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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억원 쏟은 10만평 ‘박정희 타운'...발길 뜸하고 새마을 노래만

'박정희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지난 23일 낮 12시께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앞 왕복 6차로 도로에는 이렇게 적힌 안내판이 나란히 걸려 있었다. 박정희로는 구미시가 이 도로에 붙인 이름이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에 들어서니 오른쪽에 큰 건물들이 나타났다. 전시관과 글로벌관이라 적힌 건물 사이에는 대리석으로 된 새마을광장이 만들어져 있었다. 광장 북쪽에는 연수관과 에코·트리하우스가 들어서 있었다. 서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으로 올라가자 1970년대를 재현해 놓은 마을인 새마을테마촌이 있었다.

새마을테마촌을 내려와 남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자 박 전 대통령 동상(높이 5m)이 나왔다. 동상 주변 대리석에는 박 전 대통령 업적과 연보, 국민교육헌장, 새마을노래 음표 등이 새겨져 있었다. 동상 주변에서는 <새마을노래>가 흘러나왔다. 동상에서 남쪽으로 더 걸어가니 공사 안내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표지판에는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을 짓고 있다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전체 면적 33만㎡(10만평)의 ‘박정희 타운’은 이렇게 완성돼 가고 있었다.

1979년 박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의 고향인 구미 상모동에는 생가, 안채, 추모관 건물밖에 없었다. 다 합쳐도 754㎡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6년부터 본격적으로 박 전 대통령 추모 시설과 건물이 잇따라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구미시와 경북도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286억원을 들여 ‘박정희 대통령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을 했다. 이때 ‘새마을운동 기념정원’과 ‘보릿고개 체험장’ 등이 만들어졌다. 남유진 구미시장 제안으로 2011년에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성금 6억원으로 세워졌다.

2012년 구미시는 59억원을 써 ‘박정희 대통령 민족중흥관’도 세웠다. 2013년부터는 구미시와 경북도가 879억원을 들여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조성 사업도 시작했다. 공원 공사는 지난달 31일 끝났다. 이제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200억원)만 지으면 ‘박정희 타운’은 완성된다. 지금까지 쓴 돈은 운영비와 관리비를 빼고도 1424억원이 넘는다.

‘박정희 타운’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매년 들어갈 운영비는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운영에 한해 60억원이 들어갈 것이라는 용역 결과가 있다. 공원을 함께 만든 구미시와 경북도는 운영비를 서로 부담하라며 떠밀었다. 결국 구미시와 경북도는 우선 올해 운영비로 각각 5억원씩을 내기로 했다. 여기에는 인건비 등은 빠져있어 앞으로 양쪽이 부담해야 할 운영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비와 시설관리는 용역에 맡기지만 운영은 직영을 할지 위탁을 할지 구미시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시 관계자는 “현재 운영 위탁을 맡기지는 않았고 우선 구미시 공무원 3명이 파견돼 일을 하고 있다. 공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 마련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 박정희 타운’을 찾은 발길은 점점 끊기고 있다. 구미시 집계를 보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했던 2013년 7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이후 계속 줄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2016년에는 39만명이었다. 지난해에는 26만명까지 떨어졌다.

이날 오후 2시께 박 전 대통령 생가 주변은 사람 한 명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생가 주변에서 어렵게 70대 남성을 한명 만났다. 그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딸이 아버지 반만큼만 했더라면…”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 추모관 방명록에 이날 2명이 글을 남겼다. 그 중 하나는 ‘좌파정권의 종식을 빌어 주십시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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