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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9일 07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4월 09일 09시 26분 KST

차명계좌 개설 관련자 모두 처벌받는다

한겨레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008년 8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법원을 나서 승용차에 타고 있다.

재벌 총수들에게 차명계좌는 필수품이었다.

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개설해 관리해 온 차명계좌는 1199건이었다.

또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관리하던 차명계좌는 무려 7000개나 됐다.

CJ그룹 이재현 회장은 법정에서 임원들이 관리하던 차명주식을 팔아 차량, 와인, 미술품 등을 샀다고 진술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인 조석래 효성 그룹 회장은 최근 검찰 수사 결과 임직원 등의 명의를 빌려 300억원을 대출받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검찰의 강도높은 수사로 은닉재산을 토해낸 전두환 전 대통령은 퇴임 뒤 8년 동안 3만개의 차명계좌를 운용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의 행위는 분명한 금융실명제법 위반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었다.

1982년 이철희 장영자 부부의 어음사기 사건으로 금융실명제를 도입했지만 차명계좌를 만든 사람이나 명의를 빌려준 사람에 대한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았다.

그런 허점을 악용해 웬만한 대기업은 물론이고 심지어 금융기관에서도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절름발이 금융실명제법이 만들어 질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오전 비자금 조성과 세금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진다.

비자금 조성과 탈세 수단으로 쓰였던 차명계좌 개설을 차단할 강력한 법안이 준비되고 있다.

9일치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앞으로 불법 자금을 은닉하거나 세탁하려는 목적의 차명계좌 개설이 전면 금지된다.

특히 이를 어길 경우 차명거래 실소유주는 물론 이름을 빌려준 사람과 이를 중개한 금융회사 직원들도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관련 법안은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 대표와 민병두 이종걸(이상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식(새누리당)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다. 안 대표가 국회의원이 된 뒤 발의한 첫 법안이기도 하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들 의원이 발의한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금융실명제법)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융정보분석원법) 개정안을 병합심사해 위와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법 개정에 합의점을 도출했다고 한겨레신문은 전했다.

이 개정안이 발의되면 ‘검은 돈’을 관리하는 이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름을 빌려준 당사자까지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차명계좌 개설을 막는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될 법안의 핵심은 차명거래 개설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조항의 신설과 강화다. 법이 개정되면 차명 거래의 실 소유주와 계좌 개설을 위해 이름을 빌려준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개정안에는 ‘합의차명’을 줄이기 위해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된 재산은 명의자 소유로 추정한다’는 조항도 포함된다.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하면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 경우 소송외에는 자신의 돈을 되찾을 방법이 없다. 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동생과 조카를 상대로 차명재산의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었다.

또 그 동안 차명거래를 눈감아준 금융회사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된다.

금융기관은 그 동안 금융실명제법 위반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동안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기관이나 직원들은 벌금도 아닌 과태료 500만원만 내면 됐다.

실제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 탓인지 금융회사 임직원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건수는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금융기관이 금융실명제법을 위반해 과태료를 부가받은 건수는 2010년 106건, 2011년 186건, 2012년 685건으로 급증했다.

이를 막기 위해 개정을 앞둔 법안에서는 차명거래를 알선 중개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과태료를 5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10배 올리고,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형사처벌 조항도 둘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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