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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에서 런던까지 몰래 간 66살 ‘연쇄 밀항범'

미국 일리노이 주의 한 여성이 여권과 비행기 표도 없이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런던까지 간 사건이 벌어졌다. 범죄를 저지른 여성에게는 우호적인 여론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의 보안 시스템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경찰당국은 66살의 메릴린 하트만이 지난 14일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브리티시에어라인의 항공편을 타고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가 결국 영국 세관에서 체포되었다고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철저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의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일이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뉴욕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시카고시 북부 그레이스레이크에 사는 하트만은 지난 14일 여권이나 비행기 표를 소지하지 않은 채 오헤어 국제공항에 들어섰다. 공항 감시카메라 영상을 분석한 결과, 하트만은 미국 운수보안국 직원들이 다른 사람의 항공권을 검사하는 사이에 검문을 두 번이나 그냥 지나쳤다. 그 방법이 아주 특출난 것도 아니었다. 관할 지방검사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한 서류를 담당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채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고 걸어서 지나쳤다”고 밝혔다.

하트만은 이날 오후 2시께 다른 승객들의 뒤에 숨어서 코네티컷으로 향하는 항공기에 탑승하려다가 게이트 담당 직원에게 제지당했다. 이후 그녀의 행적에 대해서는 자세히 보도된 바가 없다. 그러나 이날 공항에서 밤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하트만은 15일 공항 셔틀버스를 타고 국제선의 게이트로 향했다. 이 셔틀버스를 타려면 보통은 항공권과 여권이 있어야 하지만 역시 제지받지 않았다.

<인디펜던트>의 보도를 보면, 하트만은 국제선 게이트에서 런던 히스로 국제공항으로 가는 브리티시에어라인의 비행기에 올라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같은 날 히스로 공항에 내렸다가 결국 영국 세관원들에게 체포되어 구금당했다.

이 여성이 미국으로 송환된 것은 지난 18일. 현재 하트만은 절도죄와 무단 침입으로 기소당한 상태다. 그러나 송환 뒤 조사 과정에서 언론에 알려진 하트만의 전력은 이번 범죄만큼이나 놀라웠다.

<인디펜던트>의 보도를 보면, 하트만은 2014년 항공권과 여권 없이 유사한 방법으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적발된 전력이 있다. 같은 해에는 산호세에서 여러 번 탑승을 시도한 뒤 로스앤젤레스로 무사히 넘어가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미네소타에서 비행기에 탑승해 플로리다로 건너갔으며, 같은 해에 시카고의 공항 두 곳에서 검색대를 지나치려다 잡혀 구금됐다. <뉴욕타임스>는 하트만이 지난 수년 동안 네 번이나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무단 탑승을 시도하다가 잡혔으나 중죄(절도)로 기소된 것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2016년 그녀의 국선 변호인 쪽은 하트만의 정신건강 상태가 교도소 생활을 통해 교정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내린 바 있다. 현재 그녀가 ‘밀항’을 시도한 사례가 몇 번인지 모두 파악한 언론은 없다. 다만 <인디펜던트>와 <뉴욕타임스>가 전한 횟수보다는 많은 게 확실하다.

<시카고선타임스>는 2015년 캘리포니아 검찰의 발표를 보면, 당시까지 하트만이 최소 18번의 밀항을 시도한 것으로 되어있다고 전했다. 다만 시카고 항공국은 하트만이 누구에게도 해를 끼친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인디펜던트>와 <시카고트리뷴> 등은 하트만에게 ‘연쇄 밀항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2016년 하트만에게 2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내린 판사는 “당신을 감옥에 보내지 않는 이유는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당신이 감옥에 가지 않게 하려고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 그들이 왜 당신을 돕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당신은 그저 관심에 중독되어있을 뿐”이라고 쏘아붙인 바 있다.

하트만은 25일 보석금 1만 달러(약 1060만원)를 내고 일단 구금에서는 풀려났으나, 판사로부터 공항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받았다. 대부분의 여론은 하트만에게는 우호적인 분위기이지만, 미국의 시스템에는 부정적인 눈빛을 보냈다.

트위터 사용자 ‘@BostonXXXX’는 “ISIS에 백인의 중년 여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줘선 안 된다”며 미국의 보이지 않는 인종편견을 꼬집었다. 다른 사용자 ‘@theaXXX’ 또한 “이건 웃기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다”라며 “히잡을 쓰거나 수염을 기른 유색인종 말고 이제는 백인 장년도 보안 검사를 해야 한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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