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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태근 성추행 사건 ‘왜 들쑤시냐' 호통친 인물은 최교일

  • 김성환
  • 입력 2018.01.30 09:07
  • 수정 2018.01.30 09:08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하던 임은정 검사를 불러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냐”고 호통을 친 ‘검사장급 인사’는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내용을 알지도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반박한 최교일 의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임은정 서울북부지검 부부장검사는 3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냐’고 호통을 친 검사장급 인사는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맞다”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는 앞서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2010년 당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 관련, 피해자를 확인한 뒤 감찰 협조를 설득하는 도중 ‘검사장급 인사’에게 호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장급 인사가)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치셨다”고 전했다. 또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당시 임 검사는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최교일 의원은 법무부 검찰국장(2009년 8월~2011년 8월)에 재임 중이었다.

앞서 최교일 의원은 30일 오전 설명자료를 내고 “이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이번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국장으로 재임한 시기에 “서지현 검사가 2011년 2월 서울북부지검에서 여주지청으로 이동”했다면서 “여주지청은 검사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지청”이라고 불이익 논란을 반박했다. 게다가 “서지현 검사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또 “서지현 검사도 당시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무마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29일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전혀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면서 “(성추행 현장엔 당사자가) 장관과 같이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사건을) 덮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그게 검찰국장이 할 사안도 아니다. 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나를 끌어들여 실명을 드러나게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임 검사의 주장을 보면, 최 의원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임 검사는 지난해 7월 24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감찰 제도 개선 건의’ 글을 올리면서 안태근 전 검사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고발했다. 이 글은 당시 임 검사가 상가에서 발생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전해들은 뒤, 이후 감찰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고발한 글이다.

임 검사는 이어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었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라며 “모 검사님(서지현 검사)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임 검사는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례로 몇 년 전 한 고위급 검사가 여검사를 성추행했지만 그는 승승장구했다. 피해 여검사만 좌천되고 말았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임 검사는 “그간 대검 감찰은 사실상 ‘강약약강’으로 돌아갔다. 힘 있는 검사의 경우 부정행위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문서화하지 못한다”며 “뒷날 그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에 대한 감찰 평가를 확인하는 날, 해당 조사를 한 검사는 보복당하기 쉽다”고 감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란 글을 올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해당 사건 이후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덧붙이며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미투 운동이 세상에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 내부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됐으면 하는 소망,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쓴다”고도 했다.

서 검사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지만 비밀리에 덮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어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알았다”라며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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