "여호와의 증인"을 비롯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문제만이 주로 다루어졌습니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고, 창을 쳐서 낫을 만들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글자 그대로 실천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남자들의 경우 매년 수백명이 집총을 거부함으로써 감옥에 가지 않을 수 없고, 감옥 갔다 오고선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기 어렵습니다.

평화를 사랑하고 사람을 죽이지 않으려는 게 죄가 되어 감옥살이하고 평생 낙인을 찍히고 사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인가요. 아마도 한국 사회 이외에 이런 사회는 과거 히틀러 치하의 독일밖에는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이런 '억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에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안복무제"를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예전의 독일이나 대만에 있던 제도를 우리도 시행하려 했던 것인데, 수구세력의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윤일병 사건을 계기로 대안복무제 정도가 아니라 아예 통 크게 "징병제 폐지"를 본격적으로 논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들은 물론 거의 모든 나라들이 징병제를 폐지했습니다. 중국공산당의 위협하에 있는 대만까지도 최근 징병제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으니까요.

물론 "징병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도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과 대치하는 분단현실을 무시하는 게 아니냐, 가난한 집 아들들만 군대 가는 것 아니냐, 모병들은 정권의 하수인이 될 위험성이 더 큰 게 아니냐 등등 진보-보수 여러 방향에서 우려와 공격이 가해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바뀌었습니다. 사람 머리 수로 전쟁하는 시절은 지나갔습니다. 첨단기술과 정예병으로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군대도 어엿한 직장의 하나로 직업군인들은 제대로 된 대우와 월급을 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은 쿠데타를 생각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동시에 이런 군대제도 변화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와 같은 긴장-대결의 남북한 관계가 아니라 대화-협력의 남북한 관계를 촉진합니다.

이리 되면 윤일병 사건 같은 게 일어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집니다. 그런 열악한 대우를 계속해서는 필요한 군대인력을 확보할 수가 없으니까요. 윤일병 사건 같은 걸로 한번 떠들썩하고 말아버리는 게 아니고,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근본적으로 사태를 바로잡는 것이지요. 군대에 자식을 보내 놓고 매일매일 가슴 졸이는 부모들도 없어질 것입니다.

이런 국민의 절실한 과제를 해결하는 게 정치입니다. 무얼 제시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까 고민하는 정치인들, 특히 야당 정치인들이 국민의 이런 일상생활에서 출발할 때 내세울 중요한 이슈의 하나가 바로 "징병제 폐지(모병제)"인 것이지요.

물론 이런 이슈를 내거는 데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강한 역풍이 불 테니까요. 그걸 이겨낼 내공이 되어 있는 정치인만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담대한 정치인이라야 분단체제를 극복하고, 아울러 우리 국민들의 "고단함, 억울함, 불안함"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지난 2012년 대선의 민주당 예선에서 한 후보가 "징병제 폐지"를 내건 바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선거전 돌입과 동시에 그 이슈를 들고 나오라는 제의를 실천하지 못했습니다. 주위의 반대에 흔들린 것이지요.

그래서 지지율이 떨어져 약발이 받지 않을 시점에 가서 비로소 "징병제 폐지"를 제안했습니다.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이슈를 던지니 "하다하다 안되니 발악을 한다"는 평가를 받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그가 이 이슈를 던지자 그의 낮았던 지지율은 두 배 가까이로 뛰어오르긴 했습니다.

7월 재보선의 참패로 야당은 새판짜기를 강요받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발휘방식,공천방식, 군소정당과의 관계, 당 하부조직의 문제 등등 고민할 부분이 한둘이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정당 재편의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국민의 절실한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그 절실한 요구 중의 하나는 군대의 "문화혁명"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문화혁명을 위한 담대한 방안의 하나가 어쩌면 "징병제 폐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과연 그런 이슈를 야당 정치인 중 누구 제대로 치고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걸 통해 야당 나아가 한국정치의 미래도 가늠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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