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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가 마침내 도널드 트럼프를 향하고 있다

  • 허완
  • 입력 2018.01.24 09:48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n interview with Reuters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April 27, 2017. REUTERS/Carlos Barria
U.S. President Donald Trump speaks during an interview with Reuters in the Oval Office of the White House in Washington, U.S., April 27, 2017. REUTERS/Carlos Barria ⓒCarlos Barria / Reuter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화요일(16일), "러시아 공모 거짓말은 끝났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이제 마침내 수사의 정점인 트럼프 대통령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대선 개입도널드 트럼프 측의 공모 여부를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지난주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소환 조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 내각 인사 중 특검의 수사를 받은 첫 번째 사례다. 워싱턴포스트(WP)는 빠르면 다음주 중에 특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면조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러시아 정부 측과 접촉한 사실이 알려진 세션스 장관은 본인 스스로 특검의 핵심 수사 대상 중 하나다. 지난해 3월, 그는 러시아의 2016년 대선개입 관련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동안 세르게이 키슬략 미국주재 러시아대사와 최소 두 차례 만났음에도 이를 인사청문회에서 밝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워싱턴포스트 보도로 드러난 직후다.

그는 청문회 당시 '러시아 측 인사와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의 범위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또 러시아 대사와의 회동은 상원의원 자격으로 이뤄졌을 뿐, 대선에 관련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세션스는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측근으로 활동했다.

그의 주장은 회동 상대편이었던 키슬략 대사가 상부에 보고한 내용과 배치된다. 키슬략 대사는 자신이 세션스와 외교 정책 등 선거 캠페인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고 보고했다. 키슬략이 본국에 보고한 내용을 미국 정보기관이 도청한 내용이다.

한 전직 정부당국자도 미국 정보기관의 분석 결과는 두 사람이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의 미국-러시아 관계와 관련된 문제들을 놓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세션스가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결정 때문에 법무부는 FBI 국장을 지낸 로버트 뮬러를 특별검사로 임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세션스 장관이 나를 보호해줬어야 한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장관에게 계속 수사를 지휘할 것을 지시했었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오른쪽).

동시에 세션스 장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이기도 하다. 우선 그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의 공모 의혹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많은 것을 알고 있을 인물로 꼽힌다. 상원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후 캠프에서 고위 직책을 맡았고, 특히 외교 분야를 담당했기 때문.

세션스는 2016년 3월 워싱턴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에서 열린 트럼프 캠프 외교 정책 회의에 트럼프와 함께 참석했다. 이 회의는 외교 고문이었던 조지 파파도풀로스가 트럼프와 푸틴의 회동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자리다. 의심스러운 '런던 교수'를 통해 러시아 측과 접촉한 파파도풀로스는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면서 이번 수사의 또다른 '키맨'으로 떠올랐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하려 했는지 여부, 즉 사법방해 여부에 대한 수사에서도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이끌던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을 전격 해임했으며, 세션스 장관은 이 과정에 깊숙히 개입했다.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코미 국장을 해임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사법방해 혐의가 입증되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코미 전 국장은 해임 이후 의회 청문회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NYT는 뮬러 특검이 지난해 코미 전 국장을 불러 조사했다고 전했다. 특검은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와 독대했을 당시 대화를 기록한 코미의 메모들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진다. 코미의 증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정부 초기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던 마이클 플린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플린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키슬략 러시아 대사와 만나 러시아 제재 해제 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퇴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당일에도 자신의 과거 사업 파트너에게 러시아 제재가 '파기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특검은 플린이 러시아 측과 접촉한 사실을 트럼프 대통령이 알았는지, 또 그럼에도 그에 대한 수사 중단을 FBI에 요청한 게 사법방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플린은 최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며 특검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

그밖에도 특검은 트럼프 대통령과 사이가 틀어진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에게 최근 소환장을 발부했다. 그가 특검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배넌은 특검 수사의 또다른 핵심 증인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종합하면, 특검의 수사는 이제 거의 정점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다. 많은 의혹의 핵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면조사를 굳이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측근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하이라이트는 지금부터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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