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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16일 07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16일 07시 15분 KST

아마추어 사진가들은 어떻게 팔색조를 학대했나

지난달 29일 제주도 숲 속에서 하나씩 잡은 지렁이를 포개어 가져온 팔색조 어미가 새끼에게 먹이고 있다. 새를 촬영하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늘어나면서 자연훼손과 교란이 문제가 되고 있다.

지인으로부터 제주도에서 팔색조가 번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지난달 29일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서부터 가슴이 뛰었다. 팔색조의 무지갯빛 깃털이 눈에 선했다. 꼭 보고 촬영해 보고 싶었던 새였다.

현지인의 안내로 아라동 계곡을 따라 한참 오른 어두운 비탈면에 팔색조의 둥지가 있었다. 위장이 얼마나 완벽한지 바로 앞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주 맑은 날씨였지만 계곡 바닥은 어둑했다. 상록수림의 특성상 잎이 두꺼워 햇빛이 잘 투과하지 못해서다.

팔색조 새끼는 4마리였다. 태어난 지 8일 정도 돼 보였다. 나흘 뒤면 둥지를 떠날 것이다. 그런데 팔색조 부부의 몸놀림이 심상치 않았다. 일반적으로 팔색조는 20여분 이상 간격을 두고 여유롭게 먹이를 나르지만 이 부부는 7분 정도밖에 안 걸렸다. 팔색조 부부가 이처럼 바쁜 것은 근처에서 벌어지는 간벌 작업의 소음 탓이다. 하필이면 조류 번식시기에 간벌을 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이지만 아무런 배려도 못 받고 있다. 위협을 느낀 팔색조는 본능적으로 새끼를 빨리 떠나보내려 하는 것 같았다. 여기엔 몰려든 사진가도 작용했다. 사진가 11명을 포함해 모두 14명이 둥지 주변에 모였다.

팔색조는 둥지를 틀 때 주변을 치밀하게 살핀다. 위협 요인은 없는지 먹이는 풍부한지 사전에 파악하고 둥지를 짓는다. 둥지를 지은 뒤에는 아주 조심스럽고 은밀하게 땅에서 주로 움직인다. 둥지로부터 약 20m 반경을 벗어나지 않으며 지렁이, 개구리, 거미 등을 잡아온다. 팔색조 번식지는 어둡고 습기가 많다. 새끼를 기를 때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기 때문에 지렁이 서식환경과 비슷하다.

사냥 행동도 독특하다. 낙엽을 들쳐가며 잡은 지렁이를 한 움큼 모아 입에 문다. 잡은 지렁이를 잠시 땅바닥에 두고 다른 지렁이를 재빨리 사냥한 뒤 먼저 잡은 지렁이와 합쳐 새끼가 먹기 좋도록 다듬은 다음 둥지로 향한다.

팔색조가 둥지를 튼 주변 계곡엔 긴꼬리딱새와 큰유리새가 새끼를 기르느라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이들은 7월 중순까지 모두 번식을 마친다.

팔색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름철새의 하나다. 밤색, 검은색, 노란색, 녹색, 파란색, 붉은색, 흰색 그리고 형광색까지 다 있다. 땅에서 주로 생활을 해서인지 나는 모습은 왠지 어설퍼 보이기도 한다. 오히려 땅이나 바위, 나뭇가지를 오가며 통통 튀는 움직임이 더 민첩하다.

인천시 영종도에서 땅바닥에 알을 낳아 기르는 쇠제비갈매기 한마리가 사진을 촬영하러 돌아다니던 차량에 부닥쳐 죽어 있다.

전문가에서 아마추어로 퍼지는 조류학대 촬영

하지만 팔색조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무엇보다 사진가들의 행태에 문제가 많았다. 원하는 사진을 얻으려는 욕심에 눈이 멀어 자연에 대한 예의나 배려는 찾아보기 힘든 이들이 적지 않았다. 위장막을 벗어나거나 이리저리 옮기고 떠드는 사람에게 자연은 그저 촬영의 대상인 듯했다.

사진가 한명이 새장을 들고 왔다. 무엇에 쓰는 것이냐고 물으니 “둥지를 떠난 어린 새를 가두면 어미 새가 구하러 접근할 때 촬영한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억지스럽게 ‘모정’을 찍은들 과연 감동을 줄 수 있을까.

