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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5일 14시 0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3월 15일 14시 08분 KST

에이즈 환자 요양병원 실태

한겨레
경기 남양주 ㅅ요양병원의 에이즈 환자가 지난달 14일 조사 나온 보건복지부 사무관과 면담하기 위해 병동 7층에 마련된 면담실로 들어서고 있다. 이날 면담에 참관했던 손문수 건강나누리 대표는 “2월 말부터 간병비 지원이 끊기고 다른 병원에 병상이 충분치 않은데 질병관리본부가 대책 없이 환자들에게 병원에 계속 있을지만 묻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김성광 기자

아들(44)은 3년째 누워 있다.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에 뇌질환 등 합병증이 겹쳐 혼자 움직일 수 없다. 어머니 ㄱ(73)씨는 2011년부터 아들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ㅅ요양병원에 맡겼다. ㅅ병원에서는 아들의 손·발톱을 제때 깎아주지 않거나 열이 높아 위험한 상황에서도 기도만 하는 등 마음에 걸리는 일이 이어졌지만, 병원을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정부가 에이즈 환자 간병비로 연간 2억4000만원가량을 ㅅ병원에 지원하는 덕에 비용이 덜 들었다. ㄱ씨 자신도 당뇨·고혈압 등을 앓는데다 91살의 친어머니까지 모시고 있어, 한푼이라도 병원비를 아껴야 했다.

문제가 터졌다. 지난달 ㅅ병원에서는 “간병비로 50만원을 더 내든지 병원을 나가든지 결정하라”고 통보했다. ㄱ씨는 “형편이 어려워 동생 가게를 도우며 생계를 유지해왔는데 동생 가게도 문 닫게 될 처지다. 돈을 마련할 수가 없는데 아들에게 나쁜 영향이 갈까봐 간병비를 못 낸다고 말도 못 하고 옮길 곳을 찾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ㄱ씨만이 아니다. ㅅ병원에 입원한 에이즈 환자 40여명과 보호자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ㅅ병원은 2009년 정부가 지정한 국내 하나뿐인 에이즈 감염인 장기요양시설이었다. 지난해 인권단체들이 병원에서 일어난 환자 성추행·인권침해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는 실태조사를 거쳐 12월 시설위탁 지정을 해제했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달부터 ㅅ병원에 대한 지원을 끊기로 결정한 이유다.

문제는 정부가 두달이 지나도록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1·2월에는 임시로 간병비를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지원을 완전히 끊을 예정이다. 새로운 요양기관은 아직 선정되지도 않았다. 최근까지 이 병원에 있었던 환자 ㄴ(60)씨는 “환자들끼리 만나면 ‘어디로 갈 거냐’는 얘기만 나눴는데, 다들 없이 사는 사람들이고 안정된 곳이 없으니 매우 불안해했다”고 말했다. ㅅ병원은 지난달 말 ㄴ씨가 넘어져 다쳐 국립중앙의료원에 입원하자 ㄴ씨의 짐을 택배로 국립중앙의료원에 보내고 퇴원 처리했다. ㄴ씨는 기초생활수급권자다.

정부는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 탓에 새 요양기관을 지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새로운 시설을 찾아 협상중이지만 다른 환자들이 꺼린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에이즈 관리 차원에서라도 감염인들의 장기요양 대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립중앙의료원 신형식 감염병센터장은 “에이즈 치료법의 발전으로 환자 기대수명이 50년 이상 증가했고, 노령층이 늘어나서 장기요양 필요성이 늘고 있다”며 “에이즈 환자들을 다른 환자들과 함께 입원시켜도 전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치료 경험이 없는 의료진이 많다 보니 선입견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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