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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한파에 곳곳서 소동..."휴대폰 꺼져 경위서까지 썼어요"

  • 김성환
  • 입력 2018.01.24 11:18
  • 수정 2018.01.24 12:08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15.9도, 체감온도는 영하 20도까지 떨어지는 등 기록적 한파가 24일 한반도를 덮치면서, 출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은 혹한의 ‘몸살’을 앓았다.

살을 에는 추위를 뚫고 집을 나선 직장인들은 새벽 출근길부터 한파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박아무개(30)씨는 한파에 휴대전화가 꺼지는 바람에 경위서까지 써야 했다. 규정상 출근시간보다 30분 이상 늦을 경우 회사에 알려야 했던 박씨는 버스의 정체가 심해지자 지각 사실을 보고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다. 하지만 혹한 탓인지 배터리가 20% 정도 남은 휴대전화가 갑자기 꺼지더니 작동이 안 되기 시작했다. 박씨는 “당황한 나머지 꺼진 휴대전화를 어떻게든 조작해보다가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결국 아침 9시30분을 훌쩍 넘겨 회사에 도착한 박씨는 “핸드폰이 갑자기 꺼지는 바람에 지각 보고를 못했다”는 내용의 경위서를 써야했다.

동파사고로 곤란을 겪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아무개(27)씨는 출근하자마자 여직원 휴게실에 비치된 드라이어기를 찾아야했다. 이날 강릉의 최저기온이 영하 14도까지 떨어지면서, 사무실 건물 끝에 있는 여직원 휴게실의 수도가 꽁꽁 언 탓이다. 수도꼭지에 10분 정도 드라이어기 바람을 쐬었지만 결국 수도는 녹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영동 지방은 그나마 서울이나 인천 쪽보다는 따뜻했는데, 날씨가 이렇게까지 추웠던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병원은 최강 한파에 오히려 환자가 줄어 걱정이었다. 서울 강남의 한 이비인후과에 근무하는 간호사 손아무개씨는 “한파를 주의하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본 노인과 어린이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제때 병원에 안 온다. 그러다 하루 이틀 지나서 독감 증상이 더 심해져서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한파의 맹위가 사그러들 때쯤이 오히려 독감이 유행할 수 있다는 조언도 뒤따랐다. 손씨는 “보통 독감 예방주사는 9월~10월께 맞는 경우가 많은데 예방주사의 효과는 통상 3개월 정도”라며 “1월말이면 예방접종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는데, 한파 탓에 제때 집 밖을 빠져나오지 못한 환자들이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파를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서울역 인근의 노숙인들은 보호시설 등으로 몸을 피했다. 노숙인보호기관인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의 이수범 실장은 “평소에 바깥을 고집하던 노숙인들도 대부분 다시서기센터나 보호시설, 지하도 등으로 몸을 숨긴 상황”이라며 “어젯밤 발에 동상에 걸린 노숙인 한 명 있어 오늘 병원에 연결해줬다”고 말했다. 겨울철이 되면 동상 등으로 고통받는 노숙인들이 속출한다. 이 실장은 이어 “지난 주에도 손에 동상 걸린 노숙인이 있어 119를 통해서 병원으로 보냈다”며 “앞으로도 야간에 순찰을 돌며 노숙자들의 건강을 계속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추위는 주말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기상청은 당분간 중부 지역은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그 밖의 지역은 영하 10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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