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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어슐러 K. 르 귄이 생전에 남긴 말들

  • 강병진
  • 입력 2018.01.24 11:28
  • 수정 2018.01.24 11:29

판타지/SF 소설가인 어슐러 K. 르 귄이 88세를 일기로 눈을 감았다. 르 귄의 아들이 '뉴욕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 1월 22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자택에서 영면했다.

‘어둠의 왼손’와 어스시 시리즈 등 20권 이상의 장편 소설을 발표한 르 귄은 선견지명을 담은 판타지와 페미니스트적인 주제를 엮어낸 것으로 유명했다.

지난 2015년, 르 귄은 허프포스트에 “시대에 따라 변하게 된다”고 말하며, 90년대에 자신이 작품에 넣은 개념들 중 일부는 자신이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라 설명했다.

1996년에 발표한 장편 소설에서 르 귄은 ‘앤서블’이라는 이름의 작은 장비를 소개했다. 행성간, 심지어 성간에도 순식간에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장비다.

1990년대에도 르 귄은 기상천외한 장비들을 묘사했지만,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보다 미묘한 탐구를 이야기 속에 엮어 넣었다.

“젠더의 구조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거나, 사람이 인터젠더[주: 남성과 여성 둘 사이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는 사실 등은 [60년대에는] 논의되지 않았다.” 르 귄의 말이다.

르 귄이 1969년에 발표한 장편 ‘어둠의 왼손’은 생식기 외에는 젠더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행성을 배경으로 한다. 1995년작 ‘카르히데에서 성년이 되기’에서 르 귄은 ‘어둠의 왼손’의 세계로 돌아가 캐릭터들의 섹슈얼리티를 보다 가까이 탐구했다.

“90년대에는 내가 60년대에 쓸 수 없었던 것, 어찌 보면 완전히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것들을 쓸 수 있었다” 르 귄의 말이다.

2014년에 르 귄에게 내셔널 북 어워드 시상을 한 작가 닐 게이먼은 르 귄을 가리켜 “문학의 거인”이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더 나은 작가로 만들어 주었다.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를 나는 글을 쓰는 훨씬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서 르 귄은 자본주의의 폐해부터 SF가 문학 장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르는 강렬한 연설을 했다.

르 귄은 ‘SF’ 작가로 분류되는 것을 주저했다. “사람들은 늘 나를 문학계에 밀어넣으려 노력하고 있다. 될대로 되라지.” 2016년에 뉴욕타임스에 한 말이다.

르 귄은 PEN/말라무드 단편 소설 상과 뉴베리 상을 수상했고, 네뷸라와 휴고 상을 여러 차례 받았으며, 미국 문학에 대한 기여로 내셔널 북 어워드를 받았다. 2017년에는 미국 예술 문학 아카데미에 가입되었다.

1929년 10월 21일에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태어난 어슐러 크로버의 어머니는 작가, 아버지는 인류학자였다. 1953년 풀브라이트 프로그램 중에 찰스 르 귄을 만나 결혼했다. 그들은 세 자녀를 낳고 1958년에 포틀랜드에 정착했다.

르 귄은 20편이 넘는 장편 소설, 100편 이상의 단편 소설, 시집 수십 권, 어린이책 13권 등을 발표했다.

게이먼은 트위터에서 르 귄의 글들은 앞으로도 살아남을 것이라 말했다.

“그녀의 글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다. 그중엔 내 영혼에 새겨진 글들도 있다. 나는 눈부시게 멋지고 재미있고 성질 급한 사람이었던 그녀가 그립고, 가장 깊이있고 스마트한 작가인 그녀가 그립다.”

 

허프포스트US의 'Beloved Fantasy Author Ursula Le Guin Dead At 88'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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