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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8일 06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28일 14시 12분 KST

지식재산, 바로 우리가 사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30년 이상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같은 만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산업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들 산업기반을 하나씩 다른 나라에 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산업이라고 해도 좋고, 지식산업이라고 해도 좋고, 서비스산업이라고 해도 좋은, 그런 말랑말랑(소프트)한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오히려 그 경계를 정할 수 없고 또 정할 필요도 없는 그런 지식산업에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Getty Images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있거나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계실 겁니다.

손으로 잡을 수 있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물을 '물건'이라고 합니다. 민법은 그렇게 규정합니다. 물건에는 두 가지가 있어요. 움직이는 '동산'과 정착해서 움직이지 않는 '부동산'이 있습니다. 여러분 손에 들린 스마트폰, 눈 앞에 있는 컴퓨터 모니터는 동산입니다. 여러분이 딛고 선 땅, 주변 건물은 부동산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 안에, 그리고 컴퓨터 안에 기계를 움직이는 뭔가가 있습니다. 그 뭔가는 동산도, 부동산도 아닙니다. 0과 1의 숫자 조합으로 만들어진 연산 작용, 말하자면 눈으로 볼 수 없고(invisible) 손으로 만질 수 없는(intangible) 작동 원리가 기계를 돌립니다. 그 연산 작용으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보고 사진을 찍습니다. 컴퓨터프로그램이라는 '지식재산'이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작동하게 합니다.

인류는 그 특유의 추상화 능력을 발휘해서 동산, 부동산이 아닌 제3의 재산으로 '지식재산'을 만들어냈습니다. '지적재산'이라고도 하는데요, 저는 '지식재산'이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 그러면 무형의 이 재산에 대해 어떻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요?

동산은 '점유', 부동산은 '등기'라는 형태로 외부에 '내 것'이라는 표시를 합니다. 내가 지금 손에 들고 있는 물건(동산), 경계를 그어서 등기해 놓은 물건(부동산)에 대해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지식재산의 권리는 표시를 위해 '권리범위'라는 말을 주로 사용합니다. 동산이나 부동산처럼 형상이 없어서 권리의 범위를 말로 재단합니다.

특허는 청구항, 저작권은 창작의 표현, 상표는 영업 활동의 표시, 디자인은 디자인의 내용이 그 권리범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지식재산은 외부에 그 존재를 알리는 방식이 동산, 부동산처럼 일관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허, 상표, 디자인은 '등록', 말하자면 부동산 등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등록을 해야 권리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 등록은 특허청이 관리합니다. 저작권은 국제협약에 의해 등록이 강제되지 않습니다. 저작권의 일종으로 보는 컴퓨터프로그램이나 데이터베이스도 마찬가지로 등록이 필수요건이 아닙니다. 저작권의 등록은 저작권위원회가 담당합니다. 그밖에 부정경쟁방지와 영업비밀 영역이 있는데, 이 분야는 따로 등록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닙니다.

이 모든 지식재산의 권리범위는 최종적으로 법원이 판단합니다. 권리의 경계를 말로 재단하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시장은 법원 판결을 주목합니다. 법원 역시 지식재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성 강화와 관할 집중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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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손에 든 스마트폰을 보기 바랍니다.

손에 든 스마트폰, 딛고 선 땅, 스마트폰에 담긴 지식재산 중에서 뭐가 제일 값어치가 나갈까요? 스마트폰 자체는 동산입니다. 땅은 부동산이고요. 지식재산의 가격은 조금 있다가 몇 가지 예를 들 텐데 그때 가늠해 보기 바랍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마트폰에 담긴 지식재산이 싸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30년 이상 철강, 자동차, 조선, 반도체 같은 만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산업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들 산업기반을 하나씩 다른 나라에 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문화산업이라고 해도 좋고, 지식산업이라고 해도 좋고, 서비스산업이라고 해도 좋은, 그런 말랑말랑(소프트)한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합니다. 손으로 잡을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오히려 그 경계를 정할 수 없고 또 정할 필요도 없는 그런 지식산업에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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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라는 영화가 나왔습니다. 그 영화의 수지를 따져보면 이렇습니다(Box Office, 100만 달러 이하는 절사).

