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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22일 11시 02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22일 11시 03분 KST

유병언 자필 메모 "크고 작은 의문들이..."

경찰청
경찰청이 배포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몽타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도주 중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메모가 공개됐다.

이 메모에는 어느 순간 온 나라가 쫓는 도망자가 된 자신의 처지에 대한 소회와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 등이 적혀 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이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의 메모는 A4 용지 31쪽 분량으로 거울에 비치면 읽을 수 있도록 거꾸로 쓰여 있었다.

유 전 회장은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에 연루돼 4년간 옥살이를 한 뒤로 이렇게 필체를 바꿨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은 이 메모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는 듯한 표현을 쓰면서 자신과 가족들에게 가해지고 있는 사법당국의 조치들이 박 대통령에 과잉 충성을 하려는 측근들에 의해 이뤄졌음을 내비치는 듯한 표현을 했다.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가 太(태)풍을 남자처럼 일으키지는 않았을 거야.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들이 저지른 바람일 거야. 과잉 충성스런 보필 방식일거야.” “아무리 생각을 좋게 가지려 해도 뭔가 미심쩍은 크고 작은 의문들이 긴 꼬리 작은 꼬리에 여운이…." 시사in 358호 주진우 기자

'가녀리고 가냘픈 大(대)'는 박근혜 대통령을,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인 남자'는 김기춘 비서실장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금 과장해서 해석하면 김 실장의 과잉 충성으로 자신이 음모에 빠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이른바 구원파 신도들이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정문에 내건 플래카드의 문구가 이해가 된다.

지난 5월 말, 검경의 압수수색을 막기 위해 정문을 지키고 선 이들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전매특허 지역감정 발언과 ‘김기춘 실장, 갈 데까지 가보자’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었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5월 20일 오후 유 전 회장이 은신하고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총본산인 금수원에 신도들이 모여 있다.

이 메모에는 언론에 대한 원망도 적혀 있다.

근간에 방송을 청취하다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도 안 되는 말을 마구 지어내기가 일쑤인 것을 듣고 보는 이들은 속고 있으면서도 판단력이나 비판력을 상실한 상태인 것을 알아야 할 텐데.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니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시기임을 둔한 정치 하수인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만심만 키운 마취 증상을 보이고 있는 듯하다. 마치 이십세기 나치스당의 광란 때에 히틀러의 하수인들처럼 말이다.”

시사in 358호

유 전 회장은 ‘눈 감고 팔 벌려’ ‘마음 없는 잡기 놀이’ 등의 표현을 통해 검찰이 자신을 잡을 생각이 별로 없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눈 감고 팔 벌려 요리조리 찾는다. 나 여기 선 줄 모르고 요리조리 찾는다. 기나긴 여름 향한 술래잡기가 시작되었다. 정말 정말 마음에 없는 잡기 놀이에 내가 나를 숨기는 비겁자같이 되었네.”

시사in 358호

하지만, 유 전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2일 발견되면서 그가 은유적으로 쓴 메모의 '본뜻'도 묻힐 가능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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