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보다 먼저 한국에 '미투'가 있었다

  • 김원철
  • 입력 2018.01.31 11:05
  • 수정 2018.02.01 05:46

29일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피해사실을 8년 만에 폭로한 뒤 '한국판 미투(#MeToo)' 운동이 확산될 것 같다' 류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MeToo' 운동에 앞서 한국에 'OO내_성폭력' 고발운동이 있었다.

김현 시인은 2016년 9월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질문 있습니다'란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그는 "어디서 뭘 배웠기에 문단에도 이렇게 XX 새끼들이 많을까요?"라며 남성 문인들이 여성 문인들을 비하하거나 성적으로 대상화한 사례를 열거했다.

그리고 트윗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관련기사: 모든 것은 하나의 트윗에서 시작되었다: 트위터리안 끼끼 님 인터뷰

'#문단_내_성폭력' 해시태그를 단 트윗들이 넘쳐났다.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시인과 소설가는 줄잡아 10명이 넘었다. 한국작가회의가 나서서 "조속하게 해당 회원들의 소명을 청취하여 절차에 따라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힐 정도였다.

*관련기사: '미성년 제자 성폭행' 배용제 시인에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서울경기지부 출판지부는 2016년 10월27일부터 11월5일까지 전·현직 출판계 노동자 2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업무와 관련해 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244(남녀 전체)명 가운데 68.4%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의 40%가 직접적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여성의 경우 80% 가까이가 직접적 성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성추문에 연루된 시인 상당수가 문지에서 시집을 냈기 때문이다. 문지가 개설한 시 창작 강의를 성추문의 빌미로 삼은 이도 있었다. 송승언 시인은 "'문학과 사회'라는 이름을 단 계간지를 전면에 내세운 문지가 사회 윤리에 이토록 무감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죄질이 나쁜 시인을 제명하고 이들이 시집을 낸 문지 시인선 400번대에 '구멍'으로 남겨 '반성과 치욕의 사례'로 삼자고 했다. 문지는 문제가 된 시인들과 관계를 정리했다. 계간 '문학과사회' 2016년 겨울호에서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특집으로 다뤘다. 산하 복합문화공간인 '문지문화원 사이'의 문학강좌도 폐쇄했다.

이 운동은 '#미술계_내_성폭력', '#영화계_내_성폭력' 등 다른 분야로도 번졌다.

'미투'는 2007년 사회운동가 타라나 버크가 성폭력을 당한 젊은 여성들을 돕기 위해 만든 단체 ‘저스트 비’에서 처음 사용한 슬로건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이름을 떨친 건 지난해 10월 5일 '뉴욕타임스'가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틴에게 수십년간 성적 학대를 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전하면서부터였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뉴스 #문단내성폭력 #미투운동 #서지현 검사 #서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