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보일러가 동파됐다면 이렇게 해보자

제 퇴근하고 나서 우리집 보일러는 또 얼어붙었다. 한참을 끙끙대며 녹이고 있는데 아랫집도 시끄럽다. 거기도 얼어붙었다. 어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만 십몇건이 올라왔다. 당분간 이렇게 고생하는 집이 많을 것 같다. 지난 4년간의 옥탑 생활을 통해 얻은 꿀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 백승호
  • 입력 2018.01.25 13:45
  • 수정 2018.01.26 04:33

25일인 오늘 아침 서울의 온도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 내일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동안 이렇게 춥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극, 북극, 한극이라는 말도 나돈다.

강추위에 집밖에 나서는 것도 서러운데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씻으려고 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4년 전에 처음으로 이 경험을 했을 때 정말 당황스럽고 억울했다. 울고 싶었는데 너무 추워서 그러지도 못했다.

올해로 옥탑방에서 네 번째 맞는 겨울이다. 이제 얼마만큼 추워야 보일러 온수관이 얼어붙을지 대충 안다.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최저온도가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이 이틀 연속 지속되면 언다. 영하 17도 이하로 떨어지는 날은 이틀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어제 퇴근하고 나서 우리집 보일러는 또 얼어붙었다. 한참을 끙끙대며 녹이고 있는데 아랫집도 시끄럽다. 거기도 얼어붙었다. 어제 내 페이스북 타임라인에만 십몇건이 올라왔다.

당분간 이렇게 고생하는 집이 많을 것 같다. 신축 아파트는 잘 안 언다고 한다니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것이다.

어쨌든 지난 4년간의 옥탑 생활을 통해 얻은 꿀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업체 부르면 대략 20만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우리 집 보일러는 그렇게 많이 얼어붙었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전문 업체를 부른 적은 없다.

1. '보일러'가 언 것인지 '수도관'이 언 것인지 확인하자

물을 틀어보자. 냉수 쪽은 잘 나오는데 온수 쪽 물은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 보일러가 언 것이다. 만약 양쪽 다 나오지 않는다면 (단수된 것이 아닌 한) 수도관 동파다. 이건 보통 인간의 힘으로 해결이 불가능하다. 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는 편이 낫다.

온수만 나오지 않는다면 이건 보일러 온수관이 언 것이다. 확인됐다면 다음 스탭을 밟아야 한다.

2. 온수관이 어디인지를 확인하자

보일러 배관은 난방, 급수, 온수, 가스 주입관 등 보통 네 가지가 있다. 이중 온수를 찾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보일러 하단부에 쓰여있다. 잘 안 보이면 만져보면 대충 알 수 있다. 가스관은 모양이 다르고 난방 쪽은 보일러가 돌아가는 중이라면 따뜻하다.

3. 뜨거운 물을 붓자

온수관을 찾았다면 겉에 붙은 보온재를 벗겨내자. 그리고 팔팔 끓는 뜨거운 물을 준비하자. 그리고 온수관에 뜨거운 물을 붓자. 두세 번 정도 들이붓다 보면 심하게 얼지 않았을 경우 이 단계에서 해결될 수도 있다.

4. 장비를 투입하자

집에 있는 온열 기구는 다 준비한다. 우리 집은 라디에이터와 온풍기 그리고 드라이어가 있다. 우선 라디에이터를 최대한 뜨겁게 튼 뒤, 수도관이 있는 곳에 가장 가까이 붙인 후 이불을 덮는다. 그다음은 페트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온수관 주위 마땅한 데 붙여놓는다. 그리고 드라이어를 켠다. 제일 중요한 곳은 보일러와 온수관이 연결되어있는 가장 윗부분이다. 드라이어로 여길 열심히 덥혀주자.

5. 중간중간에 물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자

필살의 드라이어질을 하다가 몸이 추우면 잠깐 방으로 들어와 물을 틀어본다. 계속 틀어놔도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경험상 물을 껐다가 다시 틀면 압력이 작용해 갑자기 펑 소리와 함께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껐다 켰다 하는 게 더 낫다.

짧으면 30분, 길면 몇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어쨌든 여태까지는 다 혼자서 해결했다. 요새는 온수관이 동파되면 노래를 틀어놓고 작업한다. 옥탑방 살이 4년 차라 익숙한 일이다.

(해결!)

보일러 온수관 동파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론 가장 확실한 대책으로는 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하거나 하와이로 이민을 가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연차를 내고 집에서 귤을 까먹다가 중간중간 얼었는지 체크하는 방법도 있다. 둘 다 어려운 게 현실이니 실현 가능한 방법을 이야기하자면 보일러 배관에 온열재를 충분히 감싸고 거기에 남는 옷이나 이불 등을 또 감싼다. 이 날씨에 밖에 조금만 있어도 온몸이 얼어붙을 것 같듯이 보일러도 춥다.

또 물을 온수로 돌린 뒤 약하게 틀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졸졸 새면서 나가는 수도요금보다 내 정신건강이 더 소중하단 걸 명심해야 한다. 열선을 감는 방법도 있다는데 아직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추운 날이 당분간 계속된다고 한다. 부디 우리의 가정과 고양이에 평화가 깃들길...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보일러 #동파 #라이프스타일 #온수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