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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이 떡볶이 논란에 대해 직접 답했다(인터뷰)

  • 김도훈
  • 입력 2018.01.24 09:46
  • 수정 2018.01.24 09:47
ⓒtVN

뜬금없이 떡볶이가 격렬한 논쟁의 화두로 떠올랐다.

발단은 지난 1월 17일 방송한 tvN '수요미식회'의 ‘떡볶이 대토론’ 꼭지였다. 방송 패널로 출연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아기에 흔히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황씨는 이어 “쌀이 부족했던 1960년대에 값싼 밀가루를 수입해 먹어야 했던 시절, 쌀을 먹지 않고 밀가루 음식만 먹어야 하는 ‘무미일’이 있었다”며 “식당에서는 이날 쌀로 만든 음식을 내면 안 됐고, 당시 가장 값싸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던 떡볶이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떡볶이밖에 먹을 수 없던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라는 말이 된다.

이 주장이 논란이 되자 황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 입에 맛있어도 없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이 있고, 맛없어도 맛있다고 이야기하는 음식이 있다. 그 대표적인 게 치킨이랑 떡볶이”라며 “이건 관능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세뇌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다시 반박했다.

일련의 논란이 떡볶이 애호가들을 자극했다. 방송이 나가고, 황씨의 페이스북 글이 주목을 받자 트위터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일부 사용자들은 황씨가 한 떡볶이 업장의 광고에 모델로 등장한 누리집 대문 사진을 퍼 나르기 시작했다. 일부는 “자본주의의 승리”, “카스 광고한 고든 램지 격”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방송에선 떡볶이를 “맛없다”고 헐뜯어놓고, 떡볶이 광고에 등장한 이중성을 꼬집는 반응이다.

소셜미디어에서 퍼진 해당 업체의 광고.

이에 황씨는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을 남겼다. 그는 “(후배를 통해 광고 제안이 들어왔는데) 내게 줄 광고료 대신에, 내 이름이 붙은 메뉴가 팔릴 때마다 일정의 이익분을 떼 내어 불우 어린이 돕기에 쓰자 하였다. 그렇게 하여 일정 수익금을 한 어린이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2년도 넘은 일이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며 “(기부 광고로 인연을 맺은) 이 회사에서 떡볶이 매장을 낸다며 내 이미지를 쓰고 싶다 하였다. 서로 많이 웃었다. 평소에 떡볶이 맛없다고 말하는 것을 그 회사 사람들도 후배도 나도 심지어 소비자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도 “떡볶이 광고를 하더라도 (방송에 나가) 떡볶이는 맛없다고 얘기를 했다. 보통의 광고 모델은 광고주에 대한 예의로 그런 말을 하지 않는데, 나는 아니다”라며 “평소에 떡볶이 맛없다고 말하는 것을 모두가 잘 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논란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정말 떡볶이는 맛이 없는가? 우리가 떡볶이를 두고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세뇌당했기 때문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떡볶이의 맛이 ‘학습’된 것은 맞다. ‘편한식품정보’의 대표이자 식품공학자인 최낙언 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습하지 않고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느끼는 맛의 감각은 5가지 뿐”이라며 “맛이라고 하는 게 대부분 학습의 결과다. 태어나자마자 맛있다고 할만한 것은 단맛, 감칠맛, 적당한 짠맛, 고소한 향, 잘 익은 과일 정도”라고 밝혔다.

진화인류학의 설명을 보면, 인간은 5개의 맛에 대한 호오만을 가지고 태어난다. 인간은 칼로리의 근원인 당의 표지자 단맛, 단백질의 존재를 확인케 하는 아미노산의 표지자인 감칠맛, 생존을 위해 필요한 전해질의 표지자인 짠맛에 호감을 가지고 태어난다. 반면, 독이나 부패한 음식 즉, 경계해야 하는 맛으로 쓴맛과 신맛을 싫어한다. 이 설명을 보면, 떡볶이의 매운맛과 쫀득한 식감을 좋아하는 애호가의 취향은 학습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가지고 굳이 떡볶이와 치킨을 걸고넘어져야 할 이유는 없다는 점이다. 학습된 맛이라는 것에 떡볶이의 맛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돈가스, 카레, 제육볶음 등 우리가 먹는 모든 맛은 학습된 것이다. 최 대표는 “찰기가 없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인도 사람에게 우리 쌀을 주면 목에 걸릴까 무서워 먹지 못한다. 서양인은 우리가 당연히 맛있다고 느끼는 참기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한다”며 “이게 바로 음식의 맛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문화라는 증거”라고 말했다.

