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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없는' 중국 청년들, 자신과 꼭닮은 ‘청개구리'에 빠지다

  • 김성환
  • 입력 2018.01.29 10:49
  • 수정 2018.01.29 10:52

“우리 아이는 여행 간 지 3일이나 됐네요. 왜 안 돌아올까요?

“저희 아이는 집에서 밥먹고 있어요. 귀엽지 않나요?”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대화는 실제 자녀를 가리키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여행하는 개구리’라는 스마트폰 게임 이야기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이 게임이 흥행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세대가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 그 배경이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여행하는 개구리’(旅かえる)는 29일 현재 애플 중국 앱스토어 무료 앱 가운데 1위를 지키고 있다. 정작 일본 앱스토어(31위)에서는 순위가 한참 뒤처진다. 정식 게임은 일본어로만 제공되지만, 언어만 바꾼 안드로이드용 중국어판 게임이 중국에서 자체 제작되기도 했다. 중국 이용자들이 얼마나 열광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게임 내용은 단순하다. 청개구리는 여행을 다니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반복한다. 여행 중엔 일본 나고야성이나 하코다테 등에서 ‘촬영한’ 사진을 엽서처럼 보내온다. 집에 오면 일기를 쓰거나 음식을 먹거나 책을 본다. 이용자는 청개구리의 집과 정원을 지켜보면서, 떠나기 전에 도시락을 싸주거나, 여행 준비물을 챙겨주는 정도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원의 네잎클로버를 따다가 짐에 넣어주며 행운을 빌어줄 수도 있다. 여행 간 청개구리가 며칠씩 돌아오지 않으면 이용자는 정말 할 게 없지만, 개구리의 친구가 놀러오기도 한다.

중국 젊은이들이 이런 ‘청개구리 기르기’에 빠져든 이유는 이런 단순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이용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재미있기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 개구리가 뭘 하는지 호기심 때문에 한다”고 답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청개구리는 자기의 삶을 살아갈뿐, 이용자가 조종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꼭 뭔가 쟁취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경쟁적인 요소가 거의 없다. 누군가를 상대로 이겨야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특징이 중국 청년들 사이에 유행하는 용어인 ‘불계청년’을 연상케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말은 마치 승려처럼 싸우지 않고 이기려들지 않고 모든 욕망은 낮아진 상태를 일컫는 표현으로, 애초 일본에서 청년들을 묘사하는 용어로 쓰이다가 중국으로 건너왔다.

중국도 경제 발전으로 기본적 욕구의 충족은 거의 문제가 없지만, 기회가 줄어든 사회에서 젊은층이 직접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어졌다. 결국 이들과 어울릴 만한 ‘여행하는 개구리’ 같은 게임이 호응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복잡한 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에 대한 반향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여행하는 개구리’가 이용자와 게임 캐릭터 사이에 상호 작용이 없는 간단한 형태라는 특징을 짚으며, “혼자 있고 싶지만 외롭게 되기는 싫은 현대인들에게 일종의 치유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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