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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레드펜'...MB 사이버사, 누리꾼 블랙리스트 관리

국군 사이버사령부(사이버사)가 ‘레드펜’(red pen)이라는 작전명으로 정부 비판 성향의 게시물과 댓글을 작성한 인터넷 아이디를 대량 수집해 온라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와 <한겨레21>의 취재를 종합하면, 사이버사는 2010년 1월1일 창설 직후부터 심리전단 내에 ‘검색팀’과 ‘리스트 관리 담당’을 두고 정부 비판적인 활동을 하는 누리꾼들의 아이디(닉네임, 누리집 주소 등 포함) 특별관리대장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레드펜’이라는 작전명을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레드펜’의 시작은 2010년 사이버사 창설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이버사 사정을 잘 아는 전직 군 관계자는 “(군은) 2008년 봄에 시작된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이후 온라인 여론이 정권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해 (정부 비판) 여론을 주도하는 아이디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2010년 1월 사이버사 창설 뒤 사이버사 심리전단 산하에 구성된 20명 내외의 검색팀에서는 하루 24시간 작업을 수행하며 블랙리스트 관리를 본격화했다. 검색을 맡은 요원이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포털 사이트 등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갈무리해 단장에게 보고하면, 팀 내 별도의 담당자 2명이 작성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아이디를 수집해 리스트를 작성·관리했다는 것이다. 심리전단장은 검색팀이 작성한 리스트를 운영대로 넘겨 추적·관찰하고 이들이 게시물을 올리면 대응 댓글을 다는 등 ‘작전’도 진행했다고 한다.

군이 ‘레드펜’ 작전으로 관리한 온라인 블랙리스트의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리스트를 담은 ‘레드펜’ 대장은 ‘ID 특별관리 대장’이라고 불리며, 팀 내에서도 일부만 존재를 알고 있을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됐다.

한 전직 군 관계자는 “(사이버사) 내부적으로는 종북 핵심세력(3만여명)과 종북 조직(80여개 단체)을 작전 목표로 삼았다”며 “지난해 재조사 결과 공개된 33명(문재인 대통령, 가수 이효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에스엔에스 사찰)의 피해 사례는 ‘레드펜’(리스트)의 일부로 실제 대상자는 최소 수천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대북 심리전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된 군 사이버사가 민간인들의 아이디를 수집해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했다는 것은 댓글 작전을 넘어서는 또 다른 불법이 드러난 것”이라며 “기존 조사에서 적발해내지 못한 사안인 만큼 지금이라도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쪽은 ‘레드펜’ 작전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이라 확인해주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한겨레21>은 사이버사 1대 사령관인 고한석 전 사령관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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