게다가 학습과 세뇌의 의미도 다르다. 떡볶이의 맛이 사회적으로 “세뇌되었다”라고 말하려면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한겨레' ESC 팀장이자 맛 전문기자인 박미향 씨는 “궁중음식이었던 떡볶이는 신당동의 마복림 할머니가 고추장을 쓰고, 길거리에서 팔기 시작하기 시작한 이후 서민에게 깊숙하게 자리 잡은 친근한 음식이 되었다”며 “특정한 음식이 널리 팔린다고 해서 그 세대가 세뇌당했다고 해석하려면 한때 유행했던 찜닭이나, 대패 삼겹살, 벌꿀 아이스크림 등도 치킨이나 떡볶이처럼 살아남았어야 한다. 철저하게 시장 경제의 논리로 돌아가는 외식의 발전 과정을 두고 세뇌라고 표현하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탈리아 음식 주점 ‘로칸다 몽로’의 박찬일 쉐프 역시 '매일경제'에 쓴 칼럼에서 “온갖 먹거리가 새로 나오고 시장을 주도하지만 여전히 우리 간식은 떡볶이와 순대, 어묵꼬치가 선두를 달린다. 세대가 바뀌어도 유혹할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음식들이기 때문”이라며 “값이 싸서 누구나 쉽게 사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도움이 됐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최낙언 대표도 “세뇌는 누군가가 강요했다는 뜻인데 떡볶이가 맛있다고 느껴야 한다고 누군가 강요했다고 보기 힘들다. 치킨이 맛있는 이유는 백지상태인 닭에 염지를 하고 소스로 맛을 내 조화가 잘 됐기 때문이다. 떡볶이가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 역시 단맛 짠맛 감칠맛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히 1960년대 있었던 ‘무미일’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는 2018년 현재 10대들이 떡볶이 맛을 즐기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최낙언 대표는 “딸을 키워보니 요즘 아이들은 어른이 시킨다고 먹지 않는다. (떡볶이의 맛이) 사회적으로 세뇌되었다고 말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황교익 평론가가 인문 사회적 맥락에서 한 발언일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떡볶이 논란’에 대해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한겨레'에 직접 답한 내용이다.

-여러 전문가로부터 미각의 절대적 기준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습’이라고 한다면 떡볶이와 치킨만이 학습된 것이 아닐 것이고, ‘세뇌’는 전혀 다른 얘기다. ‘사회적 세뇌 ’라고 말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다 .

=“최 대표의 의견에 동의한다. 인간이 태어나서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단맛 , 감칠맛 , 짠맛 세 가지뿐이다 . 그 외의 쓴맛 신맛을 포함한 여러 종류의 음식에 대해 한 취향은 7살 이전에 어떤 향과 음식에 쾌락을 붙였느냐에 따라 세팅이 된다고 본다. 7살은 홀로 먹이활동을 하기 시작하고 부모 객체와의 ‘심리적 유기’ 가 일어나 독립된 개체가 되는 시기다. 인간은 어느 인종이건 어느 국가의 국민이든 간에 감각기관과 뇌는 동일하다. 기호와 혐오 음식이 나뉘는 건 유아기에 어떤 음식을 먹어냈는가의 차이에 따라 발생한다 . 우리가 음식을 본능의 영역이 아니라 문화의 영역으로 보는 이유다 . 특히 나는 이 기간에 엄마와 아이 사이에는 ‘쾌락의 복사 ’라는 작용이 일어난다고 본다 . ‘복사 ’는 누군가 정의한 것은 아니고 ‘학습 ’과 구분 짓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말이다 .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신맛과 쓴맛을 거부한다 . 아이들에게 시거나 쓴 것을 먹이면 진저리를 친다 . 그런데 아이는 엄마가 쓰거나 신 것을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함께 경험하며 신맛과 쓴맛에 쾌락을 붙이는 방식으로 먹어낸다 . 이때는 아직 의지를 갖추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점에서 학습과는 조금 다르다 .”

