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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 김성환
  • 입력 2018.01.24 04:47
  • 수정 2018.01.24 04: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처를 발동했다.

Reuters 등의 23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와 태양광 부품 등에 대해 높은 세율을 매기는 '세이프가드 관세 부과 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서명을 한 뒤 기자들에게 "(이번 조처가) 우리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다"라며 "이번 조치로 미국이 앞으로 더는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국의 가전제품 업체를 겨냥한 발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행동은 LG와 삼성이 바로 여기 미국에 주요 세탁기 제조공장을 짓겠다는 최근 약속을 완수하는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자국 기업과 산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정부가 행하는 조처다.

미국은 통상법 201조에 따라 관세를 올리거나 수입돼 들어오는 물량을 제한해 무역 장벽을 쌓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으로 앞으로 미국에서는 매해 120만대 넘게 수입하는 외국산 세탁기에 대해 첫해에는 50%의 관세를 부과하며, 2년 차에는 45%, 3년 차에는 40%를 부과하게 된다.

태양광 제품은 2.5GW를 초과하면 1년 차에 30%, 2년 차 25%, 3년 차 20%, 4년 차 15%의 관세를 적용한다.

한국 정부는 이번 세이프가드가 사실상 한국을 겨냥한 조처로 보고 있다.

MBC는 "현재 한국이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으로 0.3%의 관세로 연간 300만대가량의 세탁기를 수출하고 있다"며 "최악의 경우 현재의 167배에 달하는 50%의 관세를 물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전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MBC에 "세이프가드는 수입이 급증해서 그로 인해 미국 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해야 발동할 수 있는데, 이번 조치는 모두 해당이 안 된다"며 세계무역협회(WTO)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연합뉴스는 "세이프가드가 지난 1974년 관련 규정 제정 이후 거의 발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 무역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이프가드 발동이 산업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Reuters는 미국 태양에너지산업 협회(US Solar Energy Industries Association) 회장을 맡고 있는 에비게일 로스 호퍼(Abigail Ross Hopper)가 "우리는이 결정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호퍼 회장은 "(관세 인상 조처는) 그저 기본적인 경제 조처일 뿐이며, 태양광 제품 가격을 올리게 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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