예산(budget)

- 제작비 9400만 달러

- 상영·광고비 3000만 달러.

수익(revenue)

- 극장 수익 3억 8000만 달러(미국), 5억 5500만 달러(미국 밖)

- 기타 수익 3억 3500만 달러(비디오, DVD, 캐릭터 제외, 미국만 집계 가능)

계산해 보니까, 만화영화 한 편을 만들면서 124,000,000달러를 쓰고, 1,285,000,000달러(+ 알파)를 벌어들였더군요. 영화제작지 주변에서 3만 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성공을 위해 실패도 있었겠지만 이 정도 성공이라면 손실을 보상받고도 남았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할리우드는 만화영화로 수익을 내는 시장을 형성해서 그 추세를 계속 이어오고 있습니다. '겨울왕국(Frozen)'의 성공을 생각하기 바랍니다. 짧거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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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 전 세계에서 소송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산업 현장이 있습니다. 'Samsung v. Apple', 바로 스마트폰 시장입니다.

스마트폰에 몇 개의 특허가 반영되어 있을까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피쳐폰 시절에는 통신 특허가 주류였고 500 ~ 1000개 정도였습니다. 스마트폰은 통신과 컴퓨터의 융합매체여서 스마트폰 하나에 들어있는 특허의 수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스마트폰 모델이 많아 개개 모델마다 특정해서 그 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마트폰 관련 특허의 수로써 그 수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2년 미국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국에서 활용 중인 특허의 16% 정도가 스마트폰과 관련이 있고, 그 수는 25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스마트폰 특허전쟁' 덕에 특정 브랜드의 스마트폰이 더 알려졌다는 점입니다. 특허소송은 스마트폰이 팔리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습니다. 우리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고 전 세계인들이 그 소송전쟁에 관심을 표명했습니다. 소송 자체가 제품 홍보 효과도 가진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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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주변을 둘러보기 바랍니다. 지식재산은 우리 삶에 이미 깊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방식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사상(思想), 과학성에 편의성까지 갖춘 기가 막힌 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한글이죠. 한글의 천지인(天地人) 사상은 지금 시절의 스마트폰 자판으로 이어졌습니다. 말하자면 한글의 사상이 시대와 시대를 이었습니다. 그리고 명확한 자음과 모음의 구분으로 양손이 엉키지 않는 키보드의 자판 배열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지금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이 열리는데요, 훈민정음해례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보시고 큰 영감 받기 바랍니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간송문화전 :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 에 전시된 국보 제70호 '훈민정음해례본'.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떠올려 보세요. 1400년 전에 이미 모나리자의 미소를 조각했고, 성 베드로 성당의 피에타 상의 옷 주름 같은 멋스러운 선을 그려냈습니다. 한복의 세련된 색체, 디자인은 외국인들의 탄성을 자아냅니다. 갤럭시S 초창기 모델의 뒷면은 여성의 비녀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파란 눈에 비친 하얀 조선'이라는 책을 읽으면 19세기 후반, 20세기 초반에 서양인들 눈에 비친 우리의 옷, 모자, 장신구, 그리고 색채가 얼마나 다채로웠는지 알 수 있습니다.

'뽀로로'는 유럽 어린이들에게도 '뽀통령'으로 사랑 받고 있습니다. 저는 '라바'도 곧 뽀로로 같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가수 나윤선은 공연 맨 끝에 아리랑을 부른다고 합니다. 나윤선의 아리랑을 듣는 유럽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고 하네요. 게임 '리니지'는 누적 매출 2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한류는 제가 더 보태서 설명할 필요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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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식재산이 세계인에게 각광받는 이유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 사람을 귀히 여기는 애민 정신이 한글을 만들었습니다. 4계절의 변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은은한 세련미를 쌓아왔습니다. 한(恨)의 정서로 아리랑을 만들었고, 해학(諧謔)의 정서로 뽀로로와 라바를 만들었습니다. 쇠젓가락을 쓰면서 섬세한 3D 작업의 첨단을 달리고 있습니다. 국산 애니메이션 '넛잡(The Nut Job) '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죠.

우리는 아름다우면서 유용한, 그리고 보편성을 가진 좋은 소재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 온 방식,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 안에 이미 지식재산은 존재합니다. 주변을 잘 둘러보세요.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