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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03일 16시 25분 KST

이재용, 어떻게 에버랜드 최대주주 됐나

한겨레신문

경영권 승계 정당성 문제 도마위에 오를 듯

배임혐의 무죄라도 편법승계 비판 못 피해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계기로 오랫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발행으로 불거진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법적 논란은, 2009년 일부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이건희 회장에 대해 정부의 특별사면이 내려지면서 종결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도적적, 사회적 평가 문제는 경영권 승계를 앞둔 삼성그룹에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이 이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을 후계자로 내정하고 승계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것은, 이 부회장이 대학 졸업 후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이 회장은 1995년 아들에게 61억원을 증여했는데, 이것이 경영권 승계의 종잣돈이 됐다.

이 부회장은 이 돈으로 에스원[012750]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주식을 매매해 55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한 뒤 에버랜드 지분 확보에 나선다.

에버랜드는 1996년 주주인 계열사들을 상대로 전환사채(CB)를 발행했으나 인수를 포기하자, 이를 전량 이 부회장과 동생인 이부진·이서현 사장에게 배정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지분 31.9%를 확보해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으며, 이후 지분 변동 과정을 거쳐 현재 보유 지분은 25.1%로 줄었다.

당시 이 부회장의 에버랜드 주식 전환 가격은 주당 7천700원으로 인수 자금으로 48억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상장을 앞둔 현재 에버랜드 주가를 180만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의 보유 지분 가치는 현재 1조1천억원대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가 된 뒤 에버랜드는 그때까지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삼성생명[032830]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임으로써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올랐다. 이와 함께 지금과 같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도 완성됐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지배주주 자리에 오르기까지 직접 낸 세금은 사실상 아버지로부터 61억원을 증여받을 때 납부한 증여세 16억원이 전부다.

에버랜드 주식 전환 가격(7천700원)도 당시 시세에 비춰봤을 때 턱없이 헐값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는 경영권 편법승계 논란으로 번졌다.

2000년 법학교수 43명이 경영권 상속을 위해 에버랜드 CB를 헐값에 발행하게 했다며 이 회장 등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결국 이 회장은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의해 에버랜드 CB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헐값 발행한 데 따른 배임과 조세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법정에 서게 됐으며, 경영 일선에서도 물러났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CB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나머지 혐의는 유죄가 인정돼 200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1천100억원이 확정됐다.

하지만 재판부가 에버랜드 CB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은 CB 헐값 발행으로 회사(에버랜드)가 손해를 입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배임죄를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는 CB를 헐값으로 발행한 행위나, 이를 통해 상속세를 회피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권을 이 부회장에게 상속한 행위에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라는 게 법조계 안팎의 해석이다. 실제로 재판부는 에버랜드 CB가 삼성이 내세우는 것과 같은 자금조달 목적이 아니라 조세 회피와 경영권 이전을 목적으로 발행됐다는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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