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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 성폭력 사건 맡은 판사는 정의와 복수의 선을 넘었다

  • 김도훈
  • 입력 2018.01.30 05:25
  • 수정 2018.01.30 06:20
Circuit Court Judge Rosemarie Aquilina addresses Larry Nassar, (R) a former team USA Gymnastics doctor, who pleaded guilty in November 2017 to sexual assault charges, during his sentencing hearing in Lansing, Michigan, U.S., January 18, 2018. REUTERS/Brendan McDermid
Circuit Court Judge Rosemarie Aquilina addresses Larry Nassar, (R) a former team USA Gymnastics doctor, who pleaded guilty in November 2017 to sexual assault charges, during his sentencing hearing in Lansing, Michigan, U.S., January 18, 2018. REUTERS/Brendan McDermid ⓒBrendan McDermid / Reuters

미국 국가대표 체조팀의 주치의였던 래리 나사르의 경악스러운 재판을 맡은 로즈마리 아킬리나 판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아킬리나는 156명의 피해 여성들이 법원에서 증언하게 했다. 북받치는 감정이 담긴 이들의 증언은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귀중한 카타르시스의 기회가 되었으며, 아마도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악일 이번 성폭력 스캔들에 꼭 필요했던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아킬리나 판사는 나사르가 감옥에서 죽도록 하는 형을 내릴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고, 나사르 본인이 성폭력을 당해도 싸다는 식의 발언도 했다. 그녀가 공정한 정의의 심판자 역할의 도를 넘은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판사가 판결을 내리며 감정적 표현을 사용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피고의 범죄 행위를 두고 정말 악랄한 사람이라고 솔직히 의견을 밝히기도 한다. 판사의 판결이 피고의 인종 등 관련없는 요인이 아닌 사건과 관련된 팩트에 기반한 것이라면 이런 발언은 공명정대함을 해치지 않는다고 간주된다.


2013년에 마이클 루소 판사가 여성 세 명을 납치하고 성폭행한 아리엘 카스트로에게 1천 년이 넘는 가석방없는 징역형을 내렸을 때, 그는 카스트로의 범죄가 너무나 심각하므로 다시는 대중들 속에서 살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신은 우리 지역 사회를 돌아다녀서는 안 된다. 당신은 너무 위험하다.” 루소 판사가 카스트로에게 한 말이었다.

2012년에 10명의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풋볼 코치 제리 샌더스키에게 30~60년형을 내린 존 클레런드 판사는 샌더스키의 나이를 볼 때 아마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될 거라고 말했다. “당신은 당신을 신뢰한 사람들의 신뢰를 악용했다. 이것은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니라서 더욱 나쁘다. 이 범죄는 당신이 그들의 신체에 한 짓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지역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공격한 것이다.”

그러나 아킬리나는 나흘에 걸친 증언 과정에서 열렬히 피해자들의 편을 들며, 냉정한 판사라기보다는 활동가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아킬리나의 발언은 특이했다.

“내가 당신에게 형을 내리게 된 것은 영광이고 특권이다. 당신은 다시는 감옥 밖을 돌아다닐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아킬리나는 1월 24일에 나사르에게 40~175년형을 선고하며 말했다. “나는 방금 당신의 사형 집행영장에 서명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한 나사르 본인이 성폭력의 고통을 경험해 봐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증언 첫 날, 아킬리나는 자기에게 권한이 있었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사르에게 성폭력을 가하게 할 거라는 말을 했다.

“우리 헌법은 잔인하고 특이한 처벌을 허락하지 않는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몇 명, 혹은 많은 사람들이 그가 타인에게 한 일들을 하도록 허락했을 것이다. 그가 이 아름다운 사람들, 이 여성들이 어렸을 때 그들에게 했던 일들 말이다.”

나사르의 범죄가 밝혀진 지금은 특이하고 문제가 많은 시기이다. 그래서 아킬리나가 격하고 살기등등하게 행동했을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래도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성희롱과 학대 폭로가 한참 쏟아지고 있고, 주로 남성들이 여성들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들이다. #MeToo 운동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공적 토론의 주제가 되고 있다.

