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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06일 11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10월 06일 14시 12분 KST

음악, 특권이 아닌 권리

일찍부터 사교육으로 피아노도 배우고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줄 아는 아이들과 어떤 사교육도 3달 이상 지속하지 못한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음악이 주는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 올키즈스트라 사업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강사들은 원래는 주로 일반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말하자면 '사교육강사'이다. 그들 말을 빌리자면, 일반가정 아이들에게 악기레슨은 엄마가 짜준 스케줄대로 여기왔다 저기갔다 하는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어 기다렸던 수업, 너무나 신기한 악기, 처음 만나는 연주자(음악강사)로 악기레슨이 갖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 연주회, 오케스트라

한국사회에서 이러한 단어들이 일상적이고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물론 나도 아니다.

그렇다면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은 어떨까?

두말하면 잔소리.

한국사회에서 클래식 음악이나 연주회 같은 것은, 상류층만의 특권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저소득 아이들에게 지금 공부나 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음악을 선물해야 한다고 하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설득력 없는 주장을 한번 펼쳐보려 한다.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사진 출처 : fundamusical.org.ve

1975년 베네수엘라의 빈민가 한 차고지에서 본업은 경제학 박사이고 부업이 음악애호가였던 호세 안토니오 아부레우 박사가 거리에 방임된 아이들을 하나둘 모아서 악기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그 유명한 [엘시스테마].

아브레우 박사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마약과 폭력, 총기에 노출된 아이들에게 총기 대신 악기를 쥐여주었고, 아이들은 음악을 배우고 싶어서라기보다 총기와 폭력의 위험을 피하는 길로 악기를 잡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제 30년이 다 되어가는 [엘시스테마]는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에서 나아가 사회의 변화를 일으킨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엘시스테마에 참여한 아이들은 유명한 음악가가 되기도 했지만, 의사나 교수, 일반 직장인 등 그저 훌륭한 성인으로 성장한 아이들도 많다.

엘시스테마에 참여한 아이들이 마약과 폭력, 총기에 노출되지 않은 일반 가정 아이들이었다고 할지라도 음악이 이렇게 큰 삶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질문을 가지고 우리나라로 넘어와 보자.

여러나라에서 베네수엘라의 [엘시스테마] 사업을 벤치마킹하였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진행되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비영리단체가 바로 그러한 단체 중 하나이다. 2009년부터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무상으로 악기를 지원하여 악기 레슨을 받게 하고 오케스트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인 '올키즈스트라'를 진행하였다. 올키즈스트라(Allkidstra)는 모든(all), 아이들(kids)이 참여하는 오케스트라라는 의미로 엘시스테마와 기본적인 맥락을 같이 한다.

한국사회에서 저소득 가정이라는 것은 이제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생계에 바쁜 부모님, 혹은 부모님의 부재로 저소득 가정 아이들은 방임된다. 지나친 학구열을 가지고 일찍부터 사교육으로 철저히 무장시킨 일반가정의 아이들과 점점 멀어져간다. 공교육이 이러한 갭을 메워주느냐? 이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따라가지 못한 지 오래되었고, 공부가 아니면 아무런 대안도 주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무기력해지거나 좀 더 적극적인 아이들은 비행으로 빠진다.

여기에 포인트가 있다.

일찍부터 사교육으로 피아노도 배우고 악기 하나쯤은 연주할 줄 아는 아이들과 어떤 사교육도 3달 이상 지속하지 못한 저소득 가정 아이들에게 음악이 주는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

올키즈스트라 사업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음악강사들은 원래는 주로 일반가정 아이들을 가르치는 말하자면 '사교육강사'이다. 그들 말을 빌리자면, 일반가정 아이들에게 악기레슨은 엄마가 짜준 스케줄대로 여기왔다 저기갔다 하는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저소득 가정 아이들은 본인들이 하고 싶어 기다렸던 수업, 너무나 신기한 악기, 처음 만나는 연주자(음악강사)로 악기레슨이 갖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가정 아이들에게 악기레슨이 취미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면, 저소득가정 아이들에게 악기레슨과 음악은 무기력한 생활에 활력을 주고, 남에게 주목 받게 하고 무대에 서게 해주는 아주 특별한 친구인 것이다. (물론 연주 실력의 향상은 논외로 하고...)

이건 학문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음악이 일반가정 아동보다 저소득 가정이나, 장애가 있는 아동 등 특수한 상황에 놓인 아동의 자존감을 더욱 올린다는 연구결과1)가 이러한 나의 개인적 경험과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올키즈스트라 연주회 준비.

아무리 그래도 밥이 더 중요하지 무슨 소리인가? 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분.

맞다. 음악이 없다고 굶어 죽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아교육계의 지존인 "몬테소리" 여사가 겪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몬테소리 여사가 아주 배고프고 어려운 아이들을 모아놓은 시설에 방문했을 때, 식사시간에 아이들이 허겁지겁 빵을 먹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깨고 아이들은 빵을 먹는 대신 빵과 식판을 놀이감 삼아 노는데 더 열중했다고 한다. 허기보다 더 고팠던 것은 놀이였던 것. 이 사건은 몬테소리 여사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고 한다.

현대의 우리 아이들에게도 배고픔 보다 더 허기진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채워주고 만져줄 그 무엇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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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sta-Giomi(2004), Effects of three years of piano instruction on children's academoc achievement, school performance and self-esteem, Psychology of Music, 32, 2, pp.139-152

Shin(2011), An investigation of participation in weekly music workshops and its relationship to academoc self-concept and self-esteem of middle school students in low-income communities, Contributions to Music Education, 38, 2, pp.29-42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