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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8일 12시 5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18일 14시 12분 KST

묻혀서는 안 될 국정원 조작사건 '면죄부'

'세월호' 사건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을 다스리고 있는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능력과 진정성에 대해,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의 존재이유에 대해, 언론의 사명과 본령에 대해,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병리적 멘털리티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고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비록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에 묻혀있지만, 우리가 절대로 관심의 끈을 놓쳐서는 않되는 사건이 있다. 국정원 등에 의한 간첩증거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이 그것이다.

연합뉴스

'세월호' 사건-차라리 사태라고 명명하는 것이 적확할 것이다-은 가슴을 찢는 아픔을 준다. 여기서 말하는 아픔은 문학적 수사가 아니라 구체적 고통이다. 생사불명의 실종자 중 다수가 생의 초입에 있는 청소년들이라는 사실은 비극의 비극이다. '세월호' 사건은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해, 대한민국을 다스리고 있는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능력과 진정성에 대해, 국가기관과 공무원들의 존재이유에 대해, 언론의 사명과 본령에 대해, 한국사회 구성원들의 병리적 멘털리티에 대해 근본적으로 사고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

비록 현재진행형인 '세월호' 사건에 묻혀있지만, 우리가 절대로 관심의 끈을 놓쳐서는 않되는 사건이 있다. 국정원 등에 의한 간첩증거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의 사실상의 무혐의 처분이 그것이다. 국정원을 위시한 국가기관이 동원돼 자행한 간첩증거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의 처분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면죄부 발부'가 아닐까 싶다. 국정원 간첩증거조작사건과 남재준 등에게 면죄부를 준 검찰의 처분이 지닌 정치적 함의는 다양하고 크다. 형사사법체계와 절차를 준수해야 할 국가기관이 이를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니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남재준 국정원'을 신뢰하고 지지와 후원을 지속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확고히 천명했다는 사실이다.

박근혜가 왜 저런 정치적 선택을 했을까? 우선 정치적으로 불리하지 않고 손해가 아니라는,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정치적으로 득이 될 거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지지 않는 편이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결속력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박근혜가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박근혜는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대선개입과 이에 대한 은폐사건과 관련해서도 동일하게 대응한 바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박근혜의 처방이 성공적이었던 듯하다. 비대언론들의 집중적인 화력지원 탓이 크긴 하나, 박근혜의 지지율이 60%를 가볍게 넘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특유의 퍼스낼러티에 더해 계속된 성공에 도취된 박근혜는 임기 내내 지금과 같은 무책임 정치의 작풍을 유지할 것이다. 박근혜가 책임정치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나 사태가 전개되지 않는 한.

한편 무책임의 정치를 선택한 박근혜의 결단은 국정원 등의 국가기관에 의한 항상적인 국내정치에의 개입, 여론형성과정 및 선거과정에의 부당한 간여 등으로 나타날 확률이 높다. 헌법과 법률을 밥 먹듯이 어겨도 처벌받지 않고, 응징당하지 않으며, 조직의 수장이 경질되지도 않는데 국정원 등이 나쁜 버릇을 고칠리 만무다. 국정원 등은 위법과 불법과 무법을 박근혜의 임기 내내 반복할 것이다. 당분간은 그걸 막을 길이 없어 보인다.

국정원 등에 의한 간첩조작사건에 관한 검찰의 처분은 사실상 막가겠다는 박근혜식 선언으로 봐도 무방하다. 박근혜에겐 그럴 이유와 자신이 넘치고, 그게 박근혜 스타일이기도 하다. 진정 한심한 건 박근혜가 자신의 스타일대로 통치하는 걸 눈뜨고 쳐다보고만 있는 야권이다. 특히 안철수와 김한길을 투톱으로 하는 새민련의 잘못이 크다. 박근혜가 사실상의 내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새민련을 필두로 한 야권은 태평연월처럼 행동하고 있다.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장은 고사하고,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질식당하는 마당에 야권은 투쟁력을 보여주기는커녕 존재감도 통 없다. 지금은 싸움의 시늉을 할 때가 아니다. 알량한 기득권 따위는 버리고 건곤일척의 투쟁을 벌여야 할 때다. 막가자는 '박근혜의 폭주'가 계속될지 여부는 야권의 대응에 달려 있다. '막가는 박근혜'를 막지 못하면 야권도 훗날을 도모하기 어렵다.

*이 글은 미디어오늘 '이태경의 돌직구'에 실린 글을 일부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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