-사람들이 떡볶이에 어린 시절 많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떡볶이를 좋아한다는 뜻인가 ?

=“한국 사회에선 떡볶이에 노출되는 횟수가 많았다 . 이건 정치권력과도 연관이 있다 . 우리가 언제부터 쌀 떡볶이를 많이 먹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보자 . 우리나라의 쌀 자급률은 이미 박정희 때 100%를 넘었다 . 그런데 1986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우리 정부는 쌀을 의무수입했다 . 김대중 , 노무현 정부 때는 남는 쌀을 북한에 보냈다 . 이명박 정부 들어 북에 쌀을 보내지 않게 되자 쌀이 남아돌았다 . 결국 의무 수입된 가공용 쌀을 두고 정부에서 고민하다가 그 한 방편으로 쌀 떡볶이 붐을 일으켰다 , 2009년, 이명박 정부 초창기에 한식 세계화를 한다며 ‘떡볶이 연구소’를 세웠고 프랜차이즈를 장려했다 . 이 시기를 지나며 사회적으로 떡볶이에 대한 노출이 늘었을 것으로 본다 .”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의 문정훈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남는 쌀의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떡볶이 사업을 시작한 것을 사실”이라며 “지금도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도시락이나 쌀로 만든 전통주 소비를 장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3월 떡볶이 연구소가 공식 출범했으며 , 5년간 140억원을 쏟아부을 계획을 그렸다 . 그해 농림식품수산부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체가 1075개에서 1600여개로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

-어묵도 아니고, 족발도 아니고 굳이 치킨과 떡볶이를 꼬집어 말한 이유도 사회적인 맥락 때문인가 ?

“그렇다 . 이 두 음식이 정치적으로 가장 이용당하기 쉽다고 생각했다 . 치킨이 한류 열풍의 주요한 음식이고 이 치킨을 세계인들이 다 자랑스러워 할 치맥이라고 선전하지 않았나 ? 이용당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주의를 환기하는 차원에서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 나는 내 역할에 충실한 것일 뿐이다 . 나는 언론인이다. 먹거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해야 할 말이 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말만 하게 되면 나는 연예인이 되는 것이다 . 내가 한 말을 두고 분노하는 심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 라면 먹고 있는데 옆에 와서 ‘라면 맛없다’ 그러면 화를 내는 게 당연하다 .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방식으로 욕설하는 것을 당연한 일이다 . 그러나 나도 이 말을 그만둘 수는 없다 .”

-논란이 될 발언을 한 게 여러 번이다 . 예전에는 ‘1980-90년대 한국의 모유 수유율이 낮아 당시에 태어난 세대가 단맛에 길들여 졌다 ’는 발언이 문제가 된 적도 있다 . 이렇게 이슈 파이팅을 하는 이유가 전에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헤게모니 ’(패권)를 잡기 위한 것을 아닌가 생각된다 .

“음식 관련되는 글쓰기를 한 지 20년이 넘어가는데 , 그중에는 사회적으로 불편해할 만한 내용이 많다 . 그런데 이는 그런 이슈가 한국 사회에 많았기 때문이지 내가 의도적으로 이슈 파이팅을 한 것은 아니다 . 모든 글쟁이는 대중들한테 자신의 글이 관심 깊게 읽히기를 바라고 그 글의 내용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 글쟁이가 대중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을 ‘헤게모니 ’라고 표현한 것이다 . 대중한테 인정받지도 못하면서 ‘나는 그냥 쓸래 ’라고 생각하는 글쟁이는 없다 . 최종의 욕구는 인정욕구라고 생각하고 , 난 그 욕구를 드러내놓고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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