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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기 어려운 것" :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관련 입장을 냈다 (전문)

  • 허완
  • 입력 2018.01.24 12:36
  • 수정 2018.01.24 12:38
ⓒ뉴스1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하여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조사 결과에 대한 입장을 내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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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법원장은 이날 두 건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나는 국민들에게, 다른 하나는 법원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김 대법원장은 국민들을 향해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이지 잘 알고 있다"며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밝힌 김 대법원장은 "합당한 후속조치"와 "근본적인 제도개선책"을 약속했다. 특히 제도개선책에는 "인적 쇄신 조치"와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하여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원 구성원들을 향해서는 "상황을 직시하고 과감히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그러면서도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려운 이 일은 우리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우리는 매우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대법원장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찰 수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입장문을 마무리하며 "자발적인 쇄신"을 언급하며 "우리의 저력을 보여주고,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오자"고 당부했다.

다음은 김 대법원장의 대국민 입장문 전문. (법원 구성원들에 대한 입장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사법부 구성원 모두를 대표하여 참담한 심정으로 국민들께 말씀드립니다.

이번 일로 인한 국민 여러분의 충격과 분노 그리고 실망감이 어떠한 것이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하여 저희 사법부 구성원들도 실로 커다란 충격과 당혹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들의 내용은 대다수의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사법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 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하여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 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하여야 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됩니다.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것이 헌법이 법관에 부여한 사명이고, 그러한 재판이 좋은 재판입니다. 이는 국민 여러분의 상식이기도 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이 재판과 사법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습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하여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습니다.

먼저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른 합당한 후속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에서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하여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를 믿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유사한 사태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새로운 사법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이끌어 내기 위한 인적 쇄신 조치를 단행하고, 법원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의 설치를 검토하는 것과 함께 기존 법원행정처의 대외업무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법원행정처 상근 판사를 축소해 나가겠습니다. 곧 출범할 예정인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도 이에 관한 국민들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사법행정 운용방식의 개선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법행정, 재판제도, 법관인사 전반을 점검하여 모든 부분을 사법 선진국 수준의 투명한 시스템으로 대폭 개선하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좋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좋은 법원과 신뢰할만한 법원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사법부는 국민 여러분의 이러한 권리를 보다 충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2018년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기틀을 마련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이번 일의 처리도 그 과정의 하나로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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