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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트럼프는 '강한 달러'가 무슨 의미인지 (아직도) 모르는 걸까?

  • 허완
  • 입력 2018.01.26 14:21
  • 수정 2018.01.26 14:22
US President Donald Trump adjusts his translation ear piece during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Colombia's President Juan Manuel Santos at the White House on May 18, 2017 in Washington, DC. / AFP PHOTO / JIM WATSON        (Photo credit should read JIM WATSON/AFP/Getty Images)
US President Donald Trump adjusts his translation ear piece during a joint press conference with Colombia's President Juan Manuel Santos at the White House on May 18, 2017 in Washington, DC. / AFP PHOTO / JIM WATSON (Photo credit should read JIM WATSON/AFP/Getty Images) ⓒJIM WATSON via Getty Images

이틀 사이에 미국 달러화 가치가 급락과 급등을 오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미국 재무장관과 대통령이 환율에 대해 공개적으로 상반되는 입장을 밝히는 꽤나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탓이다.

발단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의 발언이었다. 스위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므누신 장관은 24일 "약한 달러는 무역과 기회와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좋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그 자체로 국제 금융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주요 6개국 통화와 달러 가치를 비교하는 달러 인덱스는 1% 가까이 하락하며 2014년 12월 이후 최저지를 찍었다. 원자재 가격은 급등했고 채권 시장에서는 금리가 일제히 올랐다. 원-달러 환율은 3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이처럼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든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이 발언은 미국 정부의 환율정책이 근본적으로 선회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1995년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이 강한 달러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한 이래로 '강달러'는 미국 통화정책의 기본 골격으로 자리잡아왔다. 강한 달러가 미국의 경제력을 상징한다는 것.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변화 조짐이 감지됐다. 므누신 장관은 이전에도 약한 달러가 미국 무역을 위해서는 좋다고 공공연히 말한 적이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가 오래된 입장을 버리고 자국 중심의 환율 정책(트럼프는 이와 비슷한 정책을 쓰는 다른 국가들을 '환율 조작국'으로 공격한 바 있다)으로 전환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궁극적으로는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입 제품의 가격이 올라가는 반면 수출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수입은 감소하고 수출은 늘어나기 때문. 수입 제품이 비싸지면 미국산 제품의 소비도 늘어난다.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에 꼭 맞는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도 지난 4월 "달러가 너무 강해지고 있다(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가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달러 약세를 최소한 어느 정도는 용인할 뜻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음날인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정반대의 말을 꺼내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강한 달러를 원한다"고 말했다. "우리 나라는 경제적으로 다시 매우 강해지고 있고 다른 면에서도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맥락과는 다르게 인용됐다"며 "나는 그의 정확한 발언을 읽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달러'를 언급하면서 달러 인덱스는 장중 한 때 1.1%까지 반등했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약세 흐름이 일제히 반전됐고, 원자재 가격은 하락 흐름으로 돌아섰다.

므누신 장관은 전날 자신의 발언을 해명했다. 그는 "장기적 관점에서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볼 때 달러 약세에는 분명 이점과 단점이 함께 존재한다"며 "단기적인 달러 가치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입장은 이전과 변한 게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다보스에서 트럼프 정부의 달러 관련 발언 :

므누신 : 약한 달러가 좋다.

므누신 : 내가 약한 달러가 좋다고 말한 건 뉴스거리가 아니고, 달러(가치)는 신경 안 쓴다. 또 나는 강한 달러가 좋다.

트럼프 : 모두가 므누신을 잘못 이해했고, 강한 달러가 좋은 것이다.

그렇다면 불과 이틀 사이에 두 사람이 엇갈린 발언을 내놓은 배경은 뭘까?

가장 '상식적인' 해석은 이렇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에 대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직접 진화에 나섰다는 풀이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므누신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정확한 그의 성명을 읽어봤다"며 므누신 장관의 발언이 맥락을 벗어나 잘못 해석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전날 므누신 장관의 24일 발언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통화 절하를 유도하지 않기로 한 작년 10월의 국제적 약속을 어겼다고 비판,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달러 지지 발언을 끌어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연합뉴스 1월26일)

완전히 다른 해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한 달러'의 의미를 뭔가 오해하고 있거나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트럼프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른다. 그가 생각하기에 '강한 것=승리'이기 때문에 당연히 강한 달러가 훨씬 더 바람직하고 좋은 것임에 틀림 없다.

'강한' 대 '약한' 통화라는 표현의 심리적 측면이 여기서는 문제가 된다. 특히 트럼프에게는 더 그렇다. 트럼프가 '달러는 강하고 더 강해질 것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달러는 비싸고 더 비싸질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해보자.

두 번째 표현이 (달러 가치 상승·하락에 따른) 장단점을 훨씬 더 정확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물론, 트럼프가 자신은 "약한" 통화를 원한다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떤 해석이 진실에 가까운 것인지 당장 확인할 방법은 없다. 다만 트럼프 정부 초기, 허프포스트는 이런 일화를 소개한 적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환율에 대해 헷갈렸다. 달러가 강한 게 경제에 좋던가? 약해야 좋은 건가?

그래서 트럼프는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본인이 정권에 데려 온 기업 리더들에게 전화를 건 게 아니었다. 하다 못해 부동산 업계 시절의 옛 친구에게 걸지도 않았다.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플린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이 일을 잘 아는 관계자 두 명이 말했다.

플린은 예비역 중장으로, 정보전에 대한 경험은 많지만 거시경제학 경험은 없다. 그래서 그는 트럼프에게 모른다, 그건 내 전문 분야가 아니니 경제학자에게 물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대답했다.

트럼프는 그 대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시간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플린의 말을 전한 관계자 중 한 명에 의하면 그때는 새벽 3시였다고 한다. (허프포스트 2017년 2월9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렇게 적었다.

트럼프가 이러한 인식을 다음날 바꿀 수도 있다. 그가 "약하다"는 단어를 쓰길 좋아하는 지도자는 아니다. 그에게 미국이 (강한 달러 덕분에) 전 세계 자본을 끌어올 수 있다는 건 자랑 삼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기축통화 보유국으로서 미국의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제 측근들이 그에게 설명해준 적이 있다면, 그는 의심의 여지 없이 무서워서 뒷걸음질 치게 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1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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