사법 처리와 윤리를 연구하는 인디애나 대학교 모러 법대의 찰스 가드너 게이 교수는 아킬리나 판사의 경험에 공감은 하지만, 아킬리나의 행동이 나쁜 예를 남겼다고 말한다.

“모든 주의 행동 수칙에 들어가있는 아주 중요한 원칙은 판사는 언제나 대중이 사법부의 공정성, 온전성, 독립성을 믿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률로 허락되기만 한다면 나사르가 성적으로 피해자가 되어 마땅하다는 말은 ‘너무 멀리 나갔다’고 게일은 말한다. “그녀는 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법률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성폭력을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된다.”

"나는 괜찮지 않다. 피해자들에게 공개적 발언권을 준 것은 법원을 엄청나게 강력하게 활용한 것이었다. 나사르의 책임을 묻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살기등등한 복수는 사법 공정성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그 말은 너무 심했다."

워싱턴 D.C.의 아메리칸 대학교의 법학 교수 브렌다 스미스는 감옥내 강간 전문가인데, 성폭력에 대한 아킬리나의 발언은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좋게 말한다 해도 유감스러운 일이며, 최악의 경우 사람들을 부추기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성범죄로 수감된 범죄자들은 감옥에서 성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비율이 평균보다 높다고 한다. 법무부 통계국이 조사한 결과, 2011년과 2012년에 성범죄자들은 다른 범죄로 수감된 재소자들에 비해 다른 죄수들에게 성폭력을 당하는 비율이 더 높았다.

아킬리나의 발언은 성폭력에 대한 상반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스미스는 말한다.

“그녀는 성폭력은 잘못이지만 복수 방법으로는 써도 된다고 말한 것이다. 사실은 그 누구도 피해를 당해 마땅한 사람은 없다. 이런 경우에 나사르와 같은 사람이 감옥에서 피해자가 되어도 적절할 수도 있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이었다.”

아킬리나의 행동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법조윤리 전문가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휴스턴 대학교 법률 센터의 명예교수 로버트 슈워크는 아킬리나 같은 발언을 하라고 판사들에게 권하지는 않겠지만, 수많은 여성들의 가슴 아픈 증언을 듣고서 보인 솔직한 반응 같았다고 말했다.

“판사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들에 큰 감화를 받은 게 분명했다. 증언을 다 듣고 나사르에게 아주 화가 나 있었고, 그 분노를 표현했던 것이다.”

그는 아킬리나의 행동에 법적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윤리 전문가인 뉴욕 대학교의 스티븐 길러스 교수도 동의했다. 아킬리나가 잔인하고 특이한 형벌에 대해 언급한 것은 권할 만한 일은 못되지만, 비윤리적이거나 형을 다시 내릴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나사르의 비행에 대한 증거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길러스는 1994년에 대법원이 판사는 “증거 제출이 완료된 후, 피고가 철저히 비난받아야 할 사람임이 밝혀졌을 때, 피고를 향해 극도로 나쁜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했음을 지적했다.

“아킬리나 판사의 말은 상당히 강력했지만, 부당하지는 않았다. 선고 때 판사들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지역 사회의 양심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재판 중에는 심판 역할을 하지만, 그때는 이미 그 역할이 끝난 뒤다.”

존 제이 응용범죄학 연구소의 조너선 제이콥스 소장은 경험이 많은 아킬리나가 수정헌법8조를 언급해서 놀랐다고 한다. (아킬리나는 미시간주 잉검 카운티에서 2008년에 판사로 뽑혔다.)

제이콥스는 아킬리나의 발언은 피고에 대한 적대감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나사르의 변호사들이 항소할 때 그 발언을 활용하려 할 것 같다고 추측했다.

처벌의 “주요 동기가 복수”여서는 안된다고 제이콥스는 말한다. 판사들도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감정에만 이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잠시 기강이 해이해졌던 건지도 모른다. 반면, 판사가 적절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아킬리나는 피해자들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입은 상처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허핑턴포스트US의 There’s A Line Between Justice And Vengeance. Larry Nassar’s Judge Crossed I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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