내일이면 새끼 팔색조가 둥지를 떠난다. 잠복과 관찰을 하느라 들인 모든 인내와 고통을 보상받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날을 기다리지 않고 철수를 결정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아무리 좋은 사진이라도 동물을 학대하면서 찍고 싶지는 않았다.

제주도에는 사진가나 탐조객에게 새 둥지를 안내하고 수송수단과 위장막을 지원하며 사례비를 받는 민간단체가 여럿 있다. 이 단체가 새를 보호하는 일도 하지만 촬영자들의 욕심까지 통제하지는 못한다. 이들에게 새보다는 멋진 사진 한장이 먼저다. 지정된 자리를 이탈하고 소음을 내며, 의도한 촬영을 위해 돌발적인 행동으로 새를 놀라게 하는 일이 흔하게 벌어진다. 돈을 주었으니 새까지 돈으로 산 듯이 행동한다.

새장을 이용해 애타는 어미의 모습을 연출하는 행태도 널리 퍼져 있다고 한다. 사실 새끼를 이리저리 옮기고 안타까운 어미가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모습을 저명한 전문 사진가가 찍어 전시회를 열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제 아마추어들이 그 길을 따르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새는 조류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사람들의 소재였다. 이제는 꽃 사진이나 풍경 사진을 즐기던 사진동호인들이 조류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새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카메라부터 들이대는 부작용이 늘고 있다.

둥지 주변 가지들을 전지가위나 톱으로 잘라내고 촬영하는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둥지를 짓는 중에 주변을 훼손하거나 둥지의 알을 건드리면 새는 둥지를 포기한다. 그나마 새끼가 태어나면 모성과 부성애를 이용하여 관찰과 촬영을 하는 것이 허락된다. 이런 간섭에도 새가 둥지를 지키면 ‘길들이기가 됐다’고 말한다. 과연 길이 든 것일까? 어미 새는 많은 노력을 들인 새끼를 포기하지 않고 기르기 위해 불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을 뿐이다. 곁을 주지만 항상 둥지에서 눈치를 본다.

모래밭 알 낳는 새 찍는다고 자동차로 추적

수난을 당하는 건 팔색조만이 아니다. 지난 6월 초 인천시 영종도에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와 쇠제비갈매기, 꼬마물떼새 등이 번식의 절정기를 맞았다. 이 새들은 둥지 없이 알 색과 비슷한 자갈과 흙바닥에 알을 낳아 품는다. 바로 눈앞에 있어도 잘 보이지 않는 알이 이곳저곳 땅바닥에 널려 있는데도 사진가들이 촬영을 위해 차량을 이리저리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았다. 포란 중인 새를 종일토록 쫓으며 비상하는 모습과 다시 둥지로 착륙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이다.

이런 자연 사진 촬영의 문제는 새만의 문제는 아니다. 야생화를 찍는다고 그 군락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은 잘 알려져 있다. 방법과 절차는 어떻든 멋진 사진을 인터넷에 경쟁적으로 올려 과시하는 풍토가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촬영 과정에서 자연에 대한 예의를 지켰는지 아니면 부적절한 사진인지 사진은 스스로 말한다. 사진은 촬영자의 양심이자 얼굴이다.

이 글은 자연 활동가이자 사진작가인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이 쓴 글입니다. 블로그 : http://plug.hani.co.kr/crane

새 촬영 때 지켜야 할 점

-사전에 촬영하고자 하는 새의 생태적 특성과 습성을 아는 것이 좋다. 또 300㎜ 이상의 망원렌즈를 사용하여 거리를 유지해 새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기본이다. 탐조할 때 산새류는 20m, 물새류는 50m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위장막은 필수 장비이다. 위장막을 사용할 때는 거리가 10m일 때는 300㎜ 렌즈, 25m이면 500~600㎜의 렌즈가 적합하다.

-한번에 모든 촬영 준비를 끝내고 불필요한 행동을 삼가야 한다. 새들은 소리와 큰 행동에 민감해 불안해한다. 정숙한 기다림은 좋은 사진을 얻는 지름길이다.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를 함부로 치지 않는다. 여러 명이 촬영하는 것보다 단독으로 촬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3명 이상은 넘지 않도록 한다. 여러 번 둥지를 방문하여 해를 끼치지 않는 모습을 익혀주는 것도 방법이다.

-새는 민감하고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환경 변화가 새에게 줄 엄청난 위협과 심리적, 신체적 긴장 상태를 새의 처지에서 헤아려 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새 사진가의 기본적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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