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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2일 12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6월 02일 14시 12분 KST

고돌이 이야기

사람에게 학대받아 평생동안 얼굴에 난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고돌이. 하지만 고돌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을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며 호기심도 정말 많다. 원래 애교가 많았던 고돌이는 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 온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아픈 과거를 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과거보다 사람의 손길을 더 좋아하고 갈망하는 순한 고양이, 고돌.

KARA

*이 글은 보기 불편할 수도 있는 사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침 인사를 건네는 고돌이)

"우와웅, 냐아옹"

아침마다 사무실에 출근해 문을 열면 들려오는 반가운 소리의 주인은 '고돌이'. 방 한 켠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다가 인기척이 느껴지면 문 앞으로 다가와 "야옹, 우와옹" 소리를 내며 아침인사로 눈맞춤을 한다. "고돌아" 아는 척을 하며 이름을 부르면 다리 밑으로 폴짝 뛰어와서 이내 몸을 부빈다. 고돌이의 인사가 끝나면 고돌이의 가족인 고순, 꽃순이의 인사가 이어진다. 다른 가족들처럼 넉살 좋게 사람에게 인사하기를 아직까지 좀 꺼리는 꽃돌이는 먼 발치에서 꿈뻑꿈뻑 눈신호를 건넨다. 긴 밤을 잘 지내고 왔냐는 고양이들만의 인사, 고돌 가족만의 부비적거리는 반가움의 인사를 받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해진다.

고돌, 고순 부부와 이들의 새끼들인 꽃순, 꽃돌이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이하 '카라')의 사무실에서 둥지를 틀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사실 이 네 마리의 고양이가 애초부터 카라에서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고돌이는 고순, 꽃순, 꽃돌 가족들과 함께 경기도 남양주에 살고 있는 길냥이였다. 고돌 가족은 근처 사무실 직원들이 가져다주는 먹이를 먹고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비닐하우스 안에 갇혀있던 고돌 가족을 보고 놀란 직원이 다급하게 카라로 연락을 하게 된 것이다. 고돌 가족을 지속적으로 돌봐준, 그리고 비닐하우스에 갇힌 고돌가족을 제보해준 제보자가 보내준 사진에는, 한쪽 눈을 아예 뜨지 못할 정도로 얻어 맞아 얼굴에 잔뜩 진득한 액을 묻히고 있는 고양이, 고돌이가 있었다. 눈을 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었다.

병원으로 옮겨진 고돌이는 급히 치료를 받았다. 생각보다 상태가 심각했고, 자세히 보니 오른쪽 뺨이 으스러져 이빨이 돌출되어 엄청난 통증을 느끼고 있다는 수의사의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으로 따지면 광대뼈 한 쪽이 내려앉을 정도로 심각한 상처라고 했다. 고돌이의 상태도 좋지 않았지만, 고돌이가 구조되었던 곳에서 다른 가족들과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고돌이의 소중한 새끼 두 마리가 고돌이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더 마음에 걸렸다. 고돌이가 빨리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치료가 절실한 상황이었고, 고돌이의 사연에 깊게 공감한 많은 사람들은 고돌이를 위한 모금에 동참했다. 그렇게 십시일반 모아진 비용으로 고돌이의 치료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고돌이는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곳에 버젓하게 버티고 있는 고돌이의 학대자가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돌이 구조 당시 모습)

(고돌이 학대자를 찾는 수배 전단지)

동물학대는 엄연한 범법행위이며 이는 동물보호법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다(참고: 동물보호법 제8조에 따라 동물에게 해를 끼치거나 상해 및 죽일 경우, 동물보호법에 의해 1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고돌이를 학대한 범인을 잡기 위해 고돌이의 거처 주변 곳 방방곡곡에 전단지를 붙였고, 관할경찰 또한 수사에 협조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안타깝게도 학대자는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고돌이의 딱한 사연을 접한 많은 사람들의 계속되는 후원 및 지원을 통해 고돌이는 점차 기운을 차렸고 치료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후 고돌이는 임시보호를 거쳤지만 마땅한 입양자를 찾지 못해 결국 KARA의 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고돌이와 함께 지내왔던 고돌이의 둘도 없는 가족들- 짝꿍인 고순이와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들인 꽃순, 꽃돌이와 떼어놓을 수 없다는 의견도 한몫 했다. 그렇게 고돌이와 고돌이의 가족들은 따듯한 새 보금자리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형체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던 고돌이의 얼굴과 황금색 눈빛도 차츰 원래대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낮잠자는 고돌이)

(다정한 모습의 고순, 고돌)

사람에게 학대받아 평생동안 얼굴에 난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고돌이. 하지만 고돌이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 싶을 정도로 사람을 잘 따르며 호기심도 정말 많다. 원래 애교가 많았던 고돌이는 치료를 받는 동안 병원 온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었다. 아픈 과거를 품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 과거보다 사람의 손길을 더 좋아하고 갈망하는 순한 고양이, 고돌. 사무실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나서서 눈을 맞추고 반갑다는 인사를 보내왔던 고돌이는 낯을 가리는 법이 없다. 자신의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나서서 동태를 살피고, 크고 작은 개들이 곁에 와서 왕왕 짖어도 섣불리 달려들거나 행동하지 않으며 상황을 지켜보는 등, 고돌이를 보고 있으면 어떤 때는 고돌이가 타고난 '평화주의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으로 제 2의 삶을 살게 된 고돌이는 때때로 우리의 네 발 달린 스승이 되기도 한다.

"우와웅, 냐아웅" 오늘도 고돌이는 문 앞을 지키고 앉아 사무실을 밝힌다. 모든 사람들에게 한마디씩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나서야 고돌이는 제자리로 돌아가 곤한 낮잠에 빠져든다. 상처를 딛고 일어나 매일매일 기쁨과 사랑을 골고루 나눠주는 행복 바이러스 '고돌'. 고돌이와 고순이 부부, 그리고 아이들인 꽃순, 꽃돌까지 KARA의 사무실을 지키는 네 고양이 가족들이 평생 행복하기를, 고돌이를 비롯한 모든 길고양이들이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보장받고 사람들과 오래도록 공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단잠을 자고 있는 고돌이네 가족, 꽃순, 고순, 꽃